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도시관광기/뉴욕

뉴욕 맨하탄 헬스키친(Hell's Kitchen)에 있는 미쉐린가이드 1스타의 한식당 꼬치(Korean Restaurant Kochi)

위기주부 2023. 10.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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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5년전에 '위기주부(Desperate Househusband)'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그 이름에 걸맞게 <외식 또는 요리하기>라는 카테고리를 의욕적으로 만들었었다. 하지만 요리 포스팅은 10개를 못 넘기고 6개월만에 중단되었고, 이 놈의 혓바닥이 둔해서 식당 방문기도 별 도움되는 내용이 없으니까, 결국은 미국여행 블로그로 명맥을 유지해 왔는데... 만약에 그 때 포기하지 않고 '공돌이'의 연구개발 보고서 스타일로 요리 포스팅을 꾸준히 올렸었다면? 또는 일찌감치 요리 유튜브를 만들었다면? 지금쯤 혹시 대성공을 했을지도 모를거라는 그런 쓸데없는 상상을 잠깐 하면서 뉴욕맛집 방문기를 시작한다~

햄릿의 연인으로 물에 빠져 죽은 오펠리아(Ophelia)가 열대성 저기압으로 다시 태어나, 미동부에 이틀째 폭우를 퍼붓던 9월의 마지막 일요일, 딸의 겨울옷을 좀 챙겨서는 느지막히 뉴욕을 잠깐 방문했다. 지혜의 맨하탄 아파트에서 옷정리를 해주고 화분을 다듬으며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장사만 하는 식당 예약시간에 맞춰서 지하철을 타고 타임스퀘어 북쪽의 49th St 역에 내려서 밖으로 나왔다.

서쪽으로 걸어가는데 바로 왼편으로 건물을 감싼 전광판이 번쩍이는 딸의 직장이 보였다. "내일 월요병 걸리지 말고, 꼭 저기 출근해~"

8가(8th Ave)를 지나서 외벽에 대피용 철제 발코니와 계단이 있는 '뉴욕스러운' 빨간 건물들이 좌우로 서있는 이 지역은 맨하탄 미드타운의 서쪽(West Side of Midtown Manhattan)으로 보통 헬스키친(Hell's Kitchen)으로 불린다. 즉 지옥의 부엌...^^

10가(10th Ave)와 46th St 교차로에 딸이 예약해놓은 레스토랑이 보이는데, 멀리 비구름을 뚫고 서있는 고층 빌딩들 중의 하나에서 지혜가 작년 인턴 2개월반 동안 살았던 동네이기도 하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한식당 꼬치(Korean Restaurant Kochi)는 2019년에 여기서 개업을 했고, 작년 2022년에 미쉐린가이드(Michelin Guide)에서 별 하나를 받아서, 요즘 한창 뜨고 있는 퓨전한식 레스토랑이란다. 몇주 전에 예약할 때 벌써 실내에는 자리가 없어서 야외 테이블로 안내되었고, 기본 9가지 코스 요리를 아내가 찍은 사진들로 메뉴판의 제목 및 설명과 함께 차례로 보여드린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위기주부는 음식의 맛을 디테일하게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 T_T)

TOMATO SOUP 토마토

Kimchi Soffritto, Grilled Cheese, Sous-Vide Egg Yolk, Caviar

따님 덕분에 와보는 인생 두번째 미슐랭 식당에서, 두 손 모아 첫번째 전채 요리를 들고...^^ (작년에 방문했던 브루클린의 미슐랭 레스토랑의 포스팅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HWE 회

Scallop, Perilla Salad, Strawberry Chojang, Granita

EGGPLANT TWIGIM 떡꼬치

Rice Cake, Pine Nut Hummus, Turnip, Fermented Chili

음식들이 너무 앙증맞은 그릇에 예쁘게 담겨 나와서 사진을 찍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미 간파했겠지만 대부분의 요리가 '꼬치(skewer)'에 끼워진 상태라서 처음부터 식당 이름도 그렇게 지었나 보다. 나머지 육해공 메인디쉬와 비빔밥 그리고 2개의 디저트 사진들이 이어지는데, 위기주부는 마지막 '돼지바'를 메뉴판에서 보고는 정말로 롯데 돼지바 아이스크림을 마트에서 사서 내어놓는 줄 알았다!

HALIBUT 넙치

Butter- Poached Halibut, Bokbunja Vinaigrette, Beets

CHICKEN 안동찜닭

Pennsylvania Golden Chicken, Sweet Potato, Heirloom Carrots, Soy Jus


COULOTTE 우둔살

Galbi Marinated American Wagyu, Mustard Green Salad, Mushroom Puree

SNOW CRAB BIBIMBAP 게살 비빔밥

Soy Marinated Snow Crab, Seasonal Sprouts, Candied Anchovy, Charred Avocado, Seaweed Rice

FROYO 오미자

Omija Frozen Yogurt, Sesame Sable Crumble, Fig Compote

ICE CREAM 돼지바

Milk Ice Cream, Korean Wild Berry, Strawberry Compote

그렇게 2시간 가까이 눈과 입이 즐거웠던 예술 체험을 마치고, 잠시 가게 내부와 주방을 잠깐 둘러보니까 작은 실내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거의 만석이었다. 이 곳의 대박으로 한국계 주방장 겸 주인이 두번째 레스토랑을 오픈해 그 곳도 올해 미슐랭 원스타를 받았는데, 가게 이름이 마리(Mari)로 거기는 음식을 김밥말이처럼 '말아(roll)' 주는 모양이다.

비도 계속 내리고 지하철 역까지 거리도 멀어서, 딸의 아파트로 돌아갈 때는 우버를 이용했다. 앞자리에 앉아서 타임스퀘어 남쪽을 지나갈 때쯤 사진을 찍었는데, 왼편 전광판에는 아이폰15 프로가 오른편 빌보드에는 갤럭시 Z플립5 광고가 보인다. 아파트에서 딸을 올려보내고 바로 출발해서 버지니아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으니까, 한마디로 이 날은 뉴욕 맛집에 왕복 10시간 걸려서 저녁을 먹으러 다녀온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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