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

영화 <패트리어트>의 마지막을 장식한 전투가 실제로 벌어졌던 사우스캐롤라이나 카우펜스(Cowpens)

위기주부 2026. 6. 1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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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전쟁을 다룬 영화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2000년작 <패트리어트: 늪속의 여우>가 있다. 멜 깁슨이 연기한 주인공인 '벤저민 마틴'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실제로 영국군을 상대로 유격대를 이끌고 게릴라전을 벌여서 영화의 부제인 "Swamp Fox"란 별명을 얻었던 프랜시스 메리언(Francis Marion), 영국군이 자신의 집을 불태워서 복수심과 분노를 품고 참전한 토머스 섬터(Thomas Sumter), 그리고 이제 소개하는 전투의 민병대 지휘관이었던 앤드루 피켄스(Andrew Pickens)를 조합해 만들어졌다.

공원으로 들어가며 앞 유리창 밖으로 급하게 찍은 카우펜스 국립전장(Cowpens National Battlefield)의 간판이다. 전투가 벌어졌던 1781년 1월 17일에는 그냥 소를 키우던 넓은 목초지라 '소 목장(cow pens)'으로 불린 것이 지금은 하나의 지명이 되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사라토가 전투에서 활약했던 '499대 태형'의 주인공 대니얼 모건(Daniel Morgan) 준장이 지휘한 대륙군이 민병대와 합세하여, 영국군의 악명 높은 배나스터 타를턴(Banastre Tarleton) 중령의 정예 부대 1,100여명을 완전히 격파한 기념비가 현대식 비지터센터 앞마당에 서있는 것이 좀 의아했는데, 원래 1930년대초에 공원밖의 인근 교차로에 만들어졌던 것을 1970년대말에 이리로 이전을 한 것이란다.

그 넓은 앞마당 바닥에는 전편에서 설명한 오버마운틴 빅토리 국가역사로의 문양도 새겨져 있는데, 여기서 양측 정규군이 격돌하기 3개월 전인 킹스마운틴 전투의 전날밤에 당시 산을 넘어온 민병대원들이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출격한 장소가 공교롭게 여기 목초지였단다.

비지터센터에는 여기서 활약한 5명의 초상화가 걸려있어서 차례로 설명을 해보면, 제일 오른쪽이 모건 장군이고 그 옆에 대륙군 보병을 이끈 존 하워드(John Howard) 중령은 미안하게 완전히 가려졌다.^^ 중앙의 민병대장은 아래에 따로 보여드리고 그 왼편은 대륙군 기병대의 윌리엄 워싱턴(William Washington) 중령으로 조지 워싱턴의 친척이란다. 마지막 제일 왼쪽이 영국군 타를턴 중령으로 그는 전 해 5월의 왁쇼 전투(Battle of Waxhaws)에서 항복한 대륙군을 학살한 부대의 지휘관이라서, 영화 <패트리어트>의 악역인 '윌리엄 태빙턴' 대령의 모델이 되었으나... 영화와 실제와의 차이 등은 마지막에 원본 초상화와 함께 다시 알려드린다.

왠지 만화 캐릭터처럼 보이는 앤드루 피켄스 민병대장의 초상화로 엄격하고 독실한 장로교 신자라서 병사들은 그를 ‘싸우는 장로님(The Fighting Elder)’이라 불렀단다. 찰스턴 함락 후에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 이상 싸우지 않겠다고 영국측에 약속했지만, 왕당파 민병대와 영국군이 그의 농장을 약탈하면서 다시 참전하게 된 것과, 이 전투에서 선두의 민병대가 '두 발만 쏘고 후퇴'한 후에 측면으로 빠져 포위 공격을 지휘한 것 등이 영화와 정확히 일치하며, 전후 준장으로 승진하고 연방 하원의원으로도 선출되어 정치인으로 활동했단다.

전시관의 입구는 독립전쟁 당시에 내전의 양상을 띄었던 캐롤라이나 식민지의 상황을 반영한 문구를 양쪽에 배치했고, 독립군과 민병대 및 영국군의 모습을 판으로 만들어서 많이 세워 놓았다. (제일 오른편은 진짜 사람^^)

극장이 따로 없어서 그런지 전시관 안쪽에 원형 좌석들을 만들어 놓았는데, 정해진 상영 시각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은 듯 해서 먼저 비지터센터를 관통해 밖으로 나가 보았다.

공원 브로셔에 표지로 사용된 그림이 보이는 안내판에도 여기서 벌어진 카우펜스 전투가 정확히 9개월 후 요크타운에서의 최종 승리의 '전주곡(Prelude)'이었다는 설명이다. 전장을 둘러보는 1마일 순환 트레일은 나무 아래에 손녀를 데리고 온 노부부의 뒤로 보이는 옛날 도로를 따라 가다가 숲속을 지나 돌아오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시간이 촉박한 위기주부는 이번에도 숲속에 있는 옛날 기념물 하나만 바로 찾아보기로 했다.

