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레드우드

레드우드 국립공원 레이디버드존슨그로브(Lady Bird Johnson Grove)와 유레카 카슨맨션(Carson Mansion)

위기주부 2021. 8. 15.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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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에 처음 잠깐 방문하고, 지난 5월에 12년만에 다시 방문했던 레드우드 국립공원의 다섯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이다. 기존의 캘리포니아 주립공원 3개에 보호가 필요한 서식지를 추가해서 1968년에 Redwood National and State Parks가 만들어졌는데, 북쪽에서부터 3개의 주립공원들은 이미 차례로 소개를 해드렸다. 이제 마지막으로 공원의 제일 남쪽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새로 추가된 레드우드 서식지의 가장 대표적인 트레일을 하러 간다.

남북으로 기다란 전체 공원지도에서 앞서 설명한 제일 아래쪽만 정사각형으로 잘라낸 것이다. 여기는 레드우드크릭(Redwood Creek)을 따라서 짙은 색으로 표시된 서식지들을 볼드힐로드(Bald Hills Road)에서 시작되는 트레일들로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위 지도 중앙의 톨트리그로브(Tall Trees Grove) 어딘가에 2006년에 발견된 높이 380피트(116 m)로 세계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키가 큰 나무인 하이페리온(Hyperion)이 있다고 하지만, 정확한 위치는 비밀~

우리의 트레일이 시작되는 곳은 지도의 갈색 101번 국도에서 까만색 Bald Hills Road를 따라서 언덕을 지그재그로 조금만 올라가면 나오는 레이디버드존슨그로브(Lady Bird Johnson Grove)라는 곳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트레일은 주차장 입구 반대편에서 시작되는데, 나무들 사이로 걸쳐져 있는 것은 쓰러진 나무가 아니라, 거대한 통나무 난간의 보행자 전용 다리이다.

다리를 건너는 두 분 표정이 웃고는 있지만... "또 레드우드 보러 가는거야?" 이런 비웃는 느낌이다~^^

조금 걸어가면 Lady Bird Johnson Grove Trail 루프가 갈라지는 곳이 나오는데, 직진을 해서 돌아나오는 것이 좋다.

언덕으로 좀 올라왔고 날씨도 약간 흐렸기 때문에, 사모님이 춥다고 후드를 뒤집어 쓰고 걷고 있다~ 이 길로 계속 걷다보면 레드우드 나무들로 둘러싸인 제법 넓은 공간이 나온다.

1968년 10월 2일에 린든B존슨(Lyndon B. Johnson)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의회를 통과한 법안에 서명하면서 국립공원이 되었지만, 실제로 지정 기념식(dedication ceremony)은 그 해 11월 25일에 바로 여기서 열렸다고 한다. 즉, 지금 우리는 레드우드 국립공원이 탄생한 장소에 서있는 것이다.^^ 모녀의 바로 뒤로 안내판이 하나 만들어져 있는데,

레드우드 나무 보존의 역사에 대한 설명과 가운데 국립공원 지정식에 참석해 웃고 있는 Claudia Alta "Lady Bird" Johnson, 즉 당시 영부인의 컬러사진이 있다. 그녀는 1963년에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로 영부인이 된 후부터 "Where flowers bloom, so does hope."라는 유명한 말과 함께 미국의 미화(beautification)와 자연보호에 앞장서서 많은 활동을 했다고 한다.

같은 장소의 사진 오른편에 보면 기념동판이 보이는데, 영부인에서 물러난 1969년 8월 27일에 리처드닉슨(Richard Nixon) 대통령과 함께 다시 여기에 와서, 이 레드우드 서식지를 그녀의 공적을 기려서 레이디버드존슨 그로브(Lady Bird Johnson Grove)로 명명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그녀는 어릴때 유모가 불러준 애칭에서 "Lady Bird"라는 별명이 유래했다는데, 아마도 유모는 ladybird bug 또는 ladybug로 불리는 빨간 딱정벌레처럼 작고 귀엽다고 그렇게 불렀나 보다. 여하튼 우리는 계속해서 그 '딱정벌레길'을 걸어갔다.

