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이야기/2019 페루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해발 3,400 미터에 위치한 관광도시 쿠스코(Cusco)의 중심인 아르마스 광장

위기주부 2019. 11. 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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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틀랜타를 일요일 저녁에 출발한 비행기가 적도를 지나, 페루의 수도인 리마(Lima)에 도착한 시간은 월요일 새벽이었다. 문제는 리마에서 쿠스코로 가는 비행기가 점심때라서, 거의 12시간을 공항에서 노숙 비스무리하게 시간을 보내야 했다는 것이다.


마침내 긴 기다림이 끝나고, 우리를 쿠스코로 태워줄 스카이 항공(SKY Airlines)의 비행기가 게이트로 들어오고 있다.


리마에서 쿠스코까지 비행기로는 1시간 20분이지만, 버스는 20시간 이상이 걸리므로 그냥 고민 없이 비행기를 타면 된다. (노란 별표가 있는 곳이 마추픽추 위치) 위성사진 아래쪽에 하얗게 보이는 것이 이웃나라 볼리비아의 우유니(Uyuni) 소금사막인데, 쿠스코에서 라파즈(La Paz)까지 비행기(또는 밤버스) 그리고 우유니까지 또 밤버스로, 전체 이동에만 이틀이 걸리는 거리라서, 이번에 안 가기를 잘 한 것 같지만 그래도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블로그에 남겨둔다. 이 지도에서 볼리비아(Bolivia) 국경 위쪽은 브라질, 서쪽 해안가는 칠레이다.


해안가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비행고도를 별로 낮출 필요도 없이 해발 약 3,400 미터의 쿠스코 공항에 착륙했다. 택시를 타고 구시가에 예약한 호텔로 가서 체크인을 하고, 다시 호텔문을 나서면 바로 이렇게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이 나온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사진 왼쪽 건물은 광장 북동쪽의 쿠스코 대성당이고, 오른쪽은 남동쪽의 다른 예배당 건물이다. 하지만, 이 사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저 높이 걸려있는 커다란 '무지개깃발(rainbow flag)'이다! 잠시 후 군인들이 엄숙히 하강식도 진행했던 저 깃발은, 여기 미국과 전세계에서 일반적으로 성소수자 LGBT를 상징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여기 페루 쿠스코는 잉카제국의 수도가 아니라, 전세계 게이들의 수도였단 말인가?


오해하지 마시라~^^ LGBT 깃발은 '빨주노초파보'의 6색인 반면에, 쿠스코 시의 깃발은 '빨주노초파남보'의 7색 무지개깃발이다. (정확히는 '파란색-남색-보라색'이라기 보다 '하늘색-파란색-보라색'임) 쿠스코 시의 7색 무지개깃발은 1978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안데스산맥 잉카문명 인디오들이 사용하는 천연색 격자무늬인 위팔라(Wiphal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참고로 6색의 LGBT 깃발이 Pride Parade에 처음 등장한 것은 다음해인 1979년이라고 함)


1669년에 완성된 쿠스코 대성당(Cathedral del Cuzco)의 겉모습은 모든 페루 여행기에 빠짐없이 등장하지만, 내부를 소개한 글은 비교적 많지 않다. 이유는 앞으로 소개할 쿠스코 지역 문화재와 유적들의 통합입장권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아서 별도로 10달러 가까운 입장료를 내야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그래서 우리도 쿠스코에 일주일을 살면서도 안에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광장 중앙의 분수대 위에 세워진 잉카 왕의 황금색 동상보다도 더 눈에 띄는 것은, 저 언덕을 따라 끊임없이 위로 올라가면서 지어진 빨간색 지붕의 건물들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이 돌을 깔아서 만든 좁은 골목길들은 2년여 전의 우리가족의 스페인 여행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명색이 결혼 20주년 기념여행이니까, 잘 나온 사진은 없지만 셀카봉 커플사진 한 장만 올려본다~


사진 가운데 까만 옷의 경찰들과 멀리 연두색 야광옷을 입은 교통경찰이 보이는데 (사진에는 없지만 중무장한 경찰들도 대기하고 있음), 쿠스코의 아르마스 광장 주변은 매우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광장에 있는 사람들의 1/3은 전세계에서 온 여행객들, 다른 1/3은 그 여행객들로 먹고사는 호객꾼들과 상인들, 그리고 나머지 1/3은 그냥 현지인들이었던 것 같다. 첫번째 1/3에 속한 우리 부부는 두번째 1/3의 숱한 접근을 뿌리치며, 저녁을 먹을 곳을 찾는다는 핑계로 정처없이 걸었다.


그러다가 문이 열려있어서 그냥 들어와본 예배당에서, 여기 쿠스코까지 무사히 오게 해주신 것과, 또 앞으로의 여행일정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잠깐 기도했다. (시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Basilica Menor de la Merced)


나와서 시장쪽으로 계속 걷다가 다시 발길을 돌려, 자동차가 다니는 대로인 Av El Sol을 따라 내려가다가 또 다시 턴을 해서, 결국은 아르마스 광장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호객이 없는 좋아보이는 식당을 골라 2층으로 올라와서 보니, 식당 이름이 투누파(Tunupa)... 바로 그 곳이었다~ 그래서 사진 가운데에 보이는 노란색 잉카콜라(Inca Kola)를 시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깜깜해진 아르마스 광장으로 나오니, 우기에 접어드는 시기라서 약간씩 부슬비가 내렸다. 보통 비구름은 낮게 떠있다고 하는데, 해발 3,400 미터에 비를 뿌리는 구름의 정체는 뭘까? 콜라 색깔부터 숨쉬는 공기까지 모든게 색다르고 신기했던 '쿠스코 한 주 살기'의 첫날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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