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의 여행지들

크레이지호스 메모리얼(Crazy Horse Memorial)이 전하는 이야기 "NEVER FORGET YOUR DREAMS"

위기주부 2018. 9. 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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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박9일 자동차여행의 4일째 아침, 2박을 한 키스톤 숙소를 나와서 러시모어산 미국 대통령 얼굴 조각을 지나 불과 30분 거리에 있는 다른 기념물을 찾아간다. 지난 번 커스터 주립공원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보시려면 클릭), 미국과 원주민간의 리틀빅혼 전투에서 인디언들의 승리를 이끈 전사가 그 기념물 조각의 주인공이다.

타슈카 위트코(Thašųka Witko, 1840년 가을 ~ 1877년 9월 5일): 라코타어 이름의 뜻이 '그의 말은 미쳤다'라서 영어로 크레이지호스(Crazy Horse)라 불리며, 미국군대에 맞서 라코타족의 전통과 생존을 위해 싸운 존경받는 족장이자 전쟁지도자이다. (한국에서는 번역하여 미친 말 또는 성난 말이라고 부르기도 함) 리틀빅혼 전투에서 싯팅불(Sitting Bull)과 연합하여 미군과 싸워 승리를 거두었으나, 그 후 미군에게 쫓기다가 1877년 살해당했다. 이를 기리기 위해서 블랙힐스의 러시모어 산에서 27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크레이지 호스의 조각상을 만들고 있다. (왼쪽은 여동생의 증언에 따라 그려진 스케치이고, 오른쪽은 크레이지호스의 사진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함)

16번 국도에서 표지판을 따라 죄회전을 하면 크레이지호스 메모리얼(Crazy Horse Memorial)의 입구가 나오고, 입장료를 내고 자동차로 들어오면 바로 이렇게 거대한 바위산을 절반 이상 깍아서 만들고 있는 조각이 정면으로 보인다. (구글맵 지도는 여기를 클릭) 마음같아서는 계속 직진해서 저 바위산 아래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산 아래까지는 별도로 추가요금을 내고 저 버스를 타야만 들어가볼 수가 있단다. (이 때까지만 해도 비싼 입장료를 내도, 멀리서 옆모습밖에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솔직히 좀 실망했었음)

방문자 안내소인 Welcome Center 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차량입구에서 산 표를 이 안에서 다시 보여줘야 입장이 가능했다.

아침 9시가 조금 안 된 시각이었는데, 높게 지은 건물 내부는 아직은 매우 썰렁했다. 안내부스 위에 <The Promise>라는 큰 그림이 걸려있는데, 그 원본사진을 보면서 어떻게 여기에 크레이지호스의 조각이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알아보자~

코자크 지올코브스키(Korczak Ziółkowski)는 러시모어산 조각에도 참여한 폴란드계 미국인 조각가인데, 1939년에 크레이지호스의 이종사촌뻘인 라코타족 추장 '서있는 곰' 스탠딩베어(Standing Bear)의 편지를 받게 된다. 몇 년의 고심끝에 지올코브스키는 뒤에 보이는 썬더헤드(Thunderhead) 바위산에 크레이지호스를 세계최대의 조각으로 새기기로 결심하고, 1948년 6월 3일에 저 바위산 정상에서 첫 발파를 하는 것으로 홀로 작업을 시작했다. 스탠딩베어가 보낸 편지의 마지막 구절은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My fellow chiefs and I would like the white man to know that the red man has great heroes, too."

코자크는 1982년에 74세의 나이로 죽고, 아내 루스 지올코브스키(Ruth Ziółkowski)와 10명의 자녀가 계속해서 작업을 해서, 마침내 착공 50년만인 1998년에 크레이지호스의 얼굴이 완성이 되었다. 그 후 아내 루스도 2014년에 87세로 사망하고, 지금은 그 딸이 책임자로 여러 형제와 조카들이 3대째 이 꿈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이른 시간이라고 하지만 좀 심하게 한산하다... 이 지역 원주민들에 관한 많은 사진과 그림, 전시물이 있지만, 눈에 뭔가 확 들어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소개영화를 한다고 해서 큰 기대를 하지않고 안내부스 뒤의 극장으로 들어갔다.

