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니아의 주도는 처음에는 누구나 다 아는 필라델피아였지만, 1799년에 아미시 마을 부근의 랭카스터(Lancaster)로 옮겼다가, 1812년에 현재의 해리스버그(Harrisburg)가 되었다. 처음 붉은 벽돌로 소박하게 지었던 의사당은 1897년에 화재로 완전히 파괴되었고, 두번째는 자금 부족으로 완공이 미뤄지다가, 공모를 통해 당선된 건축가 조셉 휴스턴(Joseph Huston)의 새로운 설계에 따라 1902년에 400만불의 예산으로 미완의 건물을 증축해서 1906년에 완공된 세번째 건물이 지금의 펜실베니아 주의사당(Pennsylvania State Capitol)이다.
의사당 지붕만 멀리서 보며 해리스버그를 지나간게 10번도 넘을텐데, 마침내 '4차 듣보잡 여행'의 두번째 목적지로 정면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사진에 다 들어오지 않는 건물의 좌우 길이는 160 m이고, 중앙부의 최고 높이는 83 m나 된다. 당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어서 계단 가운데 트리가 만들어져 있고,
잔디밭 언덕에도 장식들이 놓여있기는 했는데, 하얀 판자를 끼워서 만든 장식들이 쓰러진 것도 많아 상당히 부실해 보였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연두색 타일로 덮은 중앙돔은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을 참고한 것이라 하며, 그 위에 Commonwealth를 의인화한 높이 4 m의 조각상이 금박으로 덮여있다. 중앙의 기둥들이 쌍으로 만들어져 있는 보자르(Beaux-Arts) 건축양식인데, 그 아래쪽의 좌우로 하얀 대리석 조각 작품이 눈에 띈다.
건물 완공 후 5년이 지나서 입구 좌우로 설치된 이 조각작품들은 모두 약 30명의 남녀가 대부분 나체로 만들어져서 논란이 되었다고 하는데, 북쪽 그룹은 Love and Labor: The Unbroken Law 제목으로 벽면의 농부 남녀를 중심으로 사랑, 교육, 자녀, 종교, 미래 등의 긍정적인 감정을 나타내고,
남쪽 그룹은 The Burden of Life: The Broken Law 제목으로 벽면의 남녀는 아담과 이브이고 그 앞으로 죽음, 노동, 슬픔, 절망과 함께 위로와 희망을 나타낸다는데, 혹시라도 더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해서 영문 위키피디아 내용을 직접 읽어보시기 바란다. 그리고 사진이 잘 안 나와서 그렇지 최고급 이탈리아 카라라(Carrara) 대리석을 깍아서 만든 작품이다.
의사당 내부는 일반에 매일 개방되고, 정해진 시간에 진행되는 무료 투어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안내판이다. 정문으로 들어가 간단한 보안검색을 거치면 바로 중앙 로툰다(Rotunda)가 나오는데...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중앙에서 불을 밝히고 있었다. 트리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지만, 정면으로 넓은 대리석 계단이 중간층에서 좌우로 갈라져 2층으로 올라가는데,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를 역시 따라한 것이란다.
1906년 개관식에 참석했던 루스벨트 대통령이 "가장 멋진 의사당"이라 칭찬했고, 곳곳의 화려한 장식 및 많은 조각과 벽화, 스테인드글래스 등으로 '예술의 궁전(Palace of Art)'이라 불리기도 한단다.
로툰다 주변으로 작은 전시공간들이 만들어져 있는데, 중앙돔 꼭대기에 세워진 커먼웰스 동상의 복제품 등을 보여주고 있다.
견학을 온 초등학생들 틈에 끼어서 설명을 들으며 따라 다녀볼까 하다가... 그냥 브로셔를 들고 혼자 돌아다니기로 했다. ㅎㅎ
사방의 반원형 벽화는 "현대 문명에 대한 펜실베이니아의 영적 및 산업적 기여"를 상징한다고 하며, 그 사이의 원형에 그려진 인물들은 각각 예술, 정의, 과학, 종교를 설명한다. 그리고 위아래로 보이는 글귀는 펜실베니아 식민지를 만든 윌리엄 펜(William Penn)의 소위 '거룩한 실험(Holy Experiment)' 선언문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2층의 주지사 사무실(Governor's Office)을 들어가 볼 수 있다고 해서 찾아와 봤다.
나무로 마감된 벽과 그 위의 벽화가 크리스마스 장식과 어울려서 아늑한 느낌을 줬는데, 사진애는 안 보이지만 비서와 경비원(?) 두 명이 실제로 근무하는 책상이 놓여있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옛날 집무실이었던 이 방은 현재는 리셉션룸으로 불리며, 저 책상에서 중요발표나 조약체결 등의 행사를 진행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단다. 미국 의사당에 오면 꼭 찾아봐야 하는게 상하원 회의실인데, 이 때는 관람석 입구를 찾지 못해서 헤매다가 건물을 관통해 반대편 출구로 나갔다.
신관이라 할 수 있는 이스트윙(East Wing)은 1987년에 추가로 만들어졌고, 분수대 너머의 공원과 기념탑은 펜실베니아 출신의 군인들을 기리는 것이라 한다.
뒤돌아 보면 이렇게 생겼는데, 원래의 건물과 같은 버몬트 화강암을 외장으로 써서 아주 조화롭게 연결된 느낌이다. 밖으로 빙 돌아서 주차한 곳으로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상하원 회의실을 다시 찾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보안검색을 거쳐 안으로 들어갔다.
해답은 처음 들어왔던 입구의 바로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관람석과 연결된 4층 중앙부로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상원 회의실(Senate Chamber)은 조명을 켜놓지 않아서 어두웠는데, 특히 벽의 몰딩 등은 아일랜드에서만 나오는 특별한 녹색의 코네마라(Connemara) 대리석을 수입해와 장식한 것이라 하며, 전면을 가득 채운 벽화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반대편의 하원 회의실(House Chamber)은 방금 견학생들이 다녀가서 그런지 불을 환하게 켜놓은데다, 전체가 금빛으로 번쩍여서 유럽 황실의 궁전이나 오페라 극장을 보는 듯 했으며, 여기 벽면 아래쪽을 덮은 것은 또 프랑스에서 수입한 피레네(Pyrenees) 대리석이란다. 이외에도 대법원(Supreme Court)을 또 관람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지만, 주차 시간이 다 되어 가는 듯 해서 1층으로 바로 내려갔다.
중앙 계단의 좌우를 밝히던 전기 조명과 결합된 조각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양식으로 지어진 미의회 도서관인 제퍼슨 빌딩을 떠올리게 했다. 이렇게 화려한 건물 뒤에는 흑역사도 있는데, 최종 공사비가 원래 계획의 3배가 넘는 1,300만불이나 들어서 비난 여론과 함께 조사가 진행되었고, 결국 건축가 휴스턴과 다른 관료 4명이 비용을 부풀려 뇌물을 받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되어 2년간 옥살이를 했단다~ 이렇게 그 날의 두번째 목적지 방문을 마치고, 이제 필라델피아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다시 고속도로를 달렸다.
P.S. 이 글이 2024년의 마지막 포스팅이네요~ 올해도 위기주부의 블로그를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즐겁고 안전하고 건강한 연말 보내시고, 을사년(乙巳年) 2025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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