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세쿼이아

휘트니와 존뮤어트레일 3일차, 미본토 최고봉 해발 4,421m의 휘트니산(Mount Whitney)에 오르다!

위기주부 2017. 9. 4.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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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중에 산소(oxygen)의 비율을 보통 21%라고 하지만, 그건 바닷가 근처에서 숨을 쉬는 경우로 고도가 올라가면 산소의 비율은 조금씩 줄어들게 된다. 궁금해서 찾아보니까... 텐트 안에서 잠들지 못했던 해발 약 3,500m 기타레이크에서의 산소농도는 13.5%이고, 휘트니산 꼭대기에서는 약 12%로, 평소에 숨쉬던 곳의 산소농도에 비해서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백패킹 3일차의 트레일지도로 기타레이크(Guitar Lake)를 새벽 4시반에 출발해 약 5마일(8km) 걸어서 휘트니산 정상에 오전 10시경에 도착을 했다. 그리고 다시 기타레이크로 돌아온게 오후 2시쯤? 점심 먹고 좀 쉬었다가 텐트 철수해서 크랩트리에 도착한 것은 저녁 6시쯤 되었던 것 같다. 이 날 걸은 거리는 12.5마일로 약 20km 정도인데, 정확한 실제 소요시간은 잘 모르겠다. 그 이유는 마지막에 알려드리기로 한다~

그래도 빈 속으로 갈 수는 없다고, 4시에 일어나 스프 조금 끓여서 한 숟갈씩 먹고 출발을 했다. 1시간 정도 헤드랜턴 불빛만을 따라서 비몽사몽 걷다가 보니 동쪽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밝아오기 시작한다.

아침 6:07분... 물에 타놓고 깜박 잊은 미숫가루처럼 어둠은 점점 아래로 침전되고, 그 위로 투명한 아침 공기가 뚜렷한 경계를 가지며 자리를 잡았다.

20분 정도 지나니까, 저 멀리 컨 협곡(Kern Canyon) 너머의 봉우리들부터 아침 햇살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가 2시간째 지그재그로 올라가고 있는 바위산은 아직도 어둠이 완전히 물러가지 않고 있다.

아침 7시가 되자 마침내 저 아래 '마지막 계곡' Whitney Creek의 좌우 봉우리들에도 햇빛이 들기 시작하고, 그 모습을 앞서가는 다른 하이커가 사진으로 찍고 있다. 그리고, 이 사진 한 가운데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것이 바로...

우리가 캠핑을 한 기타(guitar) 모양으로 생긴 '기타 호수'이다. 사진에서 호수 오른쪽에 풀들이 많이 있는 곳으로 흘러드는 물줄기 바로 위에 있는 우리 일행의 텐드들을 원본사진에서는 확인할 수 있었다.

트레일크레스트정션(Trail Crest Junction)이라고 불리는 저 삼거리는, 산맥의 동쪽 휘트니포털에서 올라오는 사람들과 우리처럼 서쪽 기타레이크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만나는 곳이다. 즉,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동서로 넘어가는, 주능선에서는 '낮은' 고갯길이지만 해발고도가 4,170m나 되고, 위기주부는 기타레이크에서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3시간이 걸렸다. (다른 일행들은 몇십분 일찍 도착했음)

한 숨 돌리고 뒤를 돌아서 내려보면, 오른쪽 끝에 수직으로 675m 아래의 기타레이크가 보인다. 가운데 보이는 커다란 두 개의 호수는 히치콕레잌스(Hitchcock Lakes), 그 위로 병풍처럼 직각으로 우뚝 서서 햇살을 정면으로 받고있는 바위산은 마운트히치콕(Mount Hitchcock)이란다. 혹시나 영화감독 '히치콕'과 관계가 있나싶어서 찾아봤더니, 1868년부터 40년간 다트머스 대학의 지질학 교수를 했던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물론 그 교수님과 영화감독의 혈연관계 여부까지는 조사를 안 했다. 내가 무슨 탐정도 아니고...^^

일단 Guitar Lake에서 Trail Crest Junction까지 올라오면서 찍은 비디오를 하나로 편집했다. 숨소리와 발자국 소리는 물론, 마른 기침소리와 엉성한 영어대화에, 심지어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까지 나오기는 하지만, 그냥 나를 위한 현장감있는 기록으로 모두 남겨두기로 했다.

여기까지 무거운 야영배낭을 메고 올라온 사람들은 고개를 넘어가는 하이커들로, 여기에 야영배낭은 놔두고 1.9마일 남은 휘트니 정상까지는 물과 간식만 챙겨서 다녀오게 된다. 우리는 기타레이크에서부터 그렇게 가볍게 해서 올라왔기에 망정이지, 아마 나는 이 날 야영배낭을 메고는 여기까지 못 올라왔을 것 같았다... 그렇게 10분 정도 쉰 다음에 가운데 보이는 돌계단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이 사진보다는 나중에 저 아래 두번째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시면 훨씬 더 짜릿함을 느끼실 수 있을거다~^^

정말 톱니같은 주능선의 바위산들인데, 이 사진 한가운데인 톱니날 사이의 낮은 골을 지날때면,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동쪽 저 아래의 오웬스밸리(Owens Valley)가 내려다 보였다. 나중에 동영상에서 보실 수 있지만, 지금 이 사진을 찍은 곳은 좌우가 모두 절벽이라서 그야말로 면도칼 위에 서있는 느낌이었다.

