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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포트(Rockport) 로이무어 랍스터 점심을 먹고 소거스 제철소(Saugus Iron Works) 국가유적지 구경

위기주부 2021. 9. 15.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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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말에 기숙사 들어가는 지혜를 도와주기 위해서 다녀왔던 보스턴 여행의 3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로, 위기주부 블로그의 포스팅으로는 굉장히 드물게 4일 동안에 찍은 사진들이 한 편의 글에 등장하게 된다. 물론 대부분은 금요일에 보스턴 근교여행으로 다녀온 사진들이고, 토요일에 기숙사 이사를 마치고 찍은 사진 몇 장이 추가되었다. 문제는 계획대로라면 비행기를 타고 LA로 돌아갔어야 할 일요일과 다음날 월요일까지 보스턴에 남아있어야 했는데, 그 이유는 마지막에 추가로 설명을 해드릴 예정이다.

세일럼 구경을 마치고 우리가 찾아간 곳은 6년전의 컬리지투어(college tour)로 보스턴에 왔다가 이웃의 추천으로 방문을 했던 락포트(Rockport)라는 작은 바닷가 마을이었다. 이 곳을 다시 찾은 이유는 딱 한가지였으니, 그것은 바로...

바로 여기 다 쓰러져가는, 이제는 백년이 넘은 판자집에서 파는 로이무어 랍스터(Roy Moore's Lobster)를 다시 맛보기 위해서였다. 6년전에는 가게 안을 통과하면서 주문을 하고 뒤쪽 물가로 나가서 자리를 잡았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밖에서만 주문을 할 수가 있었다.

아내와 지혜가 주문을 하는 동안에 먼저 뒤쪽으로 와서 빈자리를 찾았다. 다행히 시간에 딱 맞춰서 제일 오른쪽에 보이시는 분이 일어나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여기를 클릭해서 6년전 여행기를 보시면 락포트 마을과 로이무어 랍스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보실 수 있음)

주문한 메뉴는 랍스터 2마리와 랍스터롤 샌드위치 1개... 6년전에는 1마리 $13에 3마리를 사면 $35로 할인(?)이 있었는데, 지금은 1마리 $20로 올랐고 3마리를 사도 할인은 없었지만,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랍스터 가게들 중의 하나답게 맛은 여전히 좋았다~

점심을 잘 먹고 베어스킨넥(Bearskin Neck) 골목길 끝의 부두까지 걸어갔다가, 후식으로 커다란 아이스크림 하나 사서 나눠먹었다. 락포트에서 볼일은 다 봤으니 이제 보스턴으로 돌아갈 차례인데, 가는 길에 전날 밤 찾아낸 위기주부가 좋아하는 국립공원청이 관리하는 유적지 한 곳을 더 들리기로 했다.

소거스 아이언웍스 국가유적지(Saugus Iron Works National Historic Site)는 대략 1646년부터 1670년까지 운영된 북미대륙 최초의 제철소(ironworks)가 있던 자리를 기념하는 국립공원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공원간판이 있는 주차장 바로 맞은편의 이 건물은 제철소 문을 닫기 전에는 관리자와 직원의 숙소나 사무실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그 후에는 인근 농장의 소유가 되어서 계속 사용되었던 17세기에 지어진 집이다. 현재 공원 비지터센터 겸 박물관으로 이용되지만 문을 열지 않아서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제철소 유적지답게 쇠로 만든 이 곳의 모형이 놓여져 있었는데, 이제 차례로 소개할 1~3번의 제철소 건물과 4번 나루터가 보인다. 가운데 제일 큰 건물의 위쪽으로 물이 고여있고 또 좌우로 수로가 만들어진 것이 보이는데, 7개의 커다란 물레방아를 풀무(bellows)와 500파운드 해머(hammer)의 동력으로 사용한, 당시로는 전세계에서 가장 첨단 설계의 제철소였다고 한다.

언덕 아래에 모형으로 봤던 건물들이 등장을 해주셨는데, 처음에는 17세기에 만들어진 건물들이 그대로 잘 보존된 줄 알았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와서 조사를 해보니 제철소 운영이 중단된 후에 완전히 버려져서 폐허가 되었던 곳을, 발굴을 통해서 1954년에 모든 건물들을 예전 모습으로 새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그럼 아래로 내려가서 제일 왼편에 돌로 쌓은 축대가 보이는 1번 건물부터 둘러보기로 하자.

밖에서 축대처럼 보였던 것은 거대한 용광로(Furnace)였는데, 철광석을 녹여서 쇳물을 뽑아내는 작업을 한 곳이다. 안내판에는 그 쇳물을 바로 틀에 부어서 가마솥같은 용기를 만들었던 과정을 설명하고 있었다.

단순히 건물의 외형만 복원한 것이 아니라, 안내판 사진에 벌건 쇳물이 보이는 것처럼 실제로 모든 제철작업이 가능한 곳이었기 때문에, 건물 내부에는 아직도 철광석을 녹일 때 함께 넣었던 숯과 함께 매캐한 기운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2번 건물이 제철소(Forge)로 철광석을 녹인 선철(pig iron)을 다른 원료와 함께 다시 용해로에 넣어서 주철(cast iron)을 만들고, 해머로 때리고 모양을 잡는 과정을 반복해서 판매가 가능한 쇳덩어리 제품인 기다란 "merchant bar"를 만들게 된다.

조금 전까지 마지막 작업을 하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데, 화로 왼편으로 물레방아의 힘으로 작동되는 거대한 풀무가 눈에 띈다. 이러한 대규모 제철소의 작업은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에 청교도 이민자들이 할 수 없는 일이라서, 당시 런던 외곽의 제철단지에서 일하던 기술자들을 비싼 임금을 주는 조건으로 대서양 건너 데려와야 했다고 한다.