왠지 이 사진은 녹색건판으로 찍어낸 흑백사진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의 레드우드 트레일도 이렇게 약간 단조롭고 조금 지겹게 느껴질 때 쯤에 우리를 아주 즐겁게 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이 특이하게 생긴 꽃이었는데, 숲속에서 인터넷이 되길래 사진으로 검색을 해보니 그 이름은 바로 트릴리움(trillium)! 이름처럼 외줄기에 달린 커다란 잎도 3장, 꽃받침도 3장, 꽃잎도 3장, 그리고 수술 6개의 가운데 암술 하나가 3갈래로 갈라져있는 모습이다. 이 그로브 직전에 지나친 엘크메도우(Elk Meadow)에서 시작되는 트릴리움폴스(Trillium Falls) 트레일을 원래 할 계획이었다가, 아침에 <Trees of Mystery>를 방문한다고 못했던 아쉬움이 달래지는 순간이었다.

길 좌우로 이 꽃들을 찾으며 즐겁게 걸었는데, 이 건 조금 색깔이 연한 품종이었다. 트릴리움은 한국어로 연령초(延齡草, 연영초)라고 하는데, 약으로 쓰면 '나이(齡)가 늘어난다(延)'는 뜻으로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라는 전설도 있지만, 실제 한방에서 대단한 효능이 있는 것은 아니란다. 어제는 만병을 치유한다는 만병초, 오늘은 수명을 연장한다는 연령초... 그냥 이런 꽃들과 나무의 정기를 받으며 걷는 것만으로도 만병통치 장수무강 힐링이 될 것 같은 대단한 레드우드 숲이다.

이번에는 두 레드우드 나무 사이의 좁은 틈을 통과하면서 수백년된 삼나무의 정기를 받아보자~^^

경사진 언덕을 빙 돌아서 루프가 끝나는 곳으로 돌아가는데, 나무들 뒤로는 구름이 바람을 따라 언덕을 넘어가고 있었다.

통나무난간 다리를 건너 주차장으로 돌아가면서 북부 캘리포니아 7박8일 자동차여행의 가장 핵심인 레드우드 국립공원 둘러보기가 모두 끝났다. 마음 같아서는 계속 언덕을 올라가 Redwood Creek Overlook 풍경을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기에 바로 101번 국도로 돌아가 유레카(Eureka)까지 바로 달렸다.

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이 곳은 잠시 들러서 구경을 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유레카 올드타운에 1886년에 건설된 카슨맨션(Carson Mansion)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빅토리아 양식(Victorian Style), 특히 그 중에서도 미국식 퀸앤스타일(American Queen Anne Style)의 주택이다. 현재는 Ingomar Club이라는 개인단체의 소유라서 내부를 구경할 수는 없는데, 여기를 클릭해서 홈페이지의 사진들을 보실 수는 있다.

바로 길건너에는 "The Pink Lady"라 불리는 분홍색 빅토리아 양식의 주택이 있는데, 카슨맨션의 주인인 William Carson이 1889년에 아들에게 결혼선물로 만들어 준 신혼집이라고 한다. 카슨은 레드우드 벌목으로 거부가 된 최초의 사업가로 유레카에 살았고, 지금도 유레카 올드타운에는 1800년대 말에 지어진 다른 많은 빅토리아풍의 건물들이 남아있다고 한다.

카슨맨션의 독특하고 섬세한 외관은 일찍부터 사진과 그림으로 미국에서 널리 알려져서, 디즈니랜드 기차역의 시계탑을 비롯해 여러 놀이공원 건설에 참고되었고, 특히 많은 그림책과 영화 등에서 유령의 집을 디자인하는데 모델로 사용되었단다. 카슨맨션 구경을 마치고 아내가 물어본다. "이제 어디로 가나요?" 위기주부의 대답은 "... 레드우드 공원 네비게이션에 찍어주세요~ 내가 레드우드 국립공원 구경이 끝났다고 했지, 레드우드 구경이 끝났다고는 안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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