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도시관광기/보스턴

북위 42.4°의 메사추세츠 보스턴(Boston)에 위치해서, 차가운 봄비가 내리던 하버드(Harvard) 대학교

위기주부 2023. 4.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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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마지막 일요일 새벽에 버지니아 집을 출발해서, 따님 얼굴도 보고 기숙사 짐도 좀 미리 빼기 위해 1박2일로 보스턴을 다녀왔다. 여기 워싱턴DC는 이전 주에 화씨 88도(31°C)까지 올라가서 나무와 풀들이 짙은 녹색으로 바뀌며 초여름의 분위기였는데, 운전해서 북쪽으로 올라갈 수록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꾸로 달리는 것처럼 도로변 나무들이 갈색으로 변해갔다. 비까지 내려서 차가 밀리는 바람에 거의 8시간만에 보스턴에 도착하니까 지난 4월초의 여기 풍경으로 돌아간 듯 해서, 도대체 위도 차이가 얼마나 되길래 이렇게 봄이 늦게 오는 것인지 궁금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힘들게 찾은 미국 북동부(The Northeast)의 경위도가 표시된 지도로, 제일 아래 가로선이 우리에게 익숙한 '38선'이고, 위도가 2° 간격으로 그려져 있다. 워싱턴이 북위 38.9°에 위치하므로 두 도시의 위도차는 3.5°이고, 수직 방향으로 384 km 북쪽에 보스턴이 위치하는 것이다. (참고로 서울-부산의 위도차는 2.34°이고 수직거리는 260 km) 이렇게 지도를 펼쳐놓고 지리 공부를 해보니... 워싱턴이 서울보다 위도가 더 높은 것도 놀랍고, 보스턴이 이 정도 북쪽에 위치한다고 봄이 한 달 가까이 늦게 오는 것도 신기하다.

기숙사에서 커다란 옷가방 2개, 잡동사니 3박스를 챙겨서 차에 실은 후에, 근처 중국집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는 하버드스퀘어(Harvard Square) 배너가 걸려있는 길을 따라서, 오래간만에 지혜의 대학교를 구경하러 가고 있다.

굳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와이드너 도서관 앞의 계단에서 단체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일반적인 관광객들 같지는 않고 무슨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 같아 보였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한달 후에 졸업식이 열릴 맞은편 메모리얼처치(Memorial Church) 앞에 심어진 나무들은 이제서야 위쪽부터 연두색 새순이 올라오고 있었고, 바닥의 잔디밭은 새로 흙과 씨를 뿌려서 다가오는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세상 기쁜 표정으로 돌아다니는 어린 학생과 부모들을 가끔 볼 수 있었는데, 올해 합격자들의 학교방문 행사인 '비지타스(Visitas)'를 전날까지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잔디밭에 막대를 다리 사이에 끼운 학생들과 동그란 골대를 세워놓은 것이 보이는데, 바로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마법사들의 스포츠인 퀴디치(Quidditch)를 현실에서 하는 '머글 퀴디치' 또는 쿼드볼(Quadball)을 홍보하는 재학생들이다.

 

하버드 퀴디치 팀의 소개 영상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는데, 2005년부터 미국과 영국의 대학교를 중심으로 경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전세계 약 40개국이 가입한 국제연맹에서 규정을 관리하고 매년 월드컵 대회도 개최된다고 한다.

존 하버드(John Harvard)의 반짝이는 구두를 가까이서 찍기 위해 다가가니까, 뒤에서 지혜가 소리쳤다. "아빠, 가까이 가지마! 어젯밤에도 3명이나 그 위에 올라가서 동상 발에 오줌 누는 학생들 봤어~"

하지만, 8년전에는 너도 이렇게 만졌단다...ㅎㅎ (사진이나 여기를 클릭해서 옛날 여행기를 보실 수 있음)

바로 옆의 웰드홀(Weld Hall) 기숙사에서 1학년을 보냈던 방의 창문을 가리키며 바라보고 있는 모녀~ 시간 참 빨리 간다. 벌써 졸업이라니...