앞서 언급한 대륙군 기병대장 워싱턴 중령을 기리는 이 '쇠기둥'은 남부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독립전쟁 기념물이라는데, 너무 좀 빈약한 듯 해서 찾아보니까 1856년에 여기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꼭대기 둥근 대포알 위에 독수리 형상이 있었지만, 누군가가 그 조각상을 훔쳐 가 버렸단다... 그리고 영화 장면처럼 태빙턴 대령과 직접 칼싸움을 한 사람은 민병대장이 아니라, 실제로는 워싱턴 중령이었으며 악당이 칼에 찔려 죽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부상만 입고 살아서 후퇴를 했단다.

여기서 볼거는 다 봤으니 바로 뒤돌아서 비지터센터로 돌아가다가, 날씨가 너무 좋아서 파란 하늘을 가운데 두고 사진 한 장 찍었다~

예상대로 중앙 천장에서 스크린이 내려와 안내 영화를 상영하고 있어서 잠깐 관람했다. 독립군을 지휘한 모건 장군은 화면과 같이 3단계 방어선을 만든 후에 피켄스의 민병대와 하워드의 보병이 모두 일부러 후퇴하는 척 하다가 적군을 둘러싸는 '이중 포위(Double Envelopment)' 작전으로 완승을 거둬서, 카우펜스는 독립전쟁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완벽한 전술이 구사된 전투로 평가를 받는단다.

패장인 타를턴 중령의 초상화 원본을 약속대로 마지막으로 보여드리는데, 그의 기병대는 특이하게 녹색 군복을 입었다 한다. 그는 영화에서처럼 민간인을 교회에 가두고 불을 지른 적은 실제로 없었고, 앞서 언급한 '왁쇼 학살'도 항복을 받으러 가던 그의 말을 누가 총으로 쏴서 쓰러지자, 영국군이 우발적으로 저지르게 돠었고 그는 정신을 차린 후에 학살을 말렸다고 스스로 주장했다. 그래서 요크타운 항복 후에 영국으로 돌아가 영웅 대접을 받으며 승승장구해서 영국군 대장이란 최고 계급까지 오르고 준남작(Baronet) 작위까지 받으며 천수를 누렸다.

P.S. 미국의 독립전쟁 사적지만 3곳이나 소개한 사우스캐롤라이나(South Carolina) 주의 여행기를 마치며 조만간에 다시 가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드니까, 방문한 전적지들과 직접 관련은 없으나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꼭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래 내용을 추가한다.

위기주부가 좋아하는 뮤지컬 <해밀턴>의 공연실황에서, 요크타운의 승리 후 사실상 독립전쟁이 끝난 1782년 8월말에 사우스캐롤라이나 컴비 강 인근에서 영국 패잔병들을 추격하던 존 로렌스(John Laurens)가 전사했다는 편지를 받고 슬퍼하는 해밀턴 부부의 모습이다. 우측에 푸른 조명을 받으며 "I may not live to see our glory" 가사를 노래하는 로렌스 역은 나중에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주인공을 맡는 등 영화배우로도 활동하게 되는 앤서니 라모스(Anthony Ramos)이다.

존 로렌스(John Laurens)는 캐롤라이나 식민지의 노예 무역상으로 미국에서 손꼽히는 부자였으며 제2차 대륙회의 의장을 지낸 헨리 로렌스의 아들로 스위스와 영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해밀턴과 함께 조지 워싱턴의 부관으로 독립전쟁에 참전하며 둘은 절친이 된다. 그는 안전한 후방에 남을 수 있었지만 매 전투마다 앞장서서 나가 싸웠고, 특히 뮤지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처럼 참전하는 노예들에게 자유를 주기로 약속하는 '흑인 연대' 창설을 위해 노력했지만, 불과 27세의 젊은 나이에 허망하게 죽으면서 노예해방의 꿈도 물거품이 된다.

현재는 가톨릭 수도원이 된 로렌스 가문이 소유했던 대농장의 가족 묘지에 남아있는 그의 묘비로, 맨 아래에 적혀있는 라틴어 Dulce et decorum est pro patria mori 는 "조국을 위해 죽는 것은 감미롭고 영광스럽다"는 뜻이란다. 한마디로 지금 미국 대통령의 늦둥이 아들인 배런 트럼프(Barron Trump)가 이란과의 전쟁에 나갔다가, 휴전협정이 체결된 이후에 전방에서 매복 공격을 받아 죽은 셈이다. 그래서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정말로 전쟁에 찬성한다면 가장 사랑하는 가족을 전장에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 최고 권력자이던 조만장자(Trillionaire)이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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