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극장에서 2016년 초연된 순수창작 뮤지컬인 <어쩌면 해피엔딩>이 2020년 애틀란타 공연을 거쳐 작년에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고, 올해 6월에 미국 최고 권위의 공연예술 시상식인 토니어워즈(Tony Awards)에서 작품상, 극본상, 음악상, 연출상, 남우주연상, 무대디자인상의 6개 부문에 선정되어 최다 수상작의 영예를 차지했다는 것은 뉴스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10월초에 2박3일 일정으로 또 맨하탄으로 놀러간 기회를 이용해서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을 직접 관람하기로 했다.

먼저 오리지널 공연 포스터를 보여드리면, 영어제목은 그대로 직역해 <Maybe Happy Ending>으로 줄여서 'MHE'로 불리기도 한다. 가까운 미래의 한국이 배경이고 서울, 화분, 제주 등의 한국말이 대사에 나오지만, 남자 주인공은 물론이고 여자 주인공도 중국계로 둘 다 미국인이다. 소니가 제작하고 넷플릭스가 히트시킨 '케데헌'과 마찬가지로, 뉴욕 브로드웨이 베테랑들이 제작과 연출을 맡아서 미국 관객들이 좋아할 작품으로 재탄생한 'K-뮤지컬'이라 할 수 있다.

(사진 분량을 늘리기 위해^^) 뮤지컬을 보러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관광했던 곳을 잠깐 소개하면, 맨하탄에서 가장 유명한 교회인 트리니티 처치(Trinity Church)로 겉모습만 몇 번 보다가 이번에 처음 멋진 내부를 구경했는데,

특히 정면 제단의 스테인드글래스와 조각들이 인상적이었다. 덤으로 아주 수준 높은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공짜로 한참 듣다가, 문득 여기에 다른 뮤지컬의 실제 주인공이 묻혀있다는 사실이 떠올라서 위치를 찾아본 후에 남쪽 묘지를 찾아 밖으로 나갔다.

피라미드 형상의 대리석이 세워진 곳이 알렉산더 해밀턴의 묘지이며, 많은 방문객들쪽으로 앞에 놓여진 하얀 석관은 아내 일라이자 스카일러, 그리고 사진 제일 오른편에 보이는 석판은 아버지를 모욕한 남자와의 결투로 19살에 죽은 아들 필립의 묘비이다.

위기주부가 이렇게 그를 직접 참배하는 이유도 모두 옛날에 LA에서 봤던 뮤지컬 <해밀턴>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다음에는 따로 시간을 내서 맨하탄 북쪽에 있는 그의 집을 보존한 국립 공원도 꼭 방문을 해보고 싶다. 또 해당 뮤지컬의 브로드웨이 공연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까, 뉴욕에 갈 기회가 있을때마다 열심히 'HAM4HAM' 로또도 꾸준히 응모를 해볼 생각이다.

더 넓은 북쪽 묘지에서는 해밀턴의 처형인 안젤리카 및 작년 4월에 찾아간 국립사적지 주인공인 앨버트 갤러틴 등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근처 백화점을 한참 구경한 후에 지하철을 타고 타임스퀘어로 이동했지만, 따님은 토요일인데도 급한 업무로 함께 저녁 먹을 시간도 없다고 해서, 바로 극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리 부부만 일식집에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

벨라스코 시어터(Belasco Theatre)는 1907년에 문을 열어 브로드웨이에서도 유서 깊은 공연장으로 건물 전체가 뉴욕시 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있단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찾아보니까 위기주부는 정확히 10년전의 뮤지컬 <레미제라블> 이후로 처음 보는 브로드웨이 공연이었지만, 우리집 모녀는 2018년 겨울에 둘이서만 뉴욕을 방문했을 때, 하루에 두 편을 본 적도 있으시다.^^

입장을 하면서 벽에 붙은 포스터들을 찍은 것으로, 토니상 수상 후에 연장 공연이 결정되고 남자 주인공만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었는데, 바뀐 배우도 이미 다른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주연을 맡은 적이 있단다.

저녁을 못 먹은 딸을 위해서 파리바게뜨 빵을 사서 박스오피스가 있는 작은 로비에서 기다렸는데, 따님이 공연시작 거의 5분전에 도착해서 먹을 시간도 없고 가지고 들어갈 수도 없어서 그냥 밖에 놔두고 함께 입장을 했다. 중간에 쉬는 시간도 없는 공연이라 걱정을 했지만, 정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재밌게 봐서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고...ㅎㅎ

우리 자리에 앉아서 뒤돌아 극장을 올려다 봤는데, 박스석 위에 그려진 벽화하며 발코니 나무 난간의 조각 등이 정말로 고풍스러웠다. 전체 좌석수가 1천석 정도 되는 중형 극장이지만, 이 날 토요일 저녁 7시 공연은 거의 매진이었다.

공연 시작전에 다른 무대장치는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로 제임스가 LP로 재즈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 뉴욕 한복판에서 영어 제목과 함께 한글로도 '어쩌면 해피엔딩'이라 써놓았는데, 케데헌 싱어롱과 뮤직비디오에서 한국말 가사를 그대로 화면에 띄우는 것처럼 한글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또 실감했다.

한국보다 커진 규모에 맞춰 새롭게 창조된 무대 디자인이 정말 볼만했는데, 주무대인 올리버와 클레어의 방이 각각 좌우로 움직여서 가운데 복도를 만들기도 하는 등 아주 참신했다. 특히 위 사진에서 가장자리에 하얀 선으로만 보이는 칸막이가 일종의 조리개(iris) 역할을 하듯이 움직여서, 관객들이 보기에는 마치 화면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같은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정말 창의적이었다. (더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해서 무대 디자이너의 뉴요커 인터뷰 영상을 한글 자막으로 보시면 됨)
그리고 별도의 재즈싱어가 등장하는 것도 한국 공연과의 차이점이라 한다. 한국 오리지널 뮤지컬 넘버에서 몇 곡이 빠지고 새로 추가된 곡들 중에 위의 사진은 <Jenny>를 부르는 장면으로 사진이나 곡명을 클릭 또는 터치해서 직접 노래를 들으실 수 있다. 마침 우리집 따님의 영어 이름과 같아서, 뮤지컬을 다 보고 나오면서 남친에게 연습해서 불러달라고 해야겠다고...ㅎㅎ

무대 전체를 프로젝션 스크린으로 사용하는거야 이제 일반적이지만, 특히 주인공들의 시점으로 저장된 과거 영상을 보여주며 스토리를 끌어간다거나, 제주도 숲에서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장면을 비롯해 첫키스와 기억을 삭제하는 등의 극적인 순간에 더할나위 없어 멋지게 활용이 되었다. 어찌보면 뻔한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주인공들이 로봇이라는 설정이 모든 상황을 다르게 또는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재미있고 작품성도 있는 뮤지컬이었다.

하루 종일 맨하탄을 돌아다녔더니 위기주부의 오래된 핸드폰은 방전되서 죽었고, 모녀는 너무 열심히 박수를 친다고 무대인사를 찍지를 못해서, 마지막 사진도 비슷한 위치에서 찍은 걸로 하나 가져왔는데, 이렇게 단 4명만 출연을 하는 공연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뮤지컬 <Maybe Happy Ending>은 오는 1월말까지 뉴욕 벨라스코 극장에서 계속 무대에 오르고, 내년 가을부터는 전미 순회공연이 계획되어 있으며, 그 후에는 브로드웨이 버전으로 한국에서도 공연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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