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

남군 최후의 도박이었던 모노카시 국립전쟁터(Monocacy National Battlefield)와 포트스티븐스(Fort Stevens)

위기주부 2023. 10.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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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의 막바지였던 1864년 6월, 버지니아 피터스버그(Petersburg)에서 북군의 총공세를 힙겹게 막아내고 있던 남군 총사령관 리(Lee) 장군은 15,000명의 병력을 주발 얼리(Jubal Early)에게 주면서 몰래 쉐난도어 계곡으로 우회해서 워싱턴DC를 기습 공격할 것을 명령한다. 이미 기울어진 전세를 뒤집기에는 늦었지만, 북군의 수도에 직접적인 피해를 일으켜 링컨 정권에 타격을 줘서 휴전협상을 이끌어 내거나, 또는 그 해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반전파가 유리해지도록 하기 위한 최후의 도박을 한 것이다.

그 보다 2년전인 1862년 9월에 남군이 처음으로 포토맥 강을 건너서 싸웠던 앤티텀 전쟁터를 구경하고 시간이 빠듯했지만, 약 8만의 인구로 메릴랜드 주에서 2위 도시인 프레더릭(Frederick) 근처의 모노카시 국립전쟁터(Monocacy National Battlefield)를 또 찾아왔다. 자동차 앞유리를 통해서 공원의 간판 사진을 급히 찍고는 왼편의 비지터센터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인구수 1위인 볼티모어는 약 60만^^)

안내판 오른쪽의 마름모 모양 지도에 회색으로 표시된 경로로 우회한 얼리(Early)의 남군 15,000명이 7월 9일에 이 곳에서 루 월러스(Lew Wallace) 소장이 이끄는 북군 6,600명과 전투를 벌였다. 월러스는 대부분 전투 경험이 없는 신병 3,200명을 데리고 볼티모어에 주둔하고 있다가, 북군 총사령관 그랜트가 급히 보낸 3,400명과 함께 허겁지겁 도착해서 두 배가 훨씬 넘는 적군과 싸우게된 것이었다.

하루 동안 전투가 벌어진 여러 장소들이 앞서 안내판 왼쪽의 공원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만, 시간이 없어서 한 곳도 직접 방문하지는 못했으므로, 전투가 벌어졌던 농장에 남아있는 건물과 기념비 및 전투 내용 등이 궁금하시면 공원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란다.

옥색 지붕이 특이했던 비지터센터에 들어가니, 직원이 전시실은 의외로 2층이라고 안내를 해줬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입구에 <Monocacy: A Battle for Time>이라 적혀 있는 의미는 차차 아시게 되고... 모노카시 강은 포토맥 강의 지류로 원주민들이 "river with many bends"라는 뜻의 Monnockkesey로 부른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란다. 윗줄 오른편의 까만 턱수염이 북군 지휘관 월러스(Wallace)로, 그는 전쟁이 끝나고 뉴멕시코 준주의 지사로 재임하면서 역사소설을 하나 출간하는데, 영화로도 만들어져 누구나 알고 있는 그 책의 제목은 바로 <벤허> Ben-Hur: A Tale of the Christ 이다.

이 전투 직전까지의 남북전쟁 상황 등을 설명하는 전시물 앞에서, 아이 한 명이 바닥에 앉아 쥬니어레인저 과제를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다.

리치먼드에서 출발했던 남군의 우회로가 가운데 큰 지도에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고, 세부적인 전투 상황이 위에 기재되어 있다. 결과는 예상대로 북군이 1,300명의 사상자를 내고 볼티모어로 패퇴했고, 남군은 그보다 적은 900명의 사상자 피해만 보고 여기서 야영한 후에 다음날 워싱턴DC로 계속 진군을 해서 11일 정오에 도착했지만, 그 날 오후에 포토맥 강을 거슬러 배를 타고 올라온 많은 북군이 수도 방어를 위해 증원되었다.

즉, 월러스의 북군은 모노카시 전투에서는 패했지만, 남군의 진군을 하루 지연시켜서 수도 워싱턴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7월 12일의 포트 스티븐스 전투(Battle of Fort Stevens)는 남북전쟁에서 유일하게 워싱턴DC 내에서 발생한 교전으로, 특히 링컨 대통령이 직접 참관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링컨은 남군의 예상되는 습격과 무더위를 피해서 백악관을 떠나 북쪽으로 4마일 정도 떨어진 여름 별장으로 피신해 있었는데, 하필이면 그 근처로 남군이 공격을 해온 것이었다나...^^

 

남북전쟁 당시에 워싱턴DC는 반란군의 주력인 버지니아와 접해 있고, 나머지 3면은 중립이지만 노예주인 메릴랜드에 둘러싸여 있어서 수도를 지키기 위해 빨간 점으로 표시된 많은 군사시설을 급하게 지었다. 그래서 1864년경에 무려 93개의 포대(battery)에 설치된 800문의 대포와 68개의 요새(fort)를 연결하는 30마일의 군용도로로 에워싸진 DC는 세계에서 가장 방어가 잘 된 도시가 되었고, 그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17곳은 Civil War Defenses of Washington 이름으로 국립공원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남군이 쳐들어 왔다는 소식에 링컨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함께 직접 스티븐스 요새로 향했고, 1892년에 그려진 위의 그림처럼 요새 의 난간(parapet)에 올라서서 "저 반군 놈들을 당장 격퇴하라"고 소리쳤단다! 안 그래도 큰 키에 높은 모자까지 써서 남군 저격수들이 알아보고 쏜 총알들이 빗발쳐서 옆에 있던 주치의까지 총에 맞자, Oliver Wendell Holmes, Jr.라는 젊은 장교가 다음과 같이 고함을 질렀다~

“Get down, you damn fool!”

대통령에게 "내려오라고, 이 빌어먹을 멍청아!"라고 소리쳤던 홈스는 1902년에 미국의 대법관이 되어 30년간 일했다고...^^

그 상황을 직접 목격했던 퇴역 군인들이 1920년에 만든 기념물이 당시 링컨이 서있던 자리에 지금까지 세워져 있다는데, 동판의 그림은 더 리얼하게 바로 옆의 사람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흔히 '포트 스티븐스 사건'으로 불리는 이 순간은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전쟁터에서 적군의 사격에 노출되었던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경우라고 한다.

이상으로 지난 8월의 토요일 하루만에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가 있는 캐탁틴 산악공원과 두 곳의 남북전쟁 격전지를 둘러봤던 메릴랜드 주 서쪽의 여행기 3편이 모두 끝났는데, 가을 단풍이 다 떨어지기 전에 이번에는 메릴랜드 주의 동쪽으로 다른 특이한 국립 공원과 유명한 NASA 연구소 등을 구경하러 또 한 번 시간을 내볼까 하는 욕심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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