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바닷가로/사막과 황무지

돌이 자라는 신비한 호수 - 모노레이크 (Mono Lake)

위기주부 2010. 10. 30.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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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008.8.30 ~ 2008.9.1 (2박 3일)
컨셉: 도시를 떠난 휴양&자연여행
경로: 글래이셔포인트 → 요세미티밸리 → 투얼럼메도우 → 모노레이크


요세미티국립공원 2박3일 캠핑여행의 계획을 세우면서 마지막날 LA로 돌아오는 길을 굳이 사막쪽으로 잡은 이유는, 지금까지 안 가본 새로운 길을 자동차로 달리는 것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로 지구상에서 하나밖에 없다는 '돌이 자라는 신비한 호수'인 모노레이크(Mono Lake)를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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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미티의 티오가(Tioga) 고개를 다 내려온 휴게소 언덕에 올라가서 보면, 동쪽에 물빛이 정말 특이한 넓은 호수가 보인다. 'MONO LAKE'라고 표지판을 멋있게 만들어 놓았는데, 반대쪽에 저 돌맹이는 왜 달아 놓았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중심을 잡기 위해서라고 보기에는, 이미 기둥이 충분히 튼튼하고 저 정도 나무간판이면 굳이 저만한 돌이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 그렇다고 매달아 놓은 돌이 모노레이크에서 만들어지는 돌인 것 같지도 않고... (또, 내가 쓸데없이 심각한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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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넓이가 서울시 면적의 1/3 정도가 되는 큰 호수라서, 이 언덕에서는 광각으로 찍어도 전체 모습이 다 안나온다. 호수 가운데에 두 개의 섬이 있는데, 왼쪽의 까만색은 네지트(Negit) 섬이고, 오른족의 하얀색은 파오하(Paoha) 섬이다. 이렇게 까만섬과 하얀섬이 흑백의 '모노(mono)'라서, 모노레이크라고 부른다? 물론... 아니다! ^^ (궁금하면 계속 읽어 주세요~) 호수 앞쪽에 보이는 도로가 캘리포니아의 사막을 남북으로 종단하는 Scenic Drive인 395번 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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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번 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다가, <Mono Lake South Tufa> 표지판을 보고 좌회전해서 들어온 120번 도로다. 멀리 보이는 호수의 물 색깔과 수면의 모습이 정말 특이한데, 여기에도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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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번을 5마일 정도 달리고 나서, 다시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을 하면 사진과 같은 비포장도로가 나오면서 호수가 정면으로 보인다. 이 외진 곳까지 호수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우리 가족 말고도 제법 있었다. "음~ 유명한 곳인가 보다. 와보기를 잘 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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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 들어가는 입구에 매표소가 있다. "뜨아~ 어른 일인당 $3... 그리고, 15세 이하는 무료..." 순간 $6을 내야하나 고민을 했는데, 자세히 보니 매표소안에 직원이 없다. 자율적으로 앞에 있는 동그란 통에 넣는 것이다... "그냥 들어가자~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안내네..."라고 하려는 순간 매표소 창문을 자세히 보니, 국립공원연간회원은 무료라고 되어 있다! 휴~ 그래서, 우리는 찝집한 마음 없이 당당하게 입장료 안내고 걸어 들어갔다. 참고로, 안내판을 보니까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와 6시에 가이드 투어가 있다고 되어있는 것으로 봐서, 그 시간을 전후로 해서는 직원이 와 있을 확률이 높을 것 같다. (그 시간대를 피해서 무료로 관람하라는 뜻은 절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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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 맞은 편에는 사진처럼 이 호수의 특징에 관해서 여러 장의 그림으로 자세히 설명을 해 놓았다. 이 모노레이크는 지질학적, 생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호수인데, 나는 미리 공부(?)를 하고 갔기 때문에 바로 들어갔지만, 예습 안하고 오신 분들은 잠시라도 읽어 보시고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직원이 있을때는 한글로된 안내서도 준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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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호수로 걸어 가면서 이 신비한 호수에 대해서 공부를 시작해 보자! (이 길은 제주도 유채꽃 들판 같은 분위기가~) 해발고도 1,946m에 있는 이 호수는 약 76만년전의 화산활동으로 생긴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라고 한다. 