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의 워싱턴, 오레곤, 캘리포니아 북부에 걸쳐 남북으로 뻗은 캐스케이드 산맥(Cascade Range)에는 북쪽에서부터 차례로 노스캐스케이드, 마운트레이니어, 크레이터레이크, 그리고 작년 8월에 방문했던 래슨볼캐닉까지 4개의 내셔널파크가 있다. 이 산맥에서 제일 높은 산은 워싱턴 주에 있는 해발 4,392 m의 레이니어 산(Mt. Rainier)으로 앞서 언급한 4개의 국립공원들 중의 하나이지만, 아깝게 70 m 차이로 2등인 캘리포니아 주의 이 화산은 국립공원도 준국립공원도 아니고, 그냥 국유림에 속한 국가자연명소(National Natural Landmark)로만 지정이 되어있다.

북부 캘리포니아 7박8일 자동차여행의 둘쨋날 오후, LA에서 5번 고속도로를 따라 딱 600마일 북쪽에 위치한 마운트샤스타(Mt Shasta) 마을의 마운트샤스타 대로(Mout Shasta Blvd) 사거리에서 샤스타 산(Mount Shasta)을 올려다 본다. 샤샤샤~^^

5월말이었는데 하얗게 눈이 덮힌 산이 하얀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었다. 요즘은 조수석에서 거의 사진기를 들지 않으시는 사모님이지만, 이 멋진 풍경을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는지 DSLR 카메라로 차 안에서 찍어주셨다. 이 마을의 해발고도가 1,100 m 정도니까 저 산이 눈 앞에 솟아있는 높이만 수직으로 3천미터를 훨씬 넘어간다는 뜻이다.

마을을 벗어나서 숲속에 잘 만들어진 Everitt Memorial Hwy를 따라서 산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이 때까지만 해도 정상은 구름에 좀 가렸지만 파란 하늘이 많이 보여서 여행계획을 세우며 사진으로 봤던 멋진 샤스타 산의 모습을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15분여를 달려 나무들이 듬성해지는 고도에 이르자 더 많은 구름이 몰려오며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아니면 우리가 구름 아래로 들어온 것일 수도 있고...

트레일이 시작되는 주차장에 도착을 해서 차 안에서 최대한 옷을 껴입고 서둘러 내렸지만, 이미 산의 정상은 완전히 구름에 가려져 버렸다. 참고로 이 도로는 조금 더 산 위의 Old Ski Bowl Trailhead까지 이어지지만, 이 날은 여기서 산 위로는 게이트가 막혀있었다.

여기 버니플랫 트레일헤드(Bunny Flat Trailhead)의 해발고도는 6,950피트(2,118 m)로 마을에서 정확히 1천미터를 20분만에 자동차로 올라온 것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잘 만들어진 설명판 가운데 등산지도로 다가가는 지혜를 보더니 아내가 "둘이서 꼭대기까지 갔다와~ 나는 차에 있을게"라고 한다. 아마 작년 8월에 부녀가 올라갔던 화산인 래슨피크(Lassen Peak)가 떠올라서 말씀하신 모양인데, 여기 마운트샤스타 등산은 그 차원이 다르다.

입체지도에 등산코스가 그려져 있는데, 트레일이 아니라 '클라이밍루트(climbing routes)'라 표시되어 있다. 즉 암벽등반은 아니지만 전문적인 산악인만 올라가라는 뜻으로 급경사의 바위능선은 한여름에도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으며, 여기서 정상까지 왕복거리는 18.5 km에 불과하지만 고도차는 2,200 m나 된다. 하지만 휘트니 산처럼 등반객 제한이나 허가가 필요하지는 않고, 입산신고만 하면 누구나 언제든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설명판을 보고있는 부녀를 놔두고 어머님은 '토끼들판'으로 먼저 올라가고 계신데, 누군가가 국유림 안내판에 토끼 스티커를 붙여놓았다. 이 산이 속한 숲은 샤스타-트리니티 국유림(Shasta-Trinity National Forest)으로 이름부터 멋있다.

