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캐피탈이스트

200여년간 미국의 수도를 지키는 중요한 요새였다가 국립 공원이 된 포토맥 강변의 포트워싱턴(Fort Washington)

위기주부 2023. 10. 9. 00:00
반응형

현재 425개인 미국 국립공원청의 Official Units 중에서 이름에 'Fort(요새)'라는 단어가 들어간 곳은 22개로, 대부분은 국립사적지(National Historic Site), 준국립공원(National Monument), 또는 국가전쟁터(National Battlefield) 등으로 지정이 되어 있는데, 아주 특이하게 공식 이름이 그냥 '공원(Park)'이라고만 된 곳이 우리 동네에 딱 하나가 있다. (참고로 아직 못 가본 플로리다 Dry Tortugas National Park처럼 요새가 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이름에는 Fort가 없는 곳들도 상당수 있음)

워싱턴DC에서 남쪽으로 약 20마일 떨어진 한적한 고급 주택가의 제일 안쪽으로 들어가면 포트 워싱턴 파크(Fort Washington Park)의 입구가 나오는데, 이 공원이 포함되는 메릴랜드 주의 프린스조지카운티(Prince George's County)에 속하는 여기 마을의 이름도 포트워싱턴(Fort Washington)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군부대에서 해제되어 National Park Service가 직접 관리하는 동네 공원이 되었는데, 아래에 설명드릴 내용처럼 역사적 중요성이 상당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사적지나 기념물로 지정하는 과정이 왜 생략되었는지가 궁금하다. 지도 제일 아래에 쓰여진 Piscataway Creek의 건너편이 '시리즈' 직전에 소개했던 피스카타웨이 공원이므로, 여기를 클릭하시면 주변의 지도와 설명을 보실 수 있다.

흐린 날씨의 평일이라서 넓은 주차장에 거의 1등으로 주차를 하고 걸어나오니, 정면에 폐허가 되어서 거의 방치된 건물이 보였다. 1890년대에 콘크리트로 추가 건설되었던 디케이터 포대(Battery Decatur)에는 당시 최신 기술의 대포들이 설치되었는데, 제1차 세계대전때 대포를 떼서 유럽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개나리색으로 칠해진 비지터센터 겸 책방의 내부에는 할머니 직원 한 분만 계셨고, 이 요새의 역사를 보여주는 아래와 같은 전시판이 작은 방의 벽을 돌아가며 시간 순으로 세워져 있었다.

전함이 포토맥 강을 거슬러 올라와 수도를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요새를 여기 만들 것을 처음 워싱턴이 주장했고, 1809년에야 도면과 같이 지금보다 작은 포트 워버튼(Fort Warburton)이 처음 만들어졌다. 하지만 1814년에 영국군이 다른 경로로 수도를 공격해 백악관 등을 불태운 직후에, 영국군이 점령해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미군이 일부러 화약고를 터뜨려서 요새를 파괴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보이는 커다란 요새가 1824년에 새로 완공되어 포트 워싱턴(Fort Washington)으로 명명되었고, 수도 방어의 중요성 때문에 1800년대말까지 가장 최신의 건축과 군사 기술을 적용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된다.

요새의 높은 성벽 아래에는 해자(moat)가 파여있고, 원래는 정문에 올리고 내릴 수 있는 Drawbridge가 설치되었지만, 지금은 그냥 나무다리로 상시 통행이 가능하도록 해놓았다.

오~ 반짝반짝 황금 대포! ...는 당연히 아니고, 전혀 녹이 슬지 않은 황동으로 만든 포신의 대포를 하나 가져다 놓았다. 그 뒤 가운데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나중에 보여드릴 강가의 아래쪽 포대와 연결되는 비밀통로이고,

1861년에 설치된 24-pounder cannon은 요새 안에 남아있는 무기들 중에서는 가장 현대적인 대포로, 이름 그대로 24파운드(약 11kg) 무게의 포탄을 5분에 한 발씩 1마일 거리까지 발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강쪽으로 내려다 보면 수면에 가깝게 만들어진 포대의 흔적과 함께 작은 등대가 보인다. 저기까지 내려가볼까 하다가 시간이 없어서 포기했는데,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 안내판에 적혀 있었다.

요새의 아래쪽에 '수상 포대(Water Battery)'를 만든 이유는 포탄이 물에 튕기면서 나지막히 날아가 적 함선의 옆면을 효과적으로 공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왼편 아래에 그림이 그려져 있음) 쉽게 말해서 동그란 포탄이 '물수제비'를 하게 만들었다는 말인데, 이렇게 하는 것을 리코셰 발사(Ricochet Firing)라고 한단다.

2층으로 만들어진 사병 막사(Enlisted Barracks) 앞에 전시된 포신들 중에서 오른쪽에 크고 긴 것들이 수상 포대에 설치되어 있던 15-inch Rodman gun이라고 한다.

남서쪽으로 돌출된 성벽인 Southwest Demi-Bastion인데, 저 아래를 통해서 혹시 강가로 바로 나갈 수 있는지 내려가서 잠깐 안쪽으로 들어가봤다가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다~ 이름 그대로 그냥 동네 공원이라서 그런지, 뭔가 깔끔하게 관리되지는 않는 듯한 느낌...

정문 옆의 장교 숙소(Officiers Quarters)는 1층의 기둥이 달랐는데, 출입문 옆에 작은 '황금 대포'가 또 하나 눈에 띄었다. "저거 어떻게 하나 몰래 끌고 가서, 우리집 잔디밭에 전시해놓으면 좋겠구만..."

하늘까지 만약 파랬다면, 녹색 언덕 위의 노란 집이 마치 윈도 배경화면 느낌이었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른편 끝에 보이는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여기도 직전의 피스카타웨이 공원(Piscataway Park)과 함께 국립수도공원-동부(National Capital Parks-East)라는 그룹으로 통합 관리가 되고 있는데, 정말로 '우리 동네 별볼일 없는 국립 공원' 시리즈의 다음 편에서 이 그룹 유닛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드릴 예정이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