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

포토맥 강 하구의 버지니아에 있는 조지 워싱턴 탄생지(George Washington Birthplace) 준국립공원

위기주부 2023. 8. 3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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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POTUS(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라는 직업을 가졌던 사람들은 45명인데, 태어나거나 살았던 집이 연방정부가 관리하는 국립 공원으로 지정된 사람은 약 15명이다. 그 중에서 가장 최근 인물은 대륙횡단 여행기에서도 언급했던 아칸소 주 출신의 42대 클린턴 대통령으로, 태어난 시골집이 President William Jefferson Clinton Birthplace Home National Historic Site로 2010년에 지정되었다. 그리고 이에 해당하는 가장 옛날 사람은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초대 워싱턴 대통령이다.

조지워싱턴 탄생지 준국립공원(George Washington Birthplace National Monument)은 포토맥 강이 체사피크 만과 만나는 하구에 가까운 버지니아 주의 시골에 위치해 있어 '우리 동네 별볼일 없는 국립 공원들' 시리즈 제작이 아니었다면 절대 지나갈 일이 없는 외딴 곳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공원 입구 로터리에 서있는 Memorial Obelisk는 1896년에 전쟁부에서 DC의 워싱턴 기념비 1/10 크기인 50피트 높이로 만들어서 지금의 Memorial House가 있는 자리에 세웠다가, 1930년에 내셔널모뉴먼트로 지정이 되면서 현재의 이 위치로 옮긴 것이다.

넓은 주차장의 제일 가장자리 그늘진 곳에 차를 세우고, 붉은 벽돌로 나지막히 잘 만들어 놓은 비지터센터로 들어가 본다.

안내 데스크의 유리 아래에 커다란 버지니아 주 지도가 깔려있는데, 가족의 아빠가 입은 파란옷에도 "The Great State of Virginia"라는 문구와 함께 지도가 그려져 있다. 극장에서 이 곳을 소개하는 안내영화를 봤지만, 너무 옛날에 만든거라서 화질이나 내용이 그렇게 볼만하지는 않았다. 국립공원청에서도 불만을 알고는 있는지 독립 250주년인 2026년까지 새로운 영화를 만들거라고 미리 자막으로 알려주더라는...^^

공원 브로셔에 있는 수채화 풍으로 그려진 조감도에서 중요한 부분만 잘라서 보여드린다. 1657년에 영국에서 건너온 증조 할아버지가 처음 북쪽의 Bridges Creek에 플랜테이션(plantation)을 만들었고, 아버지가 여기 Popes Creek 지역까지 농장을 확장하면서 "Wakefield"라 불린 집과 다른 건물들을 1720년대에 만들었지만 1779년의 화재로 모두 불탄 후에 버려졌다고 한다.

비지터센터를 통과해 강가를 따라 걸어가는 길의 모습인데, 커다란 직육면체의 나무토막으로 축대와 가장자리를 만들어 놓은 것이 아주 운치가 있었다.

걸어가는 중간에 있던 이 안내판의 내용을 읽어보니까, 국립공원청에서 대통령의 출생지를 보존하는 이유가 우상화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태어나고 성장한 환경을 기록하고 연구하는 것이 그 사람을 이해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으로 돌출된 Cedar Grove 갈림길에 놓여진 나무 벤치도 아마도 식민지 시대, 즉 콜로니얼 스타일(Colonial Style) 모습으로 만들어 놓은 것으로 추측이 된다.

먼저 지도에 콜로니얼가든(Colonial Garden)이라 표시된 곳을 둘러보니까, 실제로 식민지 시대에 키웠던 허브와 꽃들을 지금도 키우고 있었다. 정원이 정리나 청소가 깔끔하게 되어있지는 않은 느낌이 많이 드는데, 궁전의 정원이 아니니까 이런 상태가 당시의 실제 모습에 가까울 수도 있겠다...^^

빨간 임시 펜스가 쳐진 곳이 실제 조지 워싱턴이 1732년 2월 22일에 태어난 집이 있던 장소인 Birthplace Site이고,

그 뒤에 서있는 2층의 빨간 벽돌집이 Memorial House인데, 준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인 1920년대부터 록펠러 재단의 지원으로 이 집과 부속 건물들을 복원하는 사업이 추진되어 1931년에 완공이 되었고, 탄생 200주년이던 1932년에 박물관으로 일반에 공개되었다고 한다.

박물관의 내부는 수~일요일에 하루 두 번 진행되는 가이드투어를 통해서만 들어가 볼 수 있는데, 모두 200년 이상된 18세기 식민지 시대의 가구들로만 꾸며져 있고, 그 중의 테이블 하나는 실제로 워싱턴이 태어난 집에서 잠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단다.

그리고 1968년에 식민지 시대의 모습으로 실제 말과 가축을 키우는 콜로니얼팜(Colonial Farm)까지 추가가 되면서, 이 곳은 조지 워싱턴을 기리는 '살아있는 기념관(Living Memorial)'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플랜테이션 북쪽의 Dancing Marsh 늪지를 건너는 도보다리(footbridge)가 잘 만들어져 있어서 건너가볼까 했는데,

건너가서 루프 트레일을 따라서 빙 돌아오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듯 해서, 이렇게 중간쯤에서 시원한 경치만 구경을 하고는 돌아섰다.

물길이 틔여진 쪽을 줌으로 당겨서 자세히 보면, 하얀 모래톱 너머가 포토맥 강(Potomac River)의 본류이고, 그 뒤로 희미하게 파란 줄처럼 보이는 땅이 강건너 메릴랜드(Maryland) 주이다.

지금은 이 곳이 미국에서 그 흔한 고속도로까지도 1시간 이상 걸리는 시골 중의 시골이지만, 조지 워싱턴이 여기서 태어났을 때는 안내판의 그림처럼 전세계를 누비는 무역선들이 바로 앞으로 지나다니고, 강을 따라서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의 다른 대농장주들과 교류가 가능해서, 최신 문물과 소식을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버지니아 식민지의 '동맥(artery)'과도 같은 장소였던 셈이다.

어린 조지는 3살까지만 여기서 살고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가, 11살에 아버지가 사망하자 홀어머니와 함께 대농장을 꾸려나가는 농부(farmer)가 된다. 그 후 16살에 측량사(surveyor)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관련 포스팅을 보시리면 클릭), 21살에 내륙에서 동진하는 프랑스인들과 맞서 싸우는 버지니아 민병대 소속의 군인(soldier)이 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조금 북쪽에 증조 할아버지가 처음 정착했던 곳에는 아버지를 포함한 가족묘지(Family Burial Ground)도 있다지만 들리지는 않았다. 주차장으로 돌아가서는 바로 차를 몰고 포토맥 강을 가장 하류에서 가로지르는, 버지니아 킹조지 카운티(King George County)와 메릴랜드 찰스 카운티(Charles County)를 잇는 301번 국도의 다리를 건너서 또 다른 거의 알려지지 않은 국립 공원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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