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미국 본토의 최고봉인 휘트니산 정상과 존뮤어트레일 4구간을 걸은 6일간의 백패킹을 잘 마치고 돌아온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기에 자리를 비우는 것을 양해해주신 사장님과 사무실 동료에게, 그리고 부모님께서 미국에 오셨는데 혼자 거의 일주일동안 등산을 가겠다는 남편을 이해해준 아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또 그동안 블로그를 통해서 잘 다녀오라고 격려해주신 많은 이웃분들과, 무엇보다도 이번 6일간의 백패킹을 함께하면서 매일 먼저 텐트치고 기다려주신 일행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돌이켜보니 모든 것이 '운명(運命)'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쩌면 이번 6편의 산행기는 이전과는 달리 조금은 서사적 또는 시적(詩的)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날 목요일 오후 5시반에 사무실을 나와서, 딱 4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서 395번 도로변의 작은 마을 인디펜던스(Independence)에서 유니투어 홍사장님을 만났다. 거기서 오니온밸리(Onion Valley) 주차장까지 올라가서 내 차를 놓아두고, 홍사장님의 차로 갈아타서 이 곳에 도착해 텐트에 들어가니까 밤 12시가 거의 다 되었었다. 그렇게 해서 다음날 해발 3천미터에서 맞이하는 새로운 아침~

여기는 론파인(Lone Pine)에서 자동차로 30분 정도면 올라 올 수 있는, 정확히 해발 1만피트(=3,048m)의 호스슈메도우 캠핑장(Horseshoe Meadow Campground) 또는 Cottonwood Pass Trailhead Campground라 불리는 곳이다. (구글맵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아침밥을 해먹고 텐트를 정리하고, 오전 9시에 트레킹을 출발할 때부터 고산증 때문에 약간은 머리가 띵한 상태였다. 정확히 1년만에 다시 꺼낸 커다란 야영배낭을 메고 트레일이 시작되는 이정표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1일차의 트레일 지도로 아침 9시에 오른쪽 Horseshoe Meadow를 출발해 Cottonwood Pass를 넘어 왼쪽 Rock Creek Crossing에 저녁 8시에 도착해서 11시간 동안 약 16마일(~26km)을 걸었으니, 사실 첫 날부터 좀 무리를 한 셈이다.

이 곳은 정확하게는 인요 국유림(Inyo National Forest)의 골든트라우트 윌더니스(Golden Trout Wilderness) 지역이다. 캠핑장 북서쪽에 흩어져있는 코튼우드 호수(Cottonwood Lakes)에서 무지개송어의 일종으로 배 부분이 노란 금색인 황금송어(golden trout)가 많이 잡히기 때문인데, 이 골든트라우트 물고기가 캘리포니아의 주어(州魚, state fish)라고 한다.

초원 너머로 보이는 산맥이 캘리포니아의 등뼈인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주능선으로, 여기서 남쪽으로 트레일패스(Trail Pass)와 서쪽으로 코튼우드패스(Cottonwood Pass)로 길이 갈라지게 된다. 우리는 산맥을 넘어 북쪽으로 올라가야 하므로 서쪽 코튼우드 고개로 방향을 잡았다.

조금 올라가다가 뒤돌아 내려다 본 호스슈 초원의 모습인데, 어떻게 봐서 말발굽(horseshoe) 모양이라는 건지?

그리고, 다시 시작된 급경사 바위산을 올라가는 스위치백 등산로! 다시 사진으로만 봐도 숨이 차다... 헉헉~

그렇게 2시간반만에 도착한 해발 11,200피트(=3,414m)의 코튼우드패스(Cottonwood Pass)의 정상인데, 바위 위쪽으로 흰색으로 두껍게 보이는 것은 아직도 녹지않고 있는 겨울에 내린 눈이다.

사진을 찍어준다고 하니 손가락으로 V자는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미쳤지~ 내가 이 짓을 또 하다니..."

고개 정상의 이정표에는 여기가 남북으로 시에라네바다 산맥 주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퍼시픽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 PCT)과 만나는 사거리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서쪽으로 직진해서 내려가면 Big Whitney Meadow를 지나서 Kern Canyon을 만남) 여기 사거리에서 우리는 우회전을 해서 PCT를 따라서 북상을 시작한다.

