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포토맥헤리티지

트럼프 골프장 옆의 세네카(Seneca) 지역공원을 지나가는 포토맥헤리티지(Potomac Heritage) 트레일

위기주부 2023. 4. 25. 20:55
반응형

보통 '세네카(Seneca)'라고 하면 고대 로마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로 네로 황제의 스승이었던 인물이 먼저 떠오르게 된다. 그런데, 미국과 캐나다 동부에서 똑같은 스펠링의 Seneca라는 지명과 이름이 가끔 등장을 하는데, 그것은 로마 철학자와는 전혀 상관이 없고... 오대호 주변에 살던 이로쿼이(Iroquois) 어족에 속하는 6개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들 중의 하나인 세네카 부족(Seneca Tribe)에서 유래한 것이다.

우리 동네에도 Seneca Rd라는 도로가 있어서, 그 길이 끝나는 곳에 세네카 지역공원(Seneca Regional Park)이 있는데, 오래간만에 보는 버지니아 공원부(Department of Conservation and Recreation)의 DCR로고가 반갑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여기가 주립공원은 아니다.

도로옆 무료 주차장이 끝나는 곳에는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고, 공원 이름이 크게 써진 간판은 찾을 수 없었지만, 지도를 보여주는 안내판과 안쪽에 여러 설명판 등이 잘 만들어져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지난 포스팅에서 자세히 설명한 포토맥헤리티지 국가경관로(Potomac Heritage National Scenic Trail)의 하류 495번 인터체인지부터 강을 따라 상류 리스버그(Leesburg)까지의 지도가 아래쪽에, 그리고 그 중간쯤에 위치한 여기 세네카 지역공원의 트레일맵이 위쪽에 보인다. 또 오른편 나무기둥에 실물은 처음 보는 PHT마크가 붙어있었는데, 나중에 큰 사진으로 자세히 보여드리며 설명할 예정이다.

가이아GPS로 기록한 하이킹 경로로 ⓟ에 주차를 하고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5마일을 1시간40분만에 돌았으니까 오래간만에 운동을 제대로 한 셈이었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3년 6월 27일 한밤중에 남군의 J.E.B. Stuart 장군이 이끄는 약 5천명의 기마부대가, 여기 버지니아쪽 강가의 Rowser's Ford에서 아래 그림처럼 물이 불어서 폭이 0.5마일이나 되었던 포토맥 강을 몰래 건너 메릴랜드를 지나, 작년에 여행기로 자세히 소개했던 게티스버그(Gettysburg) 전투에 참가했었다고 한다.

파란 봄하늘을 배경으로 키 큰 나무들의 꼭대기부터 연두색으로 물들어 가던 평화로운 풍경~ 이 포장도로를 계속 따라 걸어가다가 왼편으로 꺽어져서 좀 더 가보면,

잘 가꾸어진 잔디밭과 함께 사유지(private property) 표시가 나오는데, 여기서부터가 워싱턴DC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Trump National Golf Club Washington D.C.)이다. 트럼프는 부도난 이 곳을 2009년에 13백만불에 인수를 해서, 25백만불을 들여 리모델링을 한 후에 2015년에 자신의 이름을 딴 골프장으로 재개장을 했단다.

PHT는 골프장을 동서로 관통하는 Old Sugarland Run 개울을 따라서 작은 오솔길로 계속 이어지지만, 더 들어갈 필요는 없을 듯 해서 여기서 트레일을 따라 돌아나갔다. 옛날 살던 LA의 팔로스버디스에도 트럼프 골프장이 있었고, 둘 외에도 필라델피아와 뉴저지 베드민스터까지 총 4곳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이 있다고 하는데, 골프장 이름에 '내셔널(National)'은 아무나 갖다붙여도 되는건가?

다시 세네카 지역공원으로 돌아와 강가쪽으로 끝까지 가서 골프장 방향을 바라보면, 바람이 없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사진 가운데에 커다란 성조기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골프클럽을 소개하는 공식 유튜브 영상에도 대표사진과 피날레로 등장을 하는 이 대형 성조기는, 포토맥 강에 접한 Lowes Island Course의 15번 티잉 그라운드에 세워져 있다. (위기주부가 서있는 곳은 사진 오른편의 강과 연못 사이의 숲속) 미국에서는 자신의 사업체에 대형 성조기를 걸어두는 것이 흔한 일이므로, 저기에 국기를 펄럭이게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게 없지만, 논란은 아래쪽 게양대에 있다.