감명 깊게 본 소개영화를 유튜브에서 찾아봤는데 역시 없었고, 대신에 CNN에서 방송했던 영상을 위의 사진이나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그리고 CBS에서 방송한 8분짜리 영상 또는 소개영화에 나왔던 옛날 장면이 궁금하면 1987년에 만들어진 영상을 클릭해서 보셔도 된다. 참고로 2011년 2월에 한국 MBC의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도 '성난 말'의 이야기가 방송이 되었다고 하는데, 여기를 클릭하시면 당시 방송화면 몇 장을 보실 수 있다.

소개영화가 끝나고 스크린 옆의 앞문으로 나가면 이렇게 유리창 너머로 크레이지호스의 조각이 바로 보인다. (옛날 세인트헬렌스 화산 비지터센터의 소개영화처럼 스크린이 올라가면서 바로 앉은 자리에서 창밖이 보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포스팅은 여기를 클릭) 그리고, 위 사진 왼쪽에 보면 작은 조각상이 창가에 하나 놓여져 있다.

코자크 지올코브스키(Korczak Ziółkowski)가 직접 만들었다는 크레이지호스 조각상의 1/300 모형으로, 그 뒤로 실제 조각이 흐릿하게 보인다.

완성된 얼굴의 높이가 27m로, 러시모어산 대통령 얼굴의 높이 18m의 정확히 1.5배이다. 그런데, 러시모어처럼 얼굴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왼팔을 앞으로 뻗은 상반신과 타고있는 말의 머리와 높이 든 앞다리까지 만든다는 계획이므로, 그 엄청난 규모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만약 모형대로 완성이 된다면 조각의 좌우 길이는 195m, 높이는 172m로 독보적인 세계 최대의 조각이 된다고 한다.

웰컴센터와 연결된 북아메리카 인디언박물관(Indian Museum of North America)을 지나서 뒷마당으로 나갔다.

뒷마당에는 석고로 만든 1:34 모형이 있어서 좀 더 자세히 조각을 구경할 수 있다. "지혜야, 팔을 더 수평으로 들어야지!"

타슈카 위트코는 원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블랙힐스(Black Hills) 지역을 백인들이 돈을 주고 사겠다고 하자, "땅은 우리의 어머니인데 어찌 어머니를 팔 수 있느냐.”라고 하였다하며, 그럼 그 땅이 어디까지인지 물어보자 손을 뻗으며 "내 땅은 내가 죽어서 묻히는 곳이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My lands are where my dead lie buried.

석고상의 말머리 너머로 층층이 깍아낸 바위산에 흰색 페인트로 그려진 말머리의 윤곽선이 보이는데, 말머리의 코와 입은 아직 바위산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말머리의 아래쪽으로도 더 파서 앞다리까지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다...

인디언들의 공연이 열리는 작은 무대가 있는 야외전망대에 앉아서 도저히 완성되지 않을 것 같은 조각을 바라본다~ 미국 정부가 인디언 탄압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두 차례나 조각상의 제작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코자크는 "미국 정부에 대한 저항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지는 조각상을 미국의 지원을 받아 만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정부의 지원을 일절 거절했단다. 그래서 처음부터 그랬듯이 지금도 경비 일체를 개인 기부금과 입장료, 기념품 판매수익으로만 중당하면서 조각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어서 완성까지는 최소 10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여행기를 쓰며 복습을 했더니 당시 입장료 $30도 안 아깝고, 버스비 더 내고 조각상 아래까지 가볼 걸 그랬나 생각도 들지만... 100년이 지나도 계획처럼 완성되지는 못할 것 같음)

얼굴이 완성되고 정확히 20년이 더 지난 2018년에도 외관상 큰 진척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진 오른쪽 끝을 자세히 보면, 말머리 위로 뻗은 왼손의 손가락 끝이 모양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가, 아니면 할아버지가 처음부터 조각을 너무 크게 만들 계획을 하는 바람에, 자손들이 대를 이어서 고생을 한다"는 생각이 들 때, 이 곳 크레이지호스 메모리얼(Crazy Horse Memorial)의 모토가 떠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본인은 한 번도 미국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성난 말' Crazy Horse가 1982년에 '위대한 미국인들(Great Americans)' 시리즈 우표의 모델로 선정이 되었단다. 그 우표 3장에 찍힌 크레이지호스 우체국 소인에 그려진 이 곳의 문양 아래에 모토가 적혀있다. "NEVER FORGET YOUR DREAMS" 잊지말라는 그 꿈이 원주민 타슈카 위트코의 것인지, 아니면 조각가 코자크 지올코브스키의 것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이 문구를 다시 떠올리는 순간, 언젠가는 말을 달리는 크레이지호스의 조각이 이 곳에 제 모습으로 완성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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