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산타모니카마운틴

산타모니카 산맥 국립휴양지에 속하는 시미힐스(Simi Hills)의 치즈보로캐년(Cheeseboro Canyon)

위기주부 2021. 1. 28.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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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월에 가족이 5년만에 함께 요세미티를 가면서 미국 국립공원 연간회원권(annual pass)을 구입했었는데, 이번 달을 끝으로 만료가 된다. 비록 작년에 코로나 와중에도 9박10일 자동차여행을 하면서 본전을 넉넉히 뽑기는 했지만, 예년에 비하면 아무래도 사용빈도가 적어서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서 끝까지 끈질기게 일부러 집 근처의 국립공원으로 하이킹을 하러갔다.

산타모니카마운틴 국립휴양지(Santa Monica Mountains National Recreation Area)의 치즈보로캐년(Cheeseboro Canyon)은 미연방정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곳으로 '넓은 의미의 국립공원'이다.^^ 입장료가 없으니까 연간회원권을 꺼낼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국립공원청(National Park Service)의 로고가 그려진 이 낡은 간판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처음 소개하는 이 지역은 위의 작은 지도에 표시된 것처럼 산타모니카NRA 중에서 101번 고속도로 북쪽으로 튀어 나와있는 부분이다. 집에서 20분 정도 걸려서 지도 가운데 아래쪽에 표시된 Cheeseboro Canyon Trailhead에 도착했는데, 입구 도로의 이름은 Chesebro로 스펠링이 약간 틀리다! 특이한 이름이 궁금해서 좀 찾아보니까, 옛날 영국에서 기원한 지역과 사람 이름인 치즈버러(Cheeseborough)가 맨 뒤의 묵음이 사라져 치즈보로(Cheeseboro)가 되었다가, 다시 체스브로(Chesebro)로 줄어서 미국에서 사람이나 길 이름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트레일헤드 주차장은 아침 8시 이후부터 일몰까지만 주차가 가능한데, 이 곳은 주변에 말을 키우는 농장과 사유지들이 있어서 꼭 지켜야 한다. 위기주부가 7시반 조금 지나서 도착을 했는데, 경찰차가 계속 어슬렁거리다가 10분전이 되어서야 주차장을 떠난 것으로 봐서, 평소처럼 해뜨기 전에 주차하고 등산을 시작했으면 아마 주차티켓을 끊었을 것 같다.

서리가 내린 누렇게 메마른 겨울들판 가운데로 넓은 트레일이 북쪽으로 뻗어있고, 길가에는 커다란 떡갈나무의 휘어져 내린 가지들이 으시시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피크닉에리어를 지나서 오른편 능선으로 올라가는 Cheeseboro Ridge Connector 오르막길로 접어들었는데, 산악자전거를 타고 나를 추월해서 올라가는 분이 이 날 처음 마주친 사람이다. 지난 주에 소개했던 Upper Las Virgenes Canyon Open Space Preserve로 넘어가는 고개의 사거리에서 다시 계속해서 북쪽으로 능선을 따라 올라갔다.

Cheeseboro Ridge Trail은 송전탑이 세워진 언덕들을 차례로 지나게 되는데, 그 중 하나에 올라서 뒤를 돌아 남쪽으로 내려다 본다. 멀리 보이는 산들이 산타모니카 산맥(Santa Monica Mountains)의 주능선이고, 여기 둥글둥글한 언덕들은 시미힐스(Simi Hills)라 불리는 별도의 작은 산맥이 남북으로 이어진다.

능선코스 중간쯤에 왼편으로 벌린월(Baleen Wall)이라는 곳이 나왔다. 세로로 촘촘하게 옆으로는 길게 늘어선 바위절벽의 모양이 '고래수염(baleen)'을 닮아서 그렇게 이름을 붙였나 보다. 이 쯤에서 아래 계곡으로 다시 내려가서 돌아가는 길도 있지만, 위의 NPS 지도에는 없지만 구글맵에는 표시된 곳이 있어서 더 북쪽으로 올라가봤다.

그래서 이 날의 긴 하이킹에서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파슬룩아웃 포인트(Fossil Lookout Point)에 도착을 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여기서 동쪽으로 보이는 산속의 주택가는 벨캐년(Bell Canyon)이고, 밸리를 지나서 저 멀리 어젯밤 내린 눈이 하얗게 보이는 높은 산들은 LA 북쪽의 샌가브리엘 산맥이다.

반대 방향으로 바위에 DSLR 카메라를 놓고 또 타이머셀카 한 장 찍었는데, 왠 70년대 장발 아저씨 분위기가...^^

참, 여기를 '화석 전망대'라고 부르는 이유는 절벽의 바위들을 자세히 보면, 이 사진의 조개 모양과 같은 실제 화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여기서 돌아서 벌린월쪽으로 내려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북쪽 끝까지 크게 루프를 돌기로 했다.

능선이 끝나고 Sheep Corral Trail을 만나서 서쪽으로 조금 가면 되는데, 처음 소개한 NPS 공원지도에도 주황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보신 분이 계신지 모르겠지만, 지나온 능선과 계속해서 서쪽으로 넘어가는 길은 후안바티스타데안자 내셔널히스토릭트레일(Juan Bautista de Anza National Historic Trail)의 일부라고 한다.

지도로 잠깐 설명을 하면... 동부에서는 미국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1776년에, 스페인 장교인 Juan Bautista de Anza가 240명의 이주민을 이끌고 최초로 육로를 이용해서 지금의 샌프란시스코 부근에 정착촌을 건설하기 위해서 지금의 아리조나와 캘리포니아를 지나갔던 경로가 국립공원청이 관리하는 미국의 역사적인 길로 지정이 되어있는 것이다.

약 250년전에 그들이 캠프를 치고 쉬어갔을 법한 셰퍼드플랫(Shepherd's Flat) 삼거리에서 이제 남쪽으로 캐년을 따라 주차장으로 돌아가면 된다. 여기서 계속 서쪽으로 간다면 팔로코마도캐년(Palo Comado Canyon)과 차이나플랫(China Flat)을 지나서 사우전드옥스(Thousand Oaks)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돌아가는 길에는 10여팀 이상의 사람들을 마주쳤는데, 딱 1팀의 하이커들을 빼고 나머지 모두는 이렇게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었다. 이 지역은 사실 등산보다는 LA에서 손꼽히는 산악자전거 코스로 더 유명한 것 같았다.

표지판이 낡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설퍼스프링(Sulphur Spring)으로, 이 부근에 있던 농장인 모리슨랜치(Morrison Ranch)에서 판 우물인데, 아마도 유황성분이 많아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계곡쪽에서 올려다 본 '고래수염' 벌린월(Baleen Wall)의 모습이다. "그냥 저리로 내려올 걸 그랬나? 아이구 힘들어..."

떡갈나무 터널 아래로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이렇게 계곡코스는 잠깐식 그늘이 나오기는 하지만, 여기 등산로 대부분은 그늘이 없는 땡볕에 내륙이라 기온도 높은 곳이라서 여름에는 방문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날 최근에 가장 길게 걸었는데, 약 15 km의 산길을 3시간반 동안에 위와 같이 반시계 방향으로 돈 것이다.

일요일 오전이라서 그랬는지 하이킹, 산악자전거 또 승마를 하는 사람이 몰고 온 트레일러까지 많은 차들이 넓은 주차장을 거의 채우고 있었다. 주차장을 나가면서 진입로 입구에 일부러 차를 세우고 내려서, 이 글 첫번째 공원간판 사진을 찍었는데... 과연 언제 미국 국립공원 연간회원권을 다시 사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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