그리고, 주변이 모두 높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이 호수는 물이 흘러나가는 강이 없는 고립된 호수이기 때문에, 겨울에 주변의 높은 산들에 내린 눈이 녹아서 이 호수로 흘러들고, 증발에 의해서만 수분이 날라간다고 한다. 그러니까, 저 호수 깊은 곳의 물은 수십만년동안 계속 저기에 그대로 고여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별로 재미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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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로 가는 길에 마른땅위에 있는 이 '투파(Tufa)'라고 부르는 돌탑(?)들은 원래 호수안에서 자라난 것들인데, 1940년대에 LA에서 수자원확보를 위해 이 호수로 흘러드는 물줄기를 인공적으로 수로를 파서 다른 강으로 돌려버렸기 때문에, 이 호수의 수위가 옛날보다 10m 정도 낮아지면서, 물 밖으로 나와서 성장이 멈춘 것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환경보호주의자들의 노력으로 1970년대말에 인공수로를 차단해서 이 호수의 수위가 더 낮아지는 것이 멈추었다. 지금은 아주 조금씩 수위가 다시 올라가고 있다고 하니까, 나중에는 사진을 찍은 곳이 물에 다시 잠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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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로 이어진 길이 좀 전의 포장된 아스팔트길에서 사진과 같은 나무로 만든 길로 바뀌었다. 미국의 국립공원에 가면 물기가 있는 곳이나, 모래가 깊은 곳에는 꼭 저런식으로 길을 만들어 두는데, 그 위를 걷는 느낌이 참 좋다. (아! 이 호수에 대한 공부를 계속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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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에 도착해서 보면, 주로 가장자리를 따라서 기묘한 돌탑들이 많이 있지만, 멀리 호수 안쪽에도 '자라고 있는 돌들'이 보인다. 그럼, 이 'Tufa'라고 불리는 이 돌들이 어떻게 호수속에서 올라오는지를 살펴보자! (음~ 학원강사 분위기가 나는군...) 이 호수 바닥은 초기 화산활동에 의해 생긴 석회질과, 주변의 산에서 물에 녹아 흘러온 무기물들이 수십만년동안 쌓여 있는데, 호수 바닥의 아래를 흐르는 지하수(여기가 해발 2,000m인 것을 기억하기 바람)들이 호수 바닥에서 뿜어져 올라 오면서, 지하수에 녹아 있는 탄산칼슘 성분이 같이 올라와 물 속에서 약간씩 굳으면서 저렇게 위로 자라는 것이라고 한다. 설명이 잘 이해가 안되면, 그냥 동굴속의 종유석이 물속에서 자라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중요한 차이점은 동굴처럼 물방울이 떨어지는 곳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물방울이 올라오는 곳에서 자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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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지질학 공부는 이 정도로 하고, 잠시 쉬면서 주위를 둘러보자. 엥~ 멀리서 볼 때는 정말 물빛이 고왔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그게 아니다! 호숫가는 거뭇거뭇하게 지저분한 것 같고, 물도 거품이 낄 정도로 더러운 것 같다... "왜, 이럴까?" 그럼, 이제 생물학 공부를 할 시간이다. 참, 그 전에 화학부터 먼저 조금 해야겠군... (여행기 하나 읽기 되게 힘드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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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들이 약간 기묘하지만, 물빛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 모노레이크는 사실은... 거의 생물학적으로는 죽은 호수이다! 수십만년동안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된 염분과 무기물로 인해서, 저 호수 안에는 단 한마리의 물고기도 살지 못한다고 한다. 이 호수의 염도는 바닷물의 2.5배 이상이며, 무엇보다도 호숫물은 pH가 10이 넘는 강알칼리로 미끌미끌하다고 한다. 다시 쉽게 설명하면, 소금과 베이킹파우더가 잔뜩 들어간 비눗물로 가득 찬 호수인 것이다. (역시, 학원강사는 쉽게 설명을 잘 해~) 캘리포니아 낚시협회에서 바다물고기를 여러 종류 풀어보았지만, 아무 물고기도 살아남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 정말 아무 생명체도 살지 않는가? 그건 아니다... 호수 가장자리를 위주로 강알칼리에 견디는 미생물들이 있으며, 그 미생물들을 먹고 사는 외계 생물체처럼 생긴 모기만한 '소금새우(Brine Shrimp)'와 바로 이 호수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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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들이 산다! (이 사진을 보라~ 호숫가에 거뭇거뭇한 것들은 바로 모두 이 파리들인 것이엇따!) 지구상에서 이 호수에서만 산다고 하는 이 파리의 이름은 바로 '알칼리파리(Alkali Fly)'이다. (작은 사진은 Wikipedia에서 인용) 정말로 징그럽게 호숫가를 뒤덥고 있지만, 사람이 알칼리성이 아니라서 그런지 절대로 사람들에게 붙어서 귀찮게 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그냥 호숫가에 붙어 있는데, 다가가서 발로 툭툭치면 벌떼처럼 날아올랐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 다시 내려 앉았다. 