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미리 월세를 구해놓고 미국으로 이사 오면서 우리는 전 세입자가 그 집에서 쓰던 냉장고를 중고로 구입했다. 미국에 도착해서 빈 집에 남겨진 냉장고를 열었을 때, 초코칩 쿠키와 함께 맥주캔이 몇 개 들어있었다. 그래서, 위기주부가 미국에 이사와서 처음 마신 맥주이자, 의심의 여지없이 지금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마신 맥주가 바로 쿠어스라이트(Coors Light)이다.


8박9일의 러시모어/콜로라도/와이오밍 자동차여행을 모두 마치고 LA로 돌아가는 오후 비행기를 타야하는 일요일, 뒤로 보이는 세계 최대의 양조장(brewery)이라는 쿠어스 공장 무료투어가 낮 12시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10여분 일찍 도착했는데도... 이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우리는 정확히 1시간을 기다려서 공장으로 들어가는 저 셔틀버스에 탑승을 할 수가 있었다. 셔틀버스는 사진의 쿠어스라이트, 쿠어스뱅큇, 그리고 블루문으로 각각 랩핑된 3대가 운행되었는데, 나중에 혹시 캠핑카를 사면 저렇게 랩핑하면 멋있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작년 여름에 우리가 투어할 때는 무료였는데, 올해 2019년 3월 28일부터는 만 21세 이상은 $10의 요금을 받는다고 하므로, 혹시 지금 덴버 부근에 계신데 아직 못 가보셨다면 빨리 공짜일 때 가보시기 바랍니다~^^ 요금 및 투어시간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여기를 클릭해서 직접 보시면 됩니다.


공장 안에 내리자 커다란 솥단지와 함께, 정통 브랜드인 쿠어스뱅큇(Coors Banquet) 노란 맥주캔이 보였다. 쿠어스 맥주회사는 독일에서 이민 온 Adolph Coors와 Jacob Schueler가 1873년에 여기 콜로라도 골든(Golden)에 최초로 양조장을 만들어 시작했다고 하니까, 여기가 '원조' 쿠어스 맥주를 생산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줄을 서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만 21세가 넘었는지 확인하고 종이팔찌를 채워준다. 사진의 가운데 기둥에는 "21 MEANS 21" 글자 아래에 빨간색 시계로 오후 1:07분, JUN 17, 1997년을 나타내고 있는데, 무슨 의미인가 하면 만 21세에 1분이라도 모자라면 술을 마실 수 있는 증표인 종이팔찌를 찰 수 없다는 뜻이다! 또 아무리 나이가 들어보여도 신분증이 없으면 역시 안 되므로, 반드시 신분증을 들고 가셔야 한다.


이 회사의 여러 맥주 브랜드들을 소개해놓았는데, 제일 오른쪽 위에 다른 회사 제품인 밀러라이트(Miller Lite)가 보인다?! 조사를 해보니 1855년 위스콘신 주 밀워키(Milwaukee)에서 탄생한 밀러 맥주는 2008년부터 미국내 사업은 쿠어스와 합쳐져서, 밀러쿠어스(MillerCoors)라는 하나의 회사가 되었다고 한다. (미국외 지역에서 '밀러' 등의 맥주를 팔던 SABMiller 회사도, 2016년에 세계 최대 맥주회사로 '버드와이저'를 생산하는 앤호이저-부시(Anheuser-Busch)에 인수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밀러 맥주는 이름만 남고 회사는 사라졌다고 봐야 함)


창업자 아돌프 쿠어스(Adolph Coors)의 손자인 월리엄 쿠어스(William Coors)는 2000년까지 거의 반세기 동안 이 맥주회사를 이끌었고, 2018년에 102세의 나이로 죽었다고 한다. 그리고 쿠어스는 2005년에 캐나다 맥주회사 몰슨(Molson)과 합병해서 Molson Coors Brewing Company가 되었고, 전세계 판매량 기준 7위의 맥주회사라고 한다. (미국내 판매량으로는 밀러쿠어스가 앤호이저-부시에 이어 2위임)


오디오투어도 무료로 제공되어서, 지혜가 맥주의 재료에서부터 생산과정까지 설명을 아주 열심히 들었다. 설명판들을 비싼 구리통(?)으로 만들어 세워놓은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실제 맥주를 발효시키고 있는 거대한 통들이 모두 구리로 만들어져 있었다. 저 속에서 부글부글~


왠지 옛날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풀질관리 실험실(Quality Control Laboratory)도 있었는데, 맥주의 품질이 좋은지 관리를 하려면 연구원들이 계속 마셔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는 좀 걸어서 목이 마르다는 생각이 들 때 쯤해서, 이렇게 간이 시음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짠하고 나타나 주셨다!^^ 손목에 찬 종이팔찌에 체크를 하고는 작은 플라스틱 컵에 한 잔을 저 탭으로 따라서 주었는데,


얼음 의자에 앉아서 마셔서 그런지 정말 시원하고 맛있었다. 여기서 쓸데없는 설명 하나 더 드리면... 쿠어스라이트 캔과 박스에 항상 등장하는 저 피라미드 모양의 산은, 여기서 제법 멀리 떨어진 콜로라도 남서부의 관광도시 텔루라이드(Telluride) 부근에 실제로 있는 해발 4,274 m의 윌슨 봉우리(Wilson Peak)라고 한다. (기아자동차의 대형 SUV 신차의 이름인 '텔루라이드'가 그 콜로라도 도시의 이름을 딴 것임)


밀러쿠어스(MillerCoors)에서는 현재 미국에 7곳의 대규모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다는데, 그 동안 LA에 사는 위기주부가 마셔온 쿠어스라이트 맥주는 '록키산 맑은 물'로 여기 콜로라도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집 근처 LA카운티 210번과 605번이 만나는 어윈데일(Irwindale) 공장에서 샌가브리엘 저수지 물로 만든 것이었다. "어쩐지 조금 전에 시음한 쿠어스라이트가 갑자기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이 기분..."