톱니를 지나고 나면 이번에는 바늘이 등장한다. 제일 뒤에 보이는 절벽의 꼭대기가 휘트니 산의 정상이고, 그 앞이 Keeler Needle, 그리고 사진 오른쪽 끝에 뾰족하게 보이는 것이 Day Needle이라고 한다. 여기 서쪽은 그냥 경사진 돌무더기지만, 동쪽은 500m 이상의 수직의 절벽이 뾰족하게 나와있어서 '바늘(needle)'이라고 부르는데,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시면 여기를 클릭해서 첫번째 사진을 보시면 된다. 그리고, 얼핏 봐서는 정상에 다 온 것 같지만, 여기서도 수직으로 150m 이상을 더 올라가야 했다.

걷고 있는 길에 비해서 서쪽 아래로는 참 평화스러운(?) 풍경이 내려다보인다. '파란색 기타'를 지난 물길을 따라서 나무들이 보이고, 그 숲이 끝나는 곳이 남북으로 흐르는 컨캐년(Kern Canyon)이다. 협곡 너머로 다시 4,000미터가 넘는 산맥이 나오고 그 너머가 7월 마지막 주말을 맞아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을 세쿼이아 국립공원의 자이언트포레스트(Giant Forest)이다. 물론, 지금 내가 서있는 곳과 휘트니 산의 정상도 세쿼이아 국립공원(Sequoia National Park)에 속한다.

정상까지의 원래 트레일은 사진 가운데 두 명의 사람이 서있는 것이 보이는 눈 덮인 지역을 지나서 완만한 경사로 빙 돌아서 올라가도록 만들어졌다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전에 케른(cairn)으로 표시된 곳에서 정상으로 바로 치고올라가는 지름길을 이용을 했다.

바로 여기서 정면으로 보이는 길(어디?)을 따라서 올라가는 것인데, 저 위에서 유니투어 홍사장님이 내가 이쪽으로 올라오는지 확인하려고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 마지막이다!" 등산스틱을 접어서 배낭에 넣은 다음에 초반부는 거의 기어서 올라갔다.

그리고 40분 후,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제외한 미국 본토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해발 4,421m 마운트휘트니(Mount Whitney) 정상에 도착했다. 일단 앉아서 숨 좀 돌리고...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계속해서 숨 좀 돌리고... 모델이 못 일어나니까, 사진사가 모델 주위를 돌면서 찍어주신다~^^

정상의 동쪽 끝 절벽 위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기서 다시 사진 찍을 일은 없겠지?"

바로 발아래로는 아직도 청록색으로 얼어있는 것 같은 '빙하 호수' 아이스버그레이크(Iceberg Lake)가 보이는데, 해발 3,850m의 저 호수를 베이스캠프로 휘트니 정상까지 암벽등반을 하는 산악인들도 있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특별한 장비 없이 휘트니 정상에 오를 수 있는 트레일은 이 명판에 안내된 것처럼 1930년에 만들어졌단다. 참고로 이 표지판에는 산의 높이가 14,496.8피트로 되어있고, 세쿼이아 국립공원의 팜플렛에도 비숫한 14,494피트(4,418m)로 되어있는 것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최신 기술로 정확히 측정한 해발고도는 14,505피트로 4,421m라고 한다.

두번째 동영상은 Trail Crest 휘트니 정상(Summit)까지, 그리고 정상에서 주변을 둘러본 모습이다.

비디오에 나오는 정상 바로 아래에 만들어진 대피소인데, 갑작스런 추위나 눈비를 피하는데는 물론이고, 지붕 위에 만들어진 피뢰침들이 말해주듯이 번개가 내리칠 때는 꼭 여기 안으로 피하라고 되어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 대피소를 스미소니언 재단(Smithsonian Institution)에서 만든 때가 1909년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붙이고 간 스티커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철가방(?) 안에 방명록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내가 방명록을 왜 안 썼는지 모르겠다... 설마 다음에 여기 오면 써야겠다고 생각했던걸까?

"무사히 올라왔으니, 이제 살아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정말로 그렇게 말하고는, 무거운 DSLR 카메라와 머리를 조아서 아프게 하던 액션캠 모두 배낭에 넣고는 하산을 했다. 결국 둘 다 이 날 다시는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사진이나 비디오와 또 시간 기록이 없다. 어쩌면 더 이상의 기록을 하고싶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고... 산소가 부족했기에 그런가? 당시의 기억들이 모두 가물가물하다~



P.S. 아빠가 휘트니 정상에 올랐던 7월 마지막 일요일에, 지혜는 그 전 주에 열렸던 SYMF 음악대회의 관악기 부문에서 1등을 해서, 롱비치 주립대학에서 수상자 공연을 했다. (LA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청소년 악기연주 대회인 SYMF(Southwestern Youth Music Festival)에 관한 설명은 여기를 클릭해서 지혜가 처음 참가했던 2012년 포스팅을 보시면 됨)



이런 중요하고 의미있는 공연에 아빠가 참석을 못해서 미안하기는 했지만, 대신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함께 지혜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공연을 아주 즐겁게 보셨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사진 두 장만 아빠 산행기에 사족으로 올려 소개한다~ 축하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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