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바닷가로/산과 계곡

니콜라스플랫(Nicholas Flat) 자연보호구역에서 레오까리요(Leo Carrillo) 주립공원까지 왕복 하이킹

위기주부 2021. 6. 10.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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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립휴양지(National Recreation Area)로 지정되어 있는 LA 지역의 산타모니카 산맥(Santa Monica Mountains)에는 많은 주립공원들과 주립해안, 보호구역 등의 주정부 소유지, 연방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땅, 그리고 사유지가 함께 혼재되어 있다. 이 하이킹을 한 가장 큰 이유는 SMMNRA에 속한 캘리포니아의 4개 스테이트파크(State Park)들 중에서 아직 못 가봤던 마지막 공원에 '발도장을 찍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흐린 날은 바닷가가 아니라 구름 위로 솟은 높은 산에 가야 되는데..." 계속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도착한 이 곳은 구글맵에 'Nicholas Pond Trailhead'라고 표시된 곳이다. (위치를 지도에서 보시려면 클릭) 스트리트뷰에는 주차한 곳 앞에 트레일 안내판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 마저도 사라지고 없는 정말 으슥하고 외진 곳이었다.

안내판이 사라진 이유와 트레일 좌우의 큰 나무들이 모두 새까만 이유는 바로, 2018년 11월에 발생했던 근래 최악의 산불이었던 울시파이어(Woolsey Fire)로 이 지역이 완전히 불탔었기 때문이다.

검게 탄 나무들 사이로 잘 관리된 트레일을 걷다가, 갑자기 눈앞에 '사다리(?)'가 등장을 해서 깜짝 놀랐다.^^

나무로 만들었던 상판은 모두 불타서 사라지고, 콘크리트 기단과 H빔 뼈대만 남은 것으로 생각이 된다. 지도에 이 트레일이 니콜라스리지 모터웨이(Nicholas Ridge Mtwy)로 표시되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예전에 자동차도 다닐 수 있는 튼튼한 다리를 만들어 놓았었던 모양이다.

그리고는 조금 더 걸어가니 왼편으로 LA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자연 연못인 니콜라스판드(Nicholas Pond)가 나온다.

연못 위쪽의 넓은 평지는 니콜라스플랫(Nicholas Flat)이라 불리는데, 날씨가 좋은 파릇한 봄날에 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 산속의 분지에 만들어진 여기 들판과 연못은 모두 주정부 소유의 자연보호구역(Natural Preserve)으로 지정되어 있다.

지난 겨울이 가뭄이었는데도 아직 이 정도의 물이 고여있는게 신기할 정도였는데, 그래서 주변에는 굉장히 많은 다양한 새들이 있고 또 개구리(맹꽁이?) 울음소리도 정말 오래간만에 들을 수가 있었다.

분지를 벗어나면 산사면을 따라 잘 만든 트레일이 나오고, 그 왼편으로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지는데... 아침의 흐린 날씨 때문에 감동은 확실히 덜했다~ "역시 높은 산으로 갔어야 되나?"

이 날의 하이킹에서 가장 높은 지점이었던 해발 1736피트(529 m)의 이름없는 산의 정상이다. 그래도 정상인데 찍을만 한게 없어서 1927년에 설치된 측지관측(geodetic survey) 기준점 표식을 멀리 바다를 배경으로 찍어봤다.

여기서 동쪽으로는 포인트듐(Point Dume)의 뾰족한 반도가 멀리 눈에 들어온다. 저 끝에 있었던 아이언맨의 말리부 대저택의 모습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시면 된다.^^

서쪽 바로 아래로는 이 날 하이킹의 최종 목적지인 레오까리요 주립공원(Leo Carrillo State Park)의 바닷가 및 계곡을 따라 만들어진 캠핑장이 보인다. 레오까리요 캠핑장은 약 140개의 사이트가 있는 LA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인기있는 곳이란다. 문제는 볼거 다 봤는데 굳이 저 아래 왼편에 보이는 언덕까지 내려갈 필요가 있냐는 것인데...

이 날의 경로를 기록한 지도를 보면 제일 왼쪽 아래의 전망대의 고도는 약 600피트(183 m)로, 지도 가운데 표시된 정상에서부터 계산하면 수직으로 약 350m의 고도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했다. (여기를 클릭하시면 고도변화 그래프와 하이킹 기록을 보실 수 있음)

거의 다 내려와서 오션비스타(Ocean Vista)라 표시된 그 언덕이 앞에 보인다. 내려오면서 계속 "이 미끄러운 길을 하이킹스틱도 없이 다시 올라가려면 힘들텐데..." 후회만 했던 것 같다.

바닷가 가까운 낮은 언덕으로 왔더니 해안도로 퍼시픽코스트 하이웨이(Pacific Coast Hwy)를 따라 달리는 자동차들과 도로 주변의 풍경들이 가까이 보였다.

주립공원의 넓은 유료주차장이 보이고 그 너머로 바다동굴도 있다는 레오까리요 스테이트비치가 보인다. 보통은 저 아래에 주차를 하고 여기를 거쳐서 니콜라스플랫까지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인 '등산' 코스이다.

캘리포니아는 5월말부터 대부분 주립공원의 캠핑장을 다시 오픈을 했는데, 벌써 이 캠핑장은 빈 자리가 하나도 없어 보인다.

기다란 캠핑장을 따라 나란히 계곡을 달리는 저 도로는 멀홀랜드 하이웨이(Mulholland Highway)인데, 101번 고속도로 남쪽에 토팡가캐년 부근에서 시작되어 산타모니카 산맥의 능선을 따라서 50마일을 달리는 대표적인 경관도로(scenic road)로, 여기 레오까리요 주립공원에서 바닷가 1번도로와 만나면서 끝난다.

그렇게 구경은 잘 했는데... 다시 올라가야할 내려온 산쪽을 보니 막막하다~ "그래 어차피 여기까지 내려온 것, 끝까지 다 내려가서 주립공원 간판도 찍고 바닷가 동굴도 구경한 다음에 우버(Uber)를 불러서 타고 주차한 마을로 돌아가면 되잖아!"

그래서 우버를 찍어봤더니 요금도 13달러밖에 안 나오는데... 'NO CARS AVAILABLE' 근처에 탈 수 있는 차가 없단다. "그래, 이 외진 바닷가에 누가 일요일 아침부터 우버를 뛰고 있겠냐?" 흑흑~

저 산 너머에 있는 니콜라스플랫 주차장까지 1시간 동안 다시 내 발로 올라가는 수 밖에는 없었다. 힘들기는 했지만 그냥 6월중에 계획하고 있는 '식스팩(Six-Pack)'의 다섯번째 정상 도전을 위한 훈련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올라오면서 산악달리기를 하시는 분과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오신 두 명을 만났지만, 주차장에는 여전히 위기주부의 차 한 대 뿐이었다. 하이킹 내내 아침안개로 흐렸던 하늘은 산을 내려간 후 101번 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어서야 조금씩 개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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