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바닷가로/바다와 해변

바닷가에 볼링공들이 가득한(?) 볼링볼비치(Bowling Ball Beach)와 솔트포인트(Salt Point) 주립공원

위기주부 2021. 9. 1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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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여행에서 날씨야 하늘의 뜻이니 어쩔 수가 없다고 치더라도, 여행지마다 방문하기 좋은 계절이 있고 또 특별히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요세미티는 폭포의 수량이 많은 봄철이 좋고, 그랜드캐년은 일출이 좀 지난 시간이 가장 멋있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제 소개하는 곳은 계절도 시간도, 심지어 날씨도 별로 상관이 없고... 방문시 미리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조석(潮汐, tide), 즉 밀물과 썰물이었다.

포인트아레나 등대를 떠나서 10분 정도 남쪽으로 1번 도로를 달려서 구글맵에 Bowling Ball Beach Trailhead라고 표시된 도로변에 차를 세웠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이렇게 미서부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여행을 할 때는 남쪽으로 이동방향을 잡으면, 도로를 건너지 않고 바로 오른편 바다쪽으로 갈 수 있어서 조금 편리하고 안전하다.

기다란 일렬주차장에서는 두 개의 트레일이 출발하는데, 바로 초원이 나오는 뒤쪽(북쪽)의 트레일 시작점으로 가야 한다. 작은 초원을 통과해서 저기 나무들이 있는 곳에서 내려다 보면...

이렇게 발 아래로 아주 한적하고 넓은 북부 캘리포니아 바닷가가 나오는데, 역시 주립공원이라고 할 수 있는 슈너걸치 스테이트비치(Schooner Gulch State Beach)이다. 여기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좀 급했지만, 필요한 곳에는 계단을 잘 만들어 놓았다.

개와 함께 한적한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걸어가는 커플의 뒷모습이 그림같다~

절벽이 백사장과 만나는 곳은 Galloway Creek이라는 골짜기인데, 이렇게 홍수때 떠내려온 큰 나무토막들이 잔뜩 쌓여있어서 조심해서 백사장으로 나가야 했다.

"저 북쪽으로 멀리 보이는 회색 절벽의 아래까지 걸어가야해~ 가면 뭐가 있는지는 묻지마... 비밀이야!"

사진 왼편에 조금 전에 내려온 골짜기가 보이는데 벌써 포기하고 돌아가는 것은 아니고, 모랫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후드를 쓰고 뒷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개를 데리고 걷던 커플도 와있는 절벽 아래에 도착은 했는데, 여기에 뭐 볼게 있다고 데려온 건지 손님들이 불평이다.

동그란 선글라스를 낀 동그란 두상(?) 뒤로 보이는 커다란 바위들도 동글동글~^^

볼링 공처럼 크고 동그란 바위들이 많이 모여있다고 하는 볼링볼비치(Bowling Ball Beach)인데, 절벽을 따라 먼 해안가를 봐도 별로 보이지가 않아서 더 가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왠지 약간 속은 느낌이 들면서 시선을 바다쪽으로 돌리는데...!

바닷물에 반쯤 잠겨 일렬로 늘어선 예닐곱 개의 동그란 바위들이 보였고, 그 너머로 위쪽만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바위들도 보인다. 우리는 속은 것이 아니라 단지 때를 잘 못 만난 것 뿐으로, 여기는 반드시 썰물(low tide)일 때 방문해야 하는 곳이었다~ (여기를 클릭해서 "bowling ball beach"의 구글 이미지검색 결과를 보시면 무슨 말인지 알게 됨)

신기한 것은 이 사진으로도 알 수 있지만, 물 속에 커다랗고 동그란 바위들이 놓여진 곳이 다른 암석 종류의 아주 넓고 평평한 암반이라는 것이다. 마치 진짜 볼링공이 나무로 된 레인 위를 굴러가는 것처럼 암반에는 직선의 세로줄도 선명하게 보인다.

우리 가족 3명 같았던 커다란 바위 3개... 물론 지혜가 이제는 저렇게 엄마보다 작지는 않다~^^ 여기서 썰물까지 12시간을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고, 다음 번에 북부 캘리포니아 여행을 할 때는 꼭 '조석간만'을 고려해서 방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주차한 곳으로 돌아갔다.

점심을 해먹기 위해서 도착한 곳은 1번 도로가 관통하는 넓은 면적의 솔트포인트 주립공원(Salt Point State Park)이었다. 입장료를 내고 바닷가 끝에 있는 피크닉에리어로 와서, 처음에는 저 절벽 끝에 있는 테이블에 셋팅을 했지만...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안쪽으로 후퇴를 해서 점심을 먹었다.

식후산책으로 이 '소금점' 공원의 대표적인 솔트포인트 트레일(Salt Point Trail)을 잠깐 걸어보기로 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실제로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초기 정착민들이 여기 바닷가의 바위에 말라붙은 소금을 채취했던 것에서 공원의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제일 왼쪽에 작게 보이는 삼각지붕의 건물이 비지터센터인데 문을 열지 않았고, 정면으로 건너 보이는 절벽 위가 점심을 먹었던 곳이다. 무엇보다 한 눈에 봐도 바다가 정말 맑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여기 거슬코브(Gerstle Cove)를 비롯해서 주립공원을 둘러싼 모든 해저는 해양생물을 보호하기 위한 주립해양보호구역(State Marinne Conservation Area)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산책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렇게 벌집처럼 작은 구멍들이 바위에 촘촘하게 뚫려있는 것이었다.

지질학에서 '타포니(tafoni)'라 부르는 이러한 현상은 여러 요인으로 암석이 선택적 풍화를 겪으면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여기 바닷가의 경우에는 앞서 언급한 소금(salt) 결정이 마르면서 그물 모양으로 바위표면을 덮은 후에, 암석과 반응을 일으켜서 그 부분만 단단해지고 나머지 작은 공간들이 풍화되어서 이렇게 벌집처럼 바위가 파지게 된 것이란다!

♪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인적 없던 이곳에 ... ♬

다시 차를 타고 달려도 될만큼만 딱 소화를 시키고는 뒤돌아서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노부부가 캠핑카 앞에 의자 두 개를 내놓고 앉아 계셨는데, 바닷바람이 너무 차가운지 안으로 들어가셨다... 나중에 우리가 다시 여기 솔트포인트를 찾을 때는 저렇게 안에서 점심을 해먹을 수 있는 차가 한 대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썰물 때에 맞춰서 볼링볼비치도 다시 찾아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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