여기가 토끼들판인 것 같은데, 토끼도 안 보이고 산정상도 안 보인다~ 무엇보다도 해발 2천미터가 넘는 곳이라 추웠다... 이 날부터 시작해서 남은 여행기간 내내 두꺼운 파카를 준비하라는 말을 안 했다고 가이드는 계속 혼났다~ 다음번에는 한여름에 하와이 갈 때도 꼭 파카를 챙기라고 해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삼각대까지 세워놓고 산정상이 갑자기 짠하고 나타나기를 바라시는 모양인데, 구름은 점점 더 낮게 깔리고 있었다. 옛날 2009년 30일간의 자동차여행 때, 마운트레이니어(Mount Rainier) 내셔널파크마운트세인트헬렌스(Mount St. Helens) 내셔널모뉴먼트에서도 구름 때문에 화산의 정상을 못 봤었던 아픈 기억들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전편에 쓴 것처럼 오전에 레딩(Redding)을 그냥 지나치고, 오후 2시반에 이 날의 마지막 일정으로 급하게 여기까지 올라온 이유는 파란 하늘 아래 눈덮인 샤스타 산을 보며 조금이라도 하이킹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구름은 걷힐 가능성이 없고 무엇보다도 너무 추웠기 때문에, 그냥 산아래 마을에 예약해놓은 숙소로 일찍 들어가기로 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6시간 후에 그 자리에서 다시 바라본 마운트샤스타의 모습이다! 여행 세쨋날 새벽에 창밖을 보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어슴푸레 밝아오고 있어서, 오기로 다시 차를 몰고 여기까지 올라왔다.^^

사진 왼편의 톱니같은 바위능선은 Casaval Ridge, 오른편 능선은 Green Butte Ridge이고, 가운데 하얀 골짜기가 정상으로 올라가는 가장 쉬운 루트라는 Avalanche Gulch이다. 그 골짜기 위로 붉은 바위들이 줄지어 있는 Red Banks가 있고, 그 너머에 멀리 살짝 보이는 곳이 샤스타 산의 해발 4,322 m 정상으로 생각된다. (남서쪽 등반루트 3차원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몸에 힘을 꽉 주고 서있는 이 사진을 보니, 그 날 새벽의 추위가 온 몸으로 다시 느껴진다. 그 와중에 촌스럽게 V자...^^ 그런데 여기서 왼편으로 다른 봉우리가 하나 더 있는 것이 보인다.

샤스티나(Shastina)라 불리는 저 분화구는 샤스타 정상을 포함해 이 전체 화산을 이루는 4개의 분화구들 중의 하나로 그 높이가 3,760 m라서, 캐스케이드 산맥에서 3등이라는 워싱턴 주의 마운트아담스(Mount Adams)의 3,743 m보다도 높다. 하지만 샤스타와 이어진 새들(saddle)에서 140 m 정도밖에 돌출되지 않아 별도의 산이나 봉우리로 보지 않는다. 미국에서 돌출(prominence)이 300피트(91 m) 이상이면 대부분 독립적인 산으로 명명하지만, 워낙 높은 샤스타 산의 옆에 붙어있어 그 차이가 상대적으로 미미해서 산으로 불리지 못하는 슬픈 분화구라 할 수 있다.

이 성층화산(stratovolcano)은 약 60만년전에 만들어졌고, 대략 약 600년의 주기로 작은 화산활동이 진행되고 있어서 활화산으로 분류된다. 현재는 조용한 상태지만 1980년 Mount St. Helens의 폭발이나 최악의 경우 크레이터레이크를 만든 Mount Mazama의 대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단다. 유명한 자연주의자 존뮤어(John Muir) 일행이 정상에 올라가다 눈보라로 조난되었지만, 분화구의 열기로 목숨을 건졌다는 일화가 유명한 곳으로, 그는 샤스타 산을 처음 본 순간에 아래와 같이 기록하고 있다.

"아직도 50마일을 더 걸어가야 하는 몹시 지쳐 있는 상황에서 그 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순간 내 혈관 속의 피는 하나도 남김 없이 와인으로 변했고 피로도 남김없이 사라졌습니다."

이 분도 피가 와인으로 변했는지 혈색이 좋아졌다~^^ 또한 저 산은 지하세계와 UFO같은 많은 전설의 배경이기도 하고, 영적인 기운이 강하다고 수련자들이 몰려들며, 북미에서 세도나와 함께 '지구의 기'인 볼텍스(Vortex)가 뿜어져 나오는 곳이라고 한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국립공원도 준국립공원도 아니지만, 여러모로 대단한 산을 직접 가까이에서 영접을 하게되어 뿌듯했다.

사진을 찍어주고 차로 돌아가시는 사모님... 새벽에 혼자 나오려고 했는데, 길이 얼었을지도 모른다면서 걱정이 된다고 같이 와주셨다.^^ 주차장에 이미 세워져 있던 다른 차들은 아마도 백패킹으로 샤스타 정상에 도전중인 산악인들이 전날 세워둔 것으로 생각이 되었다.

이제 산아래 마을의 호텔로 돌아가 지혜를 깨워서, 신성한 화산을 뒤로 하고 놀라운 폭포들을 만나는 세쨋날 여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 만남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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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위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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