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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 대륙군 총사령관을 스스로 그만뒀던 아나폴리스(Annapolis)의 메릴랜드 주청사(State House)

위기주부 2023. 4.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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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동부 메릴랜드(Maryland) 주는 아일랜드 귀족이었던 조지 캘버트(George Calvert)가 1629년에 영국왕 찰스1세의 특허장을 받아서 그의 아들이 건설한 식민지로, 당시 왕비였던 앙리에트 마리(Henriette Marie)를 기리는 의미로 명명되었고, 그는 소유한 영지 이름을 따서 '볼티모어 남작(Baron Baltimore)'으로 불렸기에 최대 항구도시의 이름이 볼티모어가 되었다. 하지만 주도(state capital)는 메릴랜드 식민지 최초로 1649년에 만들어졌던 마을로, 커서 영국의 여왕이 되는 앤(Anne) 공주의 이름을 따서 1694년부터 아나폴리스(Annapolis)로 불리게 된다.

그 메릴랜드의 주도인 아나폴리스를 봄방학 3박4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깐 들렀는데, 주차할 곳을 못 찾아서 그냥 지나치려는 순간에 딱 빠지는 차가 있었다. "포기하지마~ NEVER GIVE UP!"

중심가인 Main St를 따라 올라가니 1870년에 지어져서 지금도 주지사 관저(Government House)로 사용되고 있다는 맨션이 나왔고, 바로 State Cir 도로 건너편에 이 집에 사시는 분의 직장 건물이 있다.

메릴랜드 주청사(Maryland State House)의 뒷면으로, 지금 보이는 모습은 1902~05년에 추가로 건축된 별관(Annex)에 해당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계단을 올라와 간단한 보안검색 후에 방문자 스티커를 붙이고 안으로 들어오면, 먼저 왼편에 나오는 방이 현재 사용되는 메릴랜드 주상원 회의장(Senate Chamber)이고,

맞은편에 더 큰 규모의 주하원 회의장(House of Delegates Chamber)이 있어서 입구에서만 잠깐씩 구경했다. "관계자 외 출입불가"

대리석 기둥과 벽면의 복도를 지나면, 아내와 지혜 사이로 살짝 보이는 까만 경계선을 넘어서는 벽과 기둥이 그냥 흰색으로 바뀌는데, 여기서부터가 1772~79년에 건설된 본관이다. 즉 별관이라고 부르는 부분이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기존 주청사 뒤쪽을 터서 증축한 것이었고, 모녀가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까, 여기서 일하시는 여성분이 간단히 안내를 해주셨던 모양이다. 바닥이 벽돌로 되어있던 왼편의 기록실(Archives Room) 안에서 이 건물의 역사 등을 잠깐 알아보고는, 오른편의 중앙홀에 놓여진 전시를 자세히 보러 가까이 갔다.

특수 액자에 들어있는 종이는 1783년 12월 23일에 이 건물에서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이 스스로 미국의 '대륙군 총사령관(Commander-in-chief of the Continental Army)'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던 연설문으로, 신대륙의 왕이 될 수도 있었던 유혹을 뿌리치고 스스로 최고권력을 내려놓았다는 점에서,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미국 역사에서 4번째로 중요한 문서로 거론되기도 한단다. (미국에서 1~3위의 중요한 문서들이 모두 모여있는 곳에 대한 포스팅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옛날 건물의 2층으로 올라가는 층계가 있던 공간인 계단실(Stairwell Room)에는 이 곳이 '미국 의사당(Capitol of the United States)'으로 사용되었던 1783년 11월부터 1784년 8월까지의 역사 등이 소개되어 있다. 즉, 그 기간 동안에 미국 의회가 이 건물에서 열려서 아나폴리스가 미국의 수도였던 셈이고, 그래서 워싱턴이 총사령관 사임연설을 여기서 했던 것이다.

이어지는 상원 위원회실(Senate Committee Room)의 벽난로 위에는 요크타운에서 지휘하는 워싱턴의 전신 초상화가 있고, 다른 벽에는 워싱턴의 사임연설을 직접 들었거나 독립혁명에 기여한 인물들의 초상화가 많이 걸려있다. 미국 독립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파리 조약(Treaty of Paris)도 1784년에 여기서 비준되었기 때문에, 아나폴리스는 독립 전쟁이 끝난 미국의 첫번째 수도인 셈이다.