The Rolling and Slitting Mill 안내판의 3번 건물이 특히 놀라웠는데 쉽게 말해서 압연강판과 가는 쇠막대를 자동으로 만드는 설비도 있었다고 한다. 강판은 말발굽이나 커다란 톱, 마차 바퀴의 테두리 등을 만드는 재료로 판매되었고, 가는 쇠막대는 신대륙에서 건축에 꼭 필요했던 못(nail)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게 했다고 한다.

오른편에 보이는 나무로 만든 커다란 원판과 톱니바퀴가 물레방아의 동력으로 이 기계를 돌렸던 것인데, 1600년대에 이런 자동화(?) 기계를 설계하고 만들었다는 것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안내 모형에는 없었지만, 작은 개울을 하나 건너면 일반적인 대장간(Blacksmith Shop)도 하나 재현을 해놓았다.

내부에는 작은 화로와 함께 쇠망치와 모루(anvil)가 보였고, 벽에는 오래된 수 많은 쇠로 만든 공구들이 걸려 있었다. 성씨가 '스미스(Smith)'인 미국사람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이 유적지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큰데, 지금도 소거스(Saugus) 시는 금속제조업이 활발하다고 한다.

강을 따라 돌아가면서 바라본 2번과 3번 건물로 가운데 커다란 물레방아가 보인다. 이렇게 북미 최초의 제철소를 완벽하게 옛날 모습으로 복원을 마친 후에 한동안은 미국 철강협회의 후원을 받아서 사설 박물관으로 운영이 되다가, 1968년에 국립공원청이 직접 관리하는 국가유적지로 지정이 되었단다.

당시에는 철광석(bog ore) 등의 원자재와 생필품도 이 부두로 들어오고, 만들어진 철제품도 이 소거스 강(Saugus River)을 따라 바다로 나간 후 10마일 떨어진 보스턴 등지로 판매가 되었는데, 지금은 하류에 댐이 만들어져서 더 이상 여기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수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보스턴으로 돌아갔다~^^

보스턴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는 잠시 대학교 서점 겸 기념품 가게인 '쿱(The Coop)'에 잠시 들렀다. 이제 와서 우리가 저런 옷을 사서 입으려는 것은 아니고, 3학년 개학을 앞둔 지혜가 필요한 물건이 있다고 해서였는데 결국은 그냥 CVS에서 샀다.

다음날 토요일은 오전부터 지혜가 여름방학 동안 자취했던 아파트와 새로 입주하는 기숙사를 여러번 왕복하면서 짐을 날랐는데, 이 사진은 짐을 다 옮기고 나서 한숨 돌린 후에 마지막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서 들고 가는 모습이다. 3학년이 되는 지혜가 입주하는 건물은 이 오래된 빨간 벽돌 건물은 아니고,

길 건너에 비교적 최근에 지은 아파트같은 고층의 기숙사이다. 지혜가 다니는 대학교는 1학년은 캠퍼스 안의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여기를 클릭하면 2년전 처음 기숙사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실 수 있음), 2학년이 되면서 12개의 '하우스(House)'들 중의 하나로 배정이 되어서 졸업할 때까지 원하면 지낼 수가 있다. 작년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서 2학년을 맞으며 미리 온라인으로 배정을 받았던 곳이 여기 토끼가 마스코트인 레버렛 하우스(Leverett House)였다.

그 레버렛 하우스 안에서 지혜가 3학년을 보내게 될 기숙사 방은 왼편에 보이는 12층의 Tower G 건물이었다. 이사를 모두 마치고 지혜는 오래간만에 만난 룸메이트와 기숙사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고 해서, 다음날 오후 비행기로 우리는 LA로 돌아가니까 오전에 마지막으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일요일 아침 뉴스는 온통 30년만에 보스턴을 직접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는 허리케인 헨리(Henri, 앙리) 이야기였고, 급기야 오후에 LA로 출발하는 우리 항공편이 취소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그런데 지혜를 마지막으로 만나 알스톤(Allston) 지역의 한국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헤어진 후에, 렌트카를 반납하기 위해서 공항으로 갔는데 다른 비행기들은 다 예정대로 뜨는 것이 아닌가? 알고보니 바로 보스턴으로 북진할 것으로 예상된 허리케인이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롱아일랜드에 상륙하면서 급격히 세력이 약화된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 항공편은 이미 취소되었고, 항공사에서는 월요일 낮 비행기로 자동으로 변경을 한 상황이라서, 할 수 없이 하루 더 호텔을 예약한 후에 지하철을 타고 찾아가야 했다. 지하철 역의 전광판에는 이미 허리케인이 아니라 '스톰 헨리(Storm Henri)'로 바뀌어 있었고, 지하철에서 내려 커다란 여행가방을 끌고 호텔로 걸어가는 동안에 빗방울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다. 흑흑~

월요일 보스턴 로간 국제공항으로 다시 와서 짐을 부치면서 유나이티드(United) 직원에게 문의를 했지만, 자연재해로 인한 결항은 숙박비 보상을 해줄 수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른 회사 비행기들은 대부분 떴는데요..."라고 말해봐야 소용없을 것을 알기 때문에, 직원이 서비스로 제공한 공항에서 사용 가능한 $20 쿠폰만 감사히 받고 탑승을 했다. 운명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비행기는 워싱턴DC와 가까운 버지니아 주의 덜레스 국제공항을 가는 것이었고, 공짜쿠폰으로 저녁을 사먹고 비행기를 갈아타고 LA로 돌아오는 것으로 예정보다 하루 늘어났던 8월말의 보스턴 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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