우리를 앞질러 간 짐을 운반하는 말들에게 물을 먹이고 있는 카우걸(cowgirl)! 아니, 여러 마리의 말을 끌고 가고 있으니까 호스걸(horsegirl)이라고 불러야 하나? ^^

눈 녹은 물이 고여서 만들어진 이 호수의 이름은 Chicken Springs Lake인데, 닭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남서쪽으로는 조금 전 이정표에 씌여있던 빅휘트니 초원(Big Whitney Meadow)이 넓게 펼쳐져 보였다.

그리고 또 황량한 바위산 고개! 사진 가운데 저 멀리 일행분이 작게 멀어져가는 것이 보이는데, 이 때 부터 서서히 위기주부는 뒤쳐지기 시작하다가, 작은 개울을 만나서 함께 점심을 해서 먹고는... 힘을 내도 본격적으로 뒤쳐지기 시작했다.^^

코튼우드 패스보다도 더 높은 11,320피트의 바위산 능선을 넘어서니, 마침내 세쿼이아/킹스캐년 국립공원(Sequoia & Kings Canyon National Parks)으로 들어섰다는 안내판이 나타났다. 사실 이번 6일간의 백패킹의 트레일 대부분은 두 국립공원의 고산지대를 걷는 것인데, 그래서 아래의 국립공원 공식지도로 전체 코스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제일 오른쪽 아래의 Cottonwood Pass부터 녹색 점선으로 표시된 Pacific Crest Trail을 따라 걸어서, 세쿼이아 국립공원에 속한 Mount Whitney를 올랐다가 다시 John Muir Trail로 돌아나와 계속 북상을 해서, 두 국립공원의 경계인 Forester Pass를 넘은 후에 오른쪽 Kearsarge Pass를 넘어 Onion Valley로 빠지는 코스인 것이다. 세쿼이아/킹스캐년 국립공원의 동쪽 절반인 위의 지도 안에서 위기주부가 이번 백패킹 전에 가본 곳은 딱 하나가 있는데, 지도 왼쪽 위에 파란색으로 씌여진 '물안개' 미스트 폭포(Mist Falls)가 바로 그 곳이다. (여행기는 여기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음)

세쿼이아 국립공원에 들어서고 조금 지나서 여성 파크레인저(Park Ranger)를 만났다. (동영상을 캡쳐한 사진임) 어김없이 퍼밋(permit), 허가증과 곰통 검사를 하고는 락크릭(Rock Creek)까지 아직 3마일이나 더 남았다고 알려주었다. 레인저가 지나가고 나서 위기주부가 3마일이나 더 가야한다고 투덜대니까 홍사장님 왈, "아니 3마일이 문제야? 지금 저렇게 아름다운 레인저를 만났는데..."

저녁 8시가 다 되어서 1일차 야영지인 락크릭 크로싱(Rock Creek Crossing)에 도착을 하니, 25살이라는 남자 혼자 일찌감치 캠프파이어를 피워놓고 삼각대로 셀카를 찍고 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나이가 50대라는 '친구'와 두 명이서 25일간 JMT를 종주하는 퍼밋을 받아서 5일전에 우리와 같은 호스슈에서 출발해서 전전날 휘트니산에 올라갔는데, 이전에 이미 3번이나 휘트니에 올랐던 그 친구분이 내려오면서 고산증으로 몸이 안 좋다고 하더니, 크랩트리 레인저스테이션에서 산소통으로 응급치료를 했는데도 호전되지가 않아 결국은 헬기로 론파인으로 이송이 되었다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구조헬기 사진을 보여줬던 이 친구는 정작 이번에 JMT가 처음^^) 그래서, 혼자 JMT를 계속 할 수는 없어서 호스슈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는데... 더 놀라운 것은 레인저스테이션에서 자기 엄마와 연락되서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엄마가 퍼밋이 남은 기간동안 함께 JMT를 하겠다고 해서 모레 호스슈에서 만나서, 다시 이 길로 엄마와 함께 돌아와서 북쪽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까지 가보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첫날 찍은 동영상을 편집해서 붙인 것인데, 등산모자 옆에 액션캠을 달았더니 모자챙이 화면에 자꾸 나오고, 현장감을 위해서 배경음악도 깔지 않아서 별로 감상할만 하지는 않지만, 관심있으신 분은 클릭해서 보시기 바란다. 그래도 시에라의 개울물 소리, 말을 끌고 지나가는 카우걸, 또 아름다운 여성 레인저와의 대화, 그리고 어두워지는 락크릭 캠프의 모습을 보실 수 있다.



Posted by 위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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