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의 산타모니카 산맥을 동서로 횡단하는 백본트레일(Backbone Trail)의 동쪽 끝에 LA 유일의 폴로 경기장이 남아있는 윌로저스 주립역사공원(Will Rogers State Historic Park)이 있다. 11년전에 부모님을 모시고 숯불갈비를 구워먹으러 한 번 갔었고 (공원 소개와 사진들을 보시려면 클릭), 그 후에 베벌리힐스 동네 이웃들과 바베큐 모임을 하러 한 번 더 갔었는데, 이번에는 혼자 하이킹을 하기 위해서 오래간만에 그 공원을 목적지로 새벽에 집에서 출발을 했다.

공원입구 못 미쳐서 도로변에 주차를 했는데, 사슴 한 마리가 유유히 주택가 도로를 건너가는 모습이 보였다.

공원 정문은 아침 8시에 문을 여는데, 자동차로 들어가면 $12의 주차비를 내야한다. 공원밖에 주차하고 걸어오는 경우에는 주차금지 구역은 아닌지 잘 확인을 하시기 바란다. 저 안쪽 멀리 살짝 보이는 주차장 끝에서 이 날의 예상외로 길고 힘들고 또 '황당했던' 트레일이 시작되었다.

비지터센터 뒤편으로 공원 뒤의 낮은 언덕인 인스피레이션 포인트(Inspiration Point)로 올라가는 루프트레일이 시작되는데, 이 날의 하이킹 코스는 11년전에 부모님과도 함께 올라갔었던 그 짧은 트레일이 아니었다~

여기서 옆길로 다시 주택가를 향하는 Rivas Canyon Trail이 있는데, 서쪽으로 리바스 골짜기와 언덕을 넘어서 테메스칼캐년(Temescal Canyon)까지 이어진다. 테메스칼캐년 공원은 옛날에 가족이 함께 폭포까지 하이킹을 한 적이 있고, 5년전에는 지혜와 둘이서 '해골바위' 스컬락(Skull Rock)까지 새벽등산을 한 적도 있는 곳이다.

이 날의 하이킹 경로를 가이아GPS로 기록한 것인데, 리바스캐년 공원(Rivas Canyon Park)에서 고트피크(Goat Peak)를 지나 백본트레일을 만나서 내려오다가, 다시 러스틱캐년 공원(Rustic Canyon Park)으로 방향을 틀었다. 문제는 그 아래 이름없는 폭포 표시를 지나 출발한 곳으로 돌아가는 트레일을 찾지를 못해서(!), 엉뚱한 곳에서 하이킹을 마치고는 우버를 불러서 타고 윌로저스 주립역사공원으로 돌아가야만 했다는 것이다.

주택가 옆으로 난 오솔길을 걸으며 또 다른 사슴들을 볼 때까지만 해도 이 날의 하이킹은 아주 평화로웠다~^^

이제 리바스캐년 골짜기로 내려가는데, 저 언덕 위와 같은 큰 집들이 계곡 아래에도 띄엄띄엄 있는 주택가가 나온다.

돌담길을 따라서 주택가를 벗어나는 순간... 갑자기 정말로 가이드 책자의 안내처럼 "밀림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생길 정도로 인적이 없는 무성하게 우거진 수풀이 나왔다. 그리고는 구글맵에는 표시도 되어있지 않은 Rivas Ridge Trail을 따라 산비탈 급경사를 올라가야 했다.

능선의 첫번째 언덕에 올라서서 남쪽 리바스캐년(Rivas Canyon)을 내려다 본다. "산타모니카 산자락의 부촌인 퍼시픽팰리세이드(Pacific Palisade) 바로 뒤로 이런 인적없는 계곡이 있었구나!"

몇 개의 언덕을 더 넘어서 마침내 이 날 하이킹의 첫번째 목적지인 해발 1,729피트(527 m)의 '염소봉우리' 고트피크(Goat Peak)에 도착을 했다. 여기서 사진에 보이는 언덕 두개를 또 넘어가는 High Point Trail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백본트레일과 만나는데,

얼마나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인지, 이렇게 트레일 한 가운데에 커다란 거미줄이 쳐져있을 정도였다...