그리고 옛 상원회의장(Old Senate Chamber)의 중앙에 총사령관 사임을 발표하는 워싱턴의 동상이 만들어져 있었다. 위쪽 발코니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여성은 워싱턴의 아내일거라 생각했는데 아니고... 전직 메릴랜드 식민지 총독의 딸로 워싱턴과도 친분이 있었던 몰리 리다웃(Molly Ridout)인데, 회의장에는 여성의 출입이 안 되던 시절이라 위에서 내려다 보면서 당시 상황을 아주 상세히 기록을 해놓았다고 한다.

중앙홀을 건너서 옛 하원회의장(Old House of Delegates Chamber)의 카펫 위에 잘 만들어 세워놓은 여성 동상은 메릴랜드 태생으로 한때 미국 달러 지폐의 새로운 여성 모델로 거론되었던 흑인해방운동가인 해리엇 터브먼(Harriet Tubman)이다.

회의장은 19세기에 주하원이 열릴 때의 모습으로 아주 잘 복원을 해 놓았다고 한다.

다른 출구 앞에 서있는 동상은 재작년 내셔널하버 여행기에서 반쪽 사진만 보여드렸던 노예제 폐지론자 프레더릭 더글라스(Frederick Douglass)로, 두 흑인의 동상은 2020년에 이 방에 세워졌다고 한다. 두 명 모두 당시 메릴랜드의 출생지가 국립역사공원과 국가유적지로 각각 지정이 되어 있어서, 직접 방문하게 되면 다시 블로그에 상세히 소개될 것 같다.

셀프투어의 마지막 방인 코커스룸(Caucus Room)은 붉은색으로 꾸며져 메릴랜드 주의 역사와 관련된 그림과 물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 은식기 셋트였는데, 의외로 1903년에 진수된 미해군 순양함 USS Maryland에서 사용되었던 그릇들이란다. 이렇게 메릴랜드 주청사 내부 구경을 마쳤는데, 지금까지 들어가 본 미국의 주청사들 중에서 역사적 중요성도 있는 장소이면서 내부를 박물관처럼 가장 잘 꾸며놓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문으로 나갔으면 더 좋았는데) 들어왔던 뒷문으로 다시 나가면서 내려다 보이는 이 붉은 벽돌건물들이 좌우로 늘어선 모습은 지혜 대학교의 전통있는 기숙사 건물들과 참 비슷했다.

주청사의 정면 모습에서 건물 위로 솟은 돔(dome)은 1785~94년에 추가되었는데, 나무로만 만들어진 돔으로는 미국에서 가장 크고,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접혀서 보이는 메릴랜드 주기(state flag)는 캘버트 가문의 문양(노랑/검정 체크)과 어머니쪽 크로스랜드 가문의 문양(하양/빨강 십자가)을 대각선으로 합친 것이다.

조금 걸어서 아나폴리스시 부두(Annapolis City Dock)까지 내려왔는데,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거리가 참 마음에 들었다.

로터리 옆 작은 광장에 누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동상이 만들어져서, 일단 찍고 나중에 찾아보는 '선촬영 후공부'를 해보니... 내가 어릴 때 최초로 '흑인노예'의 존재를 알게 되었던 TV 드라마인 <뿌리> Roots의 원작과 작가를 기념하는 쿤타킨테-알렉스헤일리 기념물(Kunta Kinte-Alex Haley Memorial)이었다. 소설 속에서 1767년에 아프리카에서 쿤타킨테를 싣고 온 노예선이 도착한 곳이 아나폴리스로 되어있어 2002년에 이 기념물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요트들이 떠있는 물길을 따라가면 세번강(Severn River)이 흘러드는 체사피크만(Chesapeake Bay)을 만나고, 한참을 남쪽으로 내려가 델마바반도(Delmarva Peninsula)의 끝을 돌아서 동쪽으로 나가면 대서양을 만나게 된다.

사실 아나폴리스(Annapolis)라는 도시는 메릴랜드 주도라는 것보다 미국 해군사관학교(US Naval Academy)가 있는 곳으로 더 유명하다. 여기서 10분만 걸어가면 무료로 관람이 가능한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이 나오기는 하지만, 다시 방문했을 때를 위해 남겨두기로 하고 주차한 곳으로 돌아갔다.

Main St 정면에 보이는 세인트앤 교회(St. Anne's Church)는 1858년에 만들어졌지만, 저 자리에 아나폴리스 최초의 영국 성공회 교회가 들어선 것은 식민지 시대인 1704년이라고 한다. 이상으로 보스턴에서 출발한 3박4일의 봄방학 여행을 모두 마치고, 마무리는 애난데일 한인타운에서 '짬짜탕'으로 한 후에 버지니아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금요일에 아빠와 둘이서 자연사박물관을 하루 구경하고, 토요일에 이른 벚꽃을 가족이 함께 구경한 후에 일요일 아침 비행기로 따님은 보스턴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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