공장 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맥주캔을 포장하는 곳으로 생각되는 시설이었는데,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설비가 돌아가고 있지는 않았다. 눈에 띄는 것은 큰 성조기를 안에 걸어놓았다는 것인데, 미국 공장들은 저렇게 성조기를 라인에 걸어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짜잔~ 모든 코스를 마치고 이 계단을 내려가면, 맥주공장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무료시음장이 나온다!^^ (위에 이미 안내드렸던 것처럼 2019년 봄부터 쿠어스 공장투어는 유료로 변경되었음)


시음장은 빈 테이블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도 붐볐는데, 그래서 1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게 해놓고 띄엄띄엄 셔틀을 운행해서 사람들을 공장으로 약간씩만 입장을 시켰던 모양이다. 이 와중에 제일 앞족에 있는 노부부는 무료 맥주를 받아놓고 여유있게 카드게임을 즐기고 계시는 중...^^


시음장의 맥주 메뉴판... 저 맥주들 중에서 팔찌를 찬 사람 1인당 3잔씩을 무료로 마실 수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수입맥주로 인기있는 블루문(Blue Moon)을 주문하면, 발렌시아 오렌지도 한조각 잔에 꽂아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즐겁게 사람들에게 공짜 술을 컵에 부어주는 직원들의 모습인데, 월급 받으면서 이 일을 하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내의 손목에 종이팔찌가 살짝 보이는데, 한 잔을 받을 때마다 체크를 해서, 3번 체크가 되면 더 이상 주문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돈을 주고도 더 먹을 수 없다고 한다. 만 21세가 안 되어서 맥주 대신 음료수를 받아든 지혜의 표정이 왠지 떨떠름해 보인다~^^


빈 의자가 없어서 일단 스탠딩 테이블에서 건배~ (왼쪽에 보이는 빈 잔들은 그 전 사람이 마시고 간 것임)


그러다가 빈 좌석이 나오는 것을 보고 재빨리 이동한 후 부터,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 테이블의 간단한 안주와 과자들은 자동판매기에서 뽑아온 것인데, 안주를 미리 챙겨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어차피 LA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늦은 오후였기 때문에, 거의 1시간 동안 천천히 즐겁게 마셨던 것 같다. 3+3 해서 6잔을 모두 채우고 싶었으나, 렌트카를 공항까지 운전해서 반납해야 하는 관계로 둘이서 5잔으로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기도 시음장의 출구는 기념품가게로 이어졌다. 역시 여유있게 천천히 둘러본 후에 그래도 뭐 하나는 사야할 것 같아서 종이 컵받침만 10개쯤 사왔는데 지금도 집에서 잘 쓰고 있다.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셔틀버스는 노란색 쿠어스뱅큇(Coors Banquet)이 랩핑되어 있었는데, 올 때와는 달리 이 공장이 있는 콜로라도의 유서깊은 도시라는 골든(Golden) 중심가를 지나서 주차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1859년 콜로라도 골드러시(Colorado Gold Rush) 시기에 만들어진 도시라서 이름이 '골든(Golden)'인 줄 알았는데, 조지아 주 출신의 채광꾼 Thomas L. Golden의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동쪽으로 20 km 정도 떨어진 지금의 주도인 덴버(Denver)가 생기기 전인 1862~1867년 동안에는 콜로라도 준주(Territory of Colorado)의 수도 역할을 한 역사가 있고, 이번 8박9일 여행기에서도 소개를 한 적이 있는 미서부시대의 상징적인 인물인 '버팔로빌' 코디(Cody)의 묘지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단다. (설명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제법 많이 내렸던 비를 맞으며 덴버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렌트카를 반납하고, 짐을 부치고 티켓팅을 끝낸 후에, 여유있게 공항라운지의 레스토랑에서 이른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최후의 만찬을 끝내고, 다시 LA 집근처 버뱅크(Burbank)로 직행하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타는 것으로 지난 여름의 '러시모어와 콜로라도/와이오밍 주 8박9일 자동차여행'이 모두 끝났다.


P.S. 여행 다녀와서 3일 후부터 올리기 시작한 여행기를 거의 9개월만에 모두 끝냈고, 그 편수는 무려 46편이나 됩니다. 네이버 블로그 프롤로그 페이지에 '최신 글' 60개의 대표사진을 자동으로 모아서 보여주는게 있는데, 그 사이사이에 쓴 다른 글 14개와 함께 46편의 여행기 대표사진이 모두 보여서 캡쳐해봤습니다. 사진이나 여기를 클릭하면 46편의 여행기를 모두 순서대로 보실 수 있는 리스트가 나옵니다.





Posted by 위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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