이러한 강알칼리에 견디는 특별한 미생물들과 파리의 특성 때문에, 실제로 미국 NASA에서 화성의 생명체 존재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해서 모델로 삼아서 실험을 한 곳이 여기 모노레이크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주변의 Tufa들도 외계 행성의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참, 잊어 버릴뻔 했는데, 이 호수의 이름인 'Mono'는 이 곳 인디언들 말로 바로 위의 '파리'를 말한다고 한다. 그래서, '파리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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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없고 파리만 가득한 사막의 이 호수가 생태계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바로 '새들의 천국'이기 때문이란다! 짭잘하게 간이 된, 잘 날라가지도 않는 파리가 지천으로 널려있으니까, 이 호수에 상주하는 새들만 200만 마리가 넘고, 남북으로 이동하는 수 많은 종류의 철새들이 먹이를 먹고 쉬어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한다. (호숫물은 먹을 수 있나?) 특이한 것은 위의 사진에도 날고 있는 모습이 찍혀 있지만, 바로 바다갈매기들도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바다가 300km나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바다에 사는 바다갈매기가 여기 사막에 짠물호수가 있는 것을 알고 찾아왔을까? 다른 여행을 좋아하는 새들이 말해 줬나? 아니면 짠물이 있는 곳에서는 바다갈매기가 저절로 생기나?(진화하나?)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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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공부시간은 다 끝났습니다...^^ 파란하늘 아래에 기묘한 돌탑, 그 아래 노란 들꽃들을 보면서 좀 쉬세요~ 우리가 여기 간 날은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늦은 여름의 오후라서 기묘한 Tufa들을 찍은 사진이 좀 단조로운데,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정말로 외계행성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 모노레이크의 신비한 사진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이 해질녘에 노을이 진 모습과, 겨울에 호수가 얇게 얼어붙고 눈도 내렸을 때의 환상적인 사진들이다. 정말로 사진찍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시간과 계절을 잘 맞춰서 모노레이크를 방문하셔야 작품사진을 찍으실 수 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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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로 짧지만 긴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지혜야, 빨리 뛰어와~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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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히 손을 잡고 들꽃길을 걸어가다가, 박작가님의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는 아빠와 딸. (사실은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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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395번 도로에 차를 올려서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아직은 지대가 1,500m쯤으로 높아서 키 큰 나무들이 제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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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차들도 모두 요세미티를 다녀 오는지, 전부다 자전거를 여러 대 싣고 달리고 있다. 제일 가까운 커다란 RV는 뒤에 사륜구동 자동차도 끌고가고... 요트나 카누도 끌고 다니는 RV들도 많이 있다. 부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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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인 사막이다. 우리집이 있는 LA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끝없이 직선으로 남쪽으로 달리는 길! 하지만, 아직도 오른쪽으로는 만년설이 어렴풋이 보이는 높은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끝부분이 이어지고 있다. 저 너머는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에서 제일 높은 휘트니산(Mt. Whitney)이 있는 지난번에 갔던 세쿼이아국립공원이겠지... 다음 여행은 아직 계획도 없는데, 비숍(Bishop)에서 기름을 넣으며 다음 캠핑에서 쓸 나무장작을 샀다. 여행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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