백본트레일을 만난 후에 남쪽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구글맵에 Lone Oak라고 표시된 삼거리의 커다란 참나무 아래에 아주 새 것 같은 벤치가 놓여있었다.

벤치의 명패에는 '레일라 전망대(Layla's Lookout)'라고 씌여있는데, 올해 5월에 만14세로 죽은 Layla "The Wolf" Hecht라는 소녀를 추모하는 글이 씌여있었다. 즉, 벤치가 설치된지 1달 정도밖에는 되지 않았다는 이야긴데, 명패 제일 밑에는 늑대의 울음소리인지 "Ahh-wooooooo"라 적혀있는게 특이했다.

아침 구름이 걷히면서 마침내 산타모니카쪽 바다가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지만, 이제 반대편 계곡으로 또 내려가야 한다.

백본트레일(Backbone Trail)의 표지판이 세워져있던 여기 사거리에서 구글맵에 Josepho Spur Trail라 되어있는 등산로를 따라서 동쪽 계곡으로 내려갔는데, 계곡 상류에 보이스카우트 훈련캠프로 사용되는 Camp Josepho라는 곳이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러스틱캐년(Rustic Canyon) 바닥까지 내려오면 길이 넓어지고, 스프레이 낙서로 뒤덮인 많은 버려진 건물들이 보인다. 이제 계곡을 따라서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서 출발했던 윌로저스 공원으로 돌아가면 되는데... 기둥에는 공원까지 1.8마일이라고 되어있고, 그 아래에 노란색으로 "NON MAINTAINED"라 되어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 날 위기주부의 하이킹 역사상 거의 처음으로 길을 못 찾아서 U턴을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이 공원에서 제일 유명한 포토스팟인 머피랜치(Murphy Ranch) 건물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지금은 공원으로 지정된 이 버려진 계곡에는 2차대전 당시에 LA의 나치 추종자들이 모여서 숨어 살았다고 하며, 전후에는 예술가(?)들의 모임장소로도 이용되었다 한다. 이 분들은 모두 동쪽 설리반리지(Sullivan Ridge) 등산로 입구에서 들어온 것인데, 위기주부는 처음에는 그 쪽으로 나가지를 않고...

계속해서 러스틱크릭(Rustic Creek) 개울을 따라서 남쪽으로 내려갔는데, 역시 구글맵에는 표시되지 않은 트레일이다. 결국 폭포를 조금 지난 남쪽에서 도저히 더 이상 남쪽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었고, 급경사에서 미끄러지면서 한 쪽 발도 수렁에 빠지고... 밀림에 조난당한 느낌으로 약간의 공황상태를 경험한 후에 U턴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돌아오면서 길을 또 잘못 들어서 구글맵에 Hidden Waterfalls라 표시된 숨겨진 폭포의 밑으로 왔다. 말이 폭포지 콘크리트 제방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찾아오는 하이커들도 한 팀 만나기는 했다. 기온도 급격히 올라가는데 식수도 떨어진 상태에서 힘들게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 Beehive Trail과 Sullivan Fire Rd를 지나서 주택가를 다시 만났을 때는 안도감이 들 정도였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보조배터리가 배낭에 있어서 우버를 부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 달 전에 트레일의 반환점에서 우버를 불러서 주차한 곳으로 돌아갈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 날은 정말 그렇게 했다~^^ 트레일을 마치고 우버를 불러서 탄 곳은 선셋대로(Sunset Blvd) 북쪽의 '리비에라(Riviera)'라 불리는 최고급 주택가였는데, 만약 보조배터리가 없었으면 방전된 아이폰6를 들고 1시간을 더 걸어야 했을 것이다... 동네 뒷산이라도 항상 식수를 충분히 준비해야 하고, 구글맵에 표시되지 않은 트레일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값진 교훈을 얻은 하이킹이었다.

Posted by 위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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