금색의 커다란 트럼프 재단의 문양 아래로 "The River of Blood"라고 적힌 동판이 게양대에 붙어있다. 그 아래의 내용은 확대해서 직접 읽어보실 수도 있지만, 대충 번역을 해보면 아래와 같다.

"포토맥 강의 '급류'라 불리는 이 지점에서 북군과 남군 양쪽의 많은 위대한 미국 병사들이 죽었다. 사상자들이 너무 엄청나서 강물이 붉게 물들었고, 그래서 '피의 강'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포토맥 강의 이 중요한 구간을 보존하게 된 것은 나의 큰 영광이다! ─도널드 존 트럼프"

그러나 남북전쟁 기간에 이 골프장 위치에서 일어난 전투는 없었다는 사실이다~ 내전 초기인 1861년 10월에 여기서 상류쪽으로 11마일 올라간 리스버그 강가에서 Battle of Ball's Bluff가 부근에서 유일한 전투로 기록되어 있고, 앞서 설명한 1863년에 여기서 북쪽으로 강을 건넌 남군들은 한 명의 사상자도 없었단다. 그래서 지역 역사학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며 역사왜곡에 대해 항의했는데, 트럼프가 직접 대답하기를... "그들이 그걸 어떻게 알아? 그 때 그들이 거기 있었어?"

(이 정도로만 이야기하는 것으로 트럼프 골프장의 가짜 기념물 이야기는 끝내고^^) 물길과 나란히 만들어진 포토맥헤리티지 트레일을 따라 동쪽으로 걸어가는데, 왠 커다란 피스톤 엔진블럭이 진흙을 뒤집어 쓰고 버려져 있었다.

그나마 세네카 지역공원에서는 가장 유명한(?) 장소라고 할 수 있는, 구글맵에 Washington's Canal 표시가 있는 곳이다.

독립전쟁이 끝나고 1783년말 총사령관에서 물러난 조지 워싱턴은 고향 버지니아로 돌아와서 다시 농장과 사업을 운영하다가, 1785년에 Patowmack Canal Company를 설립하고 포토맥 강에 운하를 만들게 되는데, 트레일 옆으로 좁게 흐르던 강물이 그 인공적으로 땅을 파서 만든 옛날 뱃길이었던 것이다. '워싱턴의 운하'는 1795년에 하퍼스페리에서 조지타운까지 구간만 완성되어 운영되다가, 1828년에 미국정부 주도의 새로운 운하(포스팅을 보시려면 클릭) 건설이 시작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강을 따라 하류로 내려가는 트레일이 이름 없는 작은 개울을 건너는 곳마다 이렇게 나무 다리를 잘 만들어 놓고 PHT마크를 붙여 놓았다. 둥그스럼한 삼각형의 그림에서 흰색 건물은 의사당이고, 포토맥 강에 놓여진 아치형의 다리는 1923년에 개통되어 워싱턴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인 키 브리지(Key Bridge)이다.

평탄한 트레일의 좌우로는 연보라색의 봄꽃들이 가득 피어있었다. "무슨 꽃인지는 모름... 아시는 분은 알려주세요~"

공원의 동쪽 경계까지 걸어오니까 인위적으로 내륙 방향으로 나무들을 모두 자르고 노란 깃발을 꽂아 놓았는데, 옆의 경고문을 보니까 송유관이 여기 땅속으로 지나가는 모양이었다. 이 풀밭 옆으로 난 산책로와 Seneca Bridal Trail을 따라서 공원을 크게 한바퀴 돌아서 주차한 곳으로 향했다.

우리 동네에 말을 키우는 집이 많다고 했는데, 그 산속의 트레일을 말을 타고 방금 지나간 저 분은 백발의 할머니였다~

로마 철학자와는 상관이 없는 Seneca Rd가 끝나는 삼거리에 돌아오는 것으로 4월초 봄날의 하이킹을 마쳤다. 처음 안내판에 있던 우리 동네의 포토맥헤리티지트레일(Potomac Heritage Trail)을 빨간 점선으로 보여주는 지도를 힘들게 인터넷에서 찾아서 해상도는 좋지 않지만 마지막으로 아래에 올려본다.

옛날 LA에 살면서 산타모니카산맥 국립휴양지의 주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백본트레일(Backbone Trail)을 구간별로 모두 걸어보려던 계획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강을 따라서 듬성듬성 이어지는 위의 빨간 점선들을 한 번 다 찾아서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뭔가 목표가 생기니까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