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초 해외여행 자유화가 된 직후 어느날, 아버지께서 12권짜리 <세계여행 전집> 풀컬러판을 들고 집에 오셨었다. 그 후 몇달을 탐독했던 그 책에서 처음으로 '면도칼도 들어가지 않는 잉카의 석벽'이라는 설명의 사진을 본 것과 함께, "뭐야? 옆집 벽돌로 공사하는 벽도 면도칼 안 들어가는데..." 이런 비슷한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페루 쿠스코 '한 주 살기'의 2일째 아침, 아르마스 광장에서 택시비 10솔을 내고 삭사이와만(Saqsaywaman)에 왔다. (여기 이름이 잘 기억 안나면 그냥 택시기사에거 "섹시우먼(Sexywoman) 갑시다!"라고 해도 됨^^) 안쪽 매표소에서 나중에 소개할 유적지 통합입장권을 130솔에 2장 사서, 검표소에서 제일 윗칸에 구멍을 받고 안으로 들어갔다.
섹시우먼... 아니, 삭사이와만의 첫느낌은 그냥 파란 잔디밭 위에 무너져서 나지막한 피라미드같은 인상을 받았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보면...
사람 키만한 바위들을 자유자재로 깍아서 딱딱 끼워맞춰 놓은 것을 보고 한동안 입을 다물지를 못했다. (사이에 보이는 작은 돌로된 벽은 축대를 만들기 위해 현대에 만든 것임) 예습도 없었고 복습도 안 할 생각인 페루 여행기... 앞에 보이는 수학여행을 온 것 같은 페루 고등학생들을 따라서 무작정 위로 올라갔다.
멀리 잔디밭 가운데에는 라마(llama)인지? 알파카(alpaca)인지? 몇 마리가 있었다. 이 때는 가까이 가서 보지 못한게 아쉬웠지만, 나중에 쿠스코 시내에서도 전통복장을 입은 인디오 여인들이 데리고 다니는 것을 질리도록 보게된다.
여기 언덕은 쿠스코 시내에서도 3백미터를 더 올라온 해발 3,700 미터! 조금만 오르막을 걸어도 숨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크게 3층으로 되어있는 석벽은 하늘에서 보면 완전히 톱니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다. (여기 클릭해서 위성사진으로 보시면 됨)
꼭대기로 올라가는 나무계단 옆의 석벽은 정말 공장에서 찍어낸 직소퍼즐(jigsaw puzzle)을 맞춰 놓은 것 같았다.
제일 위에는 가운데 원을 중심으로 사각형의 터를 만들어 놓았는데, 사실 그 것 보다 저 언덕 위에 가득한 집들에 더 눈길이 갔다. 여기서 남동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쿠스코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Mirador)가 나온다고 해서 그리로 천천히 걸어갔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페루 쿠스코 시(City of Cusco)는 주변 4천미터가 넘는 봉우리들로 둘러싸인 해발 3,400 m의 분지에 있는 빨간 지붕의 도시로, 인구는 40만명이 훨씬 넘는다고 한다.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이 바로 아래에 내려다 보이는데, 왼쪽에 살짝 보이는 것이 쿠스코 대성당이고,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예수동행교회(Iglesia de la Compañía de Jesús)라 한다.
제법 큰 경기장의 관중석 스탠드도 잉카의 7색깔 무지개로 칠을 해놓았고, 그 뒤로 직선으로 보이는 것은 Aeropuerto Internacional Alejandro Velasco Astete라는 긴 이름의 쿠스코 국제공항의 활주로이다.
전망대 동쪽의 옆 언덕에는 쿠스코 시를 내려다보는 예수상이 세워져 있는데, 그냥 이렇게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삭사이와만(Saqsaywaman)은 가운데 잔디밭을 두고 남북으로 두 개의 유적이 있는데, 북쪽에 올라간 사람들이 이렇게 내려다 보였다. "저기에는 또 뭐가 있을까?"
천천히 다시 내려가면서 잉카석벽의 구석구석을 구경했는데, 삼각형, 오각형에 곡선까지...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다.
삭사이궁 돌담길에서 셀카봉 커플사진~^^
이렇게 돌이 올려져 있는 문들도 몇 개 남아있었다. 정말 이 곳이 완전한 상태였을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규칙적으로 톱니모양으로 돌출되어 있는 2층의 석벽들을 지나서, 아래 잔디밭으로 다시 내려갔다.
아내 뒤로 보이는 바위의 크기는 정말 어마어마했는데, 그 위에 또 6개의 사람키만한 바위가 빈틈 없이 올려져있다. 이 정도 되면 슬슬 불가사의, 미스테리, 외계인의 도움 등등의 말들이 떠오른다~^^
잔디밭을 가로질러 북쪽 유적으로 올라가는 계단앞까지 오기는 했는데, 시간은 많았지만 체력적인 한계로... 올라가는 것은 포기했다.
돌아보니 1~3층의 석벽이 마치 하나의 직소퍼즐처럼 보였다. 삭사이와만 구경은 이걸로 마치고 시내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지도로 확인해보니 멀지 않은 거리라서 걸어서 내려가기로 했다.
자동차 도로를 따라 걷다가 여기 삭사이와만의 아래쪽 입구가 있는 곳에서, 작은 카페와 전봇대 사이로 난 계단을 따라서 집들 사이로 걸어 내려갔다.
가운데는 작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올라올 수 있는 일방통행이고, 좌우의 보도는 계단으로 되어있는 급경사의 길을 따라서, 점점 가까워지는 쿠스코 시내를 바라보며 걸어서 내려가는 재미가 있었다.
작은 광장이 나오고 왼쪽에는 벨몬드 호텔(Belmond Hotel)의 입구가 보이는데, VIP가 숙박을 하는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과 교통경찰이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편에 보이는 INKA Treasure 가게의 쇼윈도에서 마음에 드는 여행기념품을 발견했는데,
가격이 좀 나갈 것 같아서...^^
쿠스코 구시가지에는 이렇게 잉카시대 석벽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들이 많이 있는데, 조금 더 내려가다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그 옛날 <세계여행 전집>의 남미편에서 봤던, 돌과 돌 사이에 '면도칼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12각돌(Twelve Angled Stone)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삭사이와만에서 훨씬 더 큰 바위들을 끼워맞춘 퍼즐을 보고 와서인지, "잉카인들은 마음만 먹었으면 12각이 아니라, 20각돌도 만들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 초콜렛 박물관도 구경하고 아르마스 광장으로 돌아가면서, 25솔에 점심코스메뉴를 팔았던 Ima Sumaq Restaurant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가성비 최고의 식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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