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캐피탈이스트

강건너 마운트버넌(Mount Vernon)이 보이는 메릴랜드의 피스카타웨이 공원(Piscataway Park)과 국립 식민지 농장

위기주부 2023. 9. 11.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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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초부터 '우리 동네 별볼일 없는 국립공원들' 소개 시리즈를 얼떨결에 시작했는데, 그 덕택에 이 블로그가 점점 '별볼일 없는 웹사이트'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칸쿤이나 뉴욕 여행기는 검색 유입도 생기고 이웃님들도 꼭 클릭하시지만, 이런 공원들은 대부분 "뭥미?"라며 그냥 패스하신다.ㅎㅎ 뭐~ 이왕 이렇게 된거, 갈 때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그 공원들 10여곳 중에서 가장 별볼일 없었던, 즉 'worst of the worst' 공원의 방문기를 또 정성스럽게 작성해본다.

DC에서 남쪽으로 20마일 떨어진, 메릴랜드 주의 프린스조지카운티(Prince George's County)의 한적한 주택가를 통과하면, 미국 국립공원청이 소유한 425개의 국립 공원들 중의 하나인 피스카타웨이 파크(Piscataway Park)가 나온다. 공원명은 길 이름이 아니라 이 지역에 살던 원주민 부족명에서 유래했는데, 그 선조들이 기원전 2,000년경부터 여기 정착해서 살았던 흔적인 모야원(Moyaone) 유적지도 공원 안에 남아있단다.

넓은 비포장 주차장을 끼고 만들어진 비지터센터가 좀 달라 보이는 이유는, 이 구역의 관리는 NPS가 아니라 인근 마을의 비영리 재단인 아코킥 파운데이션(Accokeek Foundation)에서 하기 때문이다. 출입문 옆에 낚시미끼를 판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데, 건물을 통과해서 뒷문으로 나가면 바로 포토맥 강이 나온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오래되어서 살짝 불안해 보였던 피싱피어(Fishing Pier)를 따라서 걸어가보니,

이 동네 아저씨가 낚시를 하고 계셨는데,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바로 옆에 휠체어에 앉은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나와 계셨다.

부두 끝에는 다른 분이 낚시는 안 하고, 아이스박스 위에 앉아서 열심히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데, 강 건너 언덕 위로 보이는 멋진 저택이 바로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살았던 집이자 그의 묘지가 있는 마운트버넌(Mount Vernon)이다. 여기 메릴랜드 강가의 넓은 습지와 숲이 공원으로 보호될 수 있었던 것은, 건너편 버지니아 마운트버넌에서 보이는 풍경을 옛날 모습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큰 이유였다고 한다.

1928년부터 Henry and Alice Ferguson 부부가 Accokeek Creek 주변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는데, 그 목적이 처음부터 개발이 아니라 보존에 있었다. 1951년에 아내가 먼저 세상을 뜨자, 헨리는 아내 이름의 재단을 만들어서 본격적으로 지역 사회 및 친구들과 함께 이 땅이 DC의 위성도시로 개발이 되는 것을 막았고, 결국 그렇게 모아진 넓은 땅을 모두 정부에 기증해서 1961년에 Piscataway Park가 만들어진 것이다.

피어를 돌아 나와서 강가를 따라 옛모습 그대로 만들어 놓은 이 길을 걸어가면, 또 처음 들어보는 '국립' 뭐시기가 등장을 한다.

그것은 바로 아코킥 재단에서 운영하는 국립 식민지 농장(National Colonial Farm)으로, 버려졌던 담배농장(tobacco plantation)을 식민지 시대의 모습 그대로 복원해서 옛날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일종의 '살아있는 역사 박물관'이자 체험 학습장이다.

간판 옆의 길로 들어와 보니 그냥 말 그대로 옛날 농가가 나왔는데, 위기주부는 문득 여기서 아주 오래전 기억 속의 시골 할아버지 댁이 떠올랐다. 마을로 들어가는 도로가 88올림픽 전후에야 처음 포장이 되어서 매일 버스가 다니게 되자 마을 잔치를 했었다는 그 옛날 깡촌...^^

작은 건물 앞에는 여기서 일을 하시는 분들이 나와 계셨는데, 보여주기가 아니라 진짜 그 날의 밭일을 하다가 쉬는 모습이었다.

밭을 지나서 건물들이 가까이 보이는 곳으로 걸어왔는데, 굴뚝이 있는 집은 정문이 열려 있어서 안을 들여다 보니까,

마루 바닥에 옛날 침대와 가구들 몇 점이 보였다. 아무리 식민지 시대를 재현한 역사 박물관이라고 해도, 좀 전의 그 직원들이 여기서 먹고 자는 것은 아니고, 관리하는 직원들의 숙소는 공원 안에 따로 만들어져 있었다.^^

1770년으로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표지판을 자세히 보니 원래 Bolton Farm이라는 농장이었던 모양이다.

 

높은 지붕의 커다란 창고는 수확한 담뱃잎을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해서 걸어 말리고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단다.

그 외에 너무 낡아서 찰칵 소리에 무너질까봐 사진 찍기도 겁나는 작은 건물들과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는 밭들을 지나서 길이 휘어지는 곳에는 커다란 축사(barn)가 만들어져 있다. 농장 홈페이지에는 축사에서 돼지를 키운다고 되어 있던데, 잠겨있는 문 앞에서 서봐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으로 봐서 지금은 비워진 듯 했다. 대신에...

도로옆으로 철망이 쳐진 작은 초원에 염소 두 마리가 딱 붙어서, 사람들이 혹시 뭐 맛있는 걸 줄까바 열심히 노려보고 있었다.

국립 공원 구경 끝이다~ 한바퀴 다 돌았으니 이제 이리로 걸어가 주차장으로 돌아가면 되는데, 오른편으로 느릿느릿 움직이는 놈들이 보인다.

국립 풀밭에서 방목되는 'National Cow'들이다! 저 많은 소를 관상용으로 놔둘리는 없으니까 식용으로 키워서 파는 것 같은데, 그러면 저 소고기를 잘라서 구우면 'National Steak'가 되는건가? 많은 소들과 함께 가장 별볼일 없었던 우리 동네 피스카타웨이 공원(Piscataway Park) 구경을 마치고 또 북쪽으로 앞서 지도에 표시된 다른 곳을 찾아갔는데, 국립공원청에서도 각각 따로 관리할 필요성은 못 느꼈는지 여기부터 북동쪽으로 산재한 약 20곳을 묶어서 National Capital Parks-East라는 하나의 그룹으로 관리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자세히 소개를 해드릴 예정이다. 비록 아무도 관심이 없으시겠지만 말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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