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크레이터레이크

고인 물은 썩지 않는다. 다만 겁나게 파랄 뿐이다~ 미국 오레곤주 크레이터레이크 국립공원에서...

위기주부 2011. 2. 8.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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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09.7.11 ~ 2009.7.11 (1일)
컨셉 : 30일간의 미국/캐나다 서부 자동차 캠핑여행
경로 : Rim Village → Sinnott Memorial Overlook → Steel Information Center
 

여행기에 쓸 사진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사진의 '색깔(color)'로 많이 고민한 것은 처음이다. 그 날의 느낌으로는 더 파래야 할 것 같은데, 너무 파랗게 하면 뽀샵이라고 안 믿을 것 같고...^^ 과연 'GREAT DEEP BLUE'의 정확한 색좌표는 어떻게 될까?


미국/캐나다 서부 30일 캠핑여행
의 끝무렵인 26일째, 약간은 지쳐있던 우리 가족에게 정신이 번쩍 드는 충격을 줬던 오레곤(Oregon)주의 크레이터레이크(Crater Lake) 국립공원의 Rim Village로 왔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공원의 지도와 소개를 보시려면 직전의 여행기를 클릭)


카페에서 커피 한잔 뽑아 들고는 호수쪽으로 걸어가는 여기는 해발 2,165m이다.


백두산 천지와 마찬가지로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칼데라호인 이 크레이터레이크(Crater Lake)는 지름이 거의 10km이다. EFS 10-22mm 광각렌즈로도 어차피 전체 모습을 담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차라리 호수 좌우를 막고 서있는 나무들이 고맙게 느껴졌다.


지금 지혜가 보고있는 안내판의 그림에 나와있지만, 옛날에는 지금 우리가 서있는 곳 앞에 정상의 높이가 3,700m 정도로 추정되는 마자마산(Mount Mazama)이 있었는데, 약 7,700년전의 화산폭발로 높이 1,000m 이상의 산봉우리 전체가 공중으로 날라가거나 깊은 땅 속으로 꺼졌다고 한다. 그 후로 여기에 물이 고여서 지금의 호수가 만들어진 것인데, 수심이 깊은 곳은 -593m로 미국에서는 제일 깊은 호수이고, 전세계에서도 9번째로 깊은 호수라고 한다.


Rim Village 동쪽에 있는 객실에서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다는 Crater Lake Lodge의 모습... 엄청 비싸겠지?


아담하고 멋지게 지어진 Rim Village의 비지터센터 건물앞에서~


호수바닥까지 파랗게 만들어 놓고는 그 위에 투명한 플라스틱을 덮어놓은 모형을 지혜와 금발의 꼬마가 만지고 있다.


크레이터레이크 국립공원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곳이 Rim Village에서 조금 걸어내려가야 하는 시노트전망대(Sinnott Memorial Overlook)이다. 내려갈수록 가까워지는 파란 호수에 넋을 잃고 절벽을 따라 조금 걷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지붕이 있는 절벽중턱에 만들어진 반원형의 전망대에 도착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냥 비를 피하라고 지붕을 만들어 놓았다고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저 지붕을 만들어 놓은 진짜 이유를 알게 된다.


여기 서서 찍은 여러장의 사진들로 파노라마를 만들어볼까 잠시 생각했지만, 다 소용없는 짓이다...^^ 왼쪽에 보이는 섬은 마녀의 고깔모자를 닯았다고 Wizard Island라고 부르는데, 대폭발이 있은 후에 다시 용암이 분출되어서, 호수속에서 솟아 오른 것이라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어떤 사람이 여기를 다녀간 후에 크레이터레이크 국립공원 관리자를 고발했는데, 이유인즉슨 호숫물이 자연적으로는 이렇게 파랄 수가 없으니, 뭔가 페인트나 약품을 물에 타서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건물 안쪽의 전시를 보러가다 뒤돌아 보았을 때, 왜 답답하게 지붕을 만들어 놓았는지를 깨달았다! 낮은 지붕이 파랗지도 않은 하늘을 가려서 호수의 풍경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비현실적인 풍경의 아이맥스 영화를 보고있는 느낌이랄까? 이 전망대를 만든게 1931년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들의 혜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02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서, 100주년이 되던 2003년에 40만불을 들여 이 전망대의 내부 전시를 모두 새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지금 보고 있는 것은 화산이 폭발해서 호수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이다. 지하에 있는 펄펄 끓는 용암이 산 옆구리를 뚫고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벽의 그림은 화산폭발의 규모를 비교한 것인데, 제일 위의 티스푼 한숫갈이 미국에서 1980년에 폭발해 57명의 인명을 앗아간 세인트헬렌스(St. Helens) 화산의 규모라면 크레이터레이크를 만든 마자마(Mazama) 화산은 가운데 우유 3팩으로 약 200배 규모라고 한다. 물론, 제일 아래에 있는 큰 양동이는 슈퍼화산(super volcano)인 옐로스톤으로 마자마 화산의 또 40배 규모였다고 한다.


이외에도 여기에는 이 곳의 아름다운 사계절 모습들과, 그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100여년의 노력에 대해서 설명해 놓았다.


주차장으로 올라오며 마지막으로 돌아본 호수의 모습이다. 크레이터레이크는 모든 테두리가 절벽으로 둘러쌓인 완전히 고립된 호수로 물의 공급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비가 유일하고, 또 증발에 의해서만 물이 사라진다고 하는 그야말로 완전히 '고인 물'인데, 이렇게 푸르고 맑을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다음번에는 꼭 물가까지 내려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공원 출구로 차를 몰았다. (물가로 걸어내려가 절벽에서 호수로 다이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시려면 퀵실버님의 여행기를 보시기 바람)


남쪽 출구의 삼거리에 있는 Steel Information Center와 Park Headquarters 건물이다.


'스틸안내소'는 강철(steel)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고, 벽난로 위 흑백사진의 주인공인 '크레이터레이크 국립공원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스틸(William G. Steel)을 기념한 것이다. 실내에 가득한 사람들은 여기서 보여주는 안내영화를 기다리고 있는데, 영화는 화산폭발의 스펙타클보다는 이 지역 클라마스(Klamath) 인디언의 전설을 주로 이야기했다. 그들의 조상은 약 1만년전부터 이 땅에 살았다고 하니, 엄청난 화산의 폭발을 직접 보았을 것이고, 구전된 목격담은 지금도 전설로 남아있다고 한다.

이제 오레곤주를 떠나면서... 오레곤주의 해안도로도 다 달리지 못했고, 포틀랜드같은 도시와 다른 내륙의 관광지들도 하나도 구경하지 못했지만, 다시 오레곤에서 딱 한 곳만 마지막으로 구경할 수 있다면 나는 후회없이 여기를 또 찾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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