5월말 졸업식 때는 저 나무들도 완전히 녹색으로 바뀌고, 잔디도 새로 많이 올라오겠지만, 사람들이 바글바글 할테니 이렇게 여유있게 캠퍼스를 구경하는 것은 이 때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 슬퍼졌다.

교문을 나와서 도로 건너편에 있는 기념품 가게인 '쿱(Coop)'으로 향했는데, 저기 걸려있는 H자가 씌여있는 큰 깃발을 팔면, 하나 사서 5월 동안 버지니아 집에 걸어둘 작정이었다.

하지만 깃발은 팔지 않았고, 다른 종류의 배너 및 졸업장을 넣는 액자 등을 놓고 좀 고민 하다가 그냥 빈손으로 나왔다.

지혜가 먹어보고 싶어한 새로 생긴 가게에서 붕어빵에 아이스크림을 올려주는 타이야키(Taiyaki)와 울퉁불퉁한 모치도넛(Mochi Donut)을 사서 디저트로 먹고는,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화상통화로 대학교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다시 캠퍼스로 돌아갔다.

갑자기 비가 많이 쏟아져서 메모리얼처치 입구의 처마 아래에서 짧게 전화를 드리고는 주차해놓은 곳으로 돌아가서, 친구와 모임이 있는 장소에 지혜를 바래다 주고 우리 부부는 바로 보스턴을 떠나 1시간 정도 차를 달려서 예약한 호텔로 향했다. 참, 올해 2023년도 하버드 대학교의 제372회 졸업식의 축사는 영화배우 톰 행크스(Tom Hanks)라고 하니, 5월말이나 6월초에 위기주부의 블로그에서 멀리서나마 직접 찍은 유명인의 사진을 보실 수 있겠다.^^

사실 보스턴 시내쪽에는 위기주부가 찾아다니기를 좋아하는 국립공원청 Official Unit이 위 지도처럼 5곳이나 있다. (우측 하단 JFK Library는 제외) 오른편 Boston NHPBoston African American NHS는 2015년 여행에서 방문을 했지만, 왼편의 국가유적지(National Historic Site, NHS) 3곳은 아직 가보지를 못했다. 문제는 겨울이 긴 높은 위도의 보스턴이라서 모두 5월은 되어야 문을 연다는 것이고, 특히 그 중에서도 가보고 싶은 존 F. 케네디(John Fitzgerald Kennedy)가 태어난 생가는 몇 년째 내부수리중이라서 여름에 재개장을 한다고만 되어 있는데, 과연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5월말 졸업식 전후로 한 곳이라도 들릴 수 있을랑가 모르겠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원래는 유명한 정원을 한 곳 들리려고 했지만, 아내가 모자를 가져오지 않아서 다음 기회로 미루고, 대신에 전봇대에 걸린 배너에 살짝 보이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을 기념하는 국립역사공원을 찾아왔으나... 굳게 잠긴 문에는 목~일요일만 개방한다고 되어 있었다. 약간 아쉽고 좀 허전하기는 했지만, 여기 뉴저지(New Jersey) 주부터 남쪽으로는 앞으로 뉴욕 왕복하면서 찾아갈 수 있는 곳들이라는 생각에 부담없이 바로 일찍 집으로 돌아가서 1박2일 여행을 마쳤다.

 

 

P.S. 미국 시간으로 4월 28일 금요일 오후에, 하버드 대학교의 정책/행정 대학원인 케네디 스쿨(Kennedy School)에 미국을 국빈 방문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와서 연설(강연? 대담? 포럼?)을 한다고 해서, 우리집 따님도 학부 재학생 자격으로 행사장에 참가신청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신청자가 많아서 추첨으로 입장 가능여부를 오늘 알려준다고 하므로, 혹시 내일 행사에 직접 참가하게 되면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서 보내달라고 했으니, 소식이 있으면 추가로 업데이트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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