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도시관광기/뉴욕

블루스톤레인(Bluestone Lane) 카페와 쿠퍼휴잇(Cooper Hewitt) 디자인 박물관, 그리고 센트럴파크의 가을

위기주부 2023. 11.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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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에 만들어진 재즈곡으로 <Autumn in New York>, 즉 '뉴욕의 가을'이란 노래가 있다. 앞의 제목을 클릭하면 가장 유명한 빌리 할리데이(Billie Holiday)의 간드러진 목소리로 유튜브에서 들을 수 있고, 그녀 외에도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등 20여명의 가수가 녹음해서 음반을 낸 명곡이지만, 몇 편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는 크게 흥행하지는 못한 듯 하다. 지난 7월의 여름부터 딸을 보러 매달 뉴욕을 방문하다보니 자연스레 가을이 되었고, 그 '가을의 뉴욕'에서도 이맘때 가장 화려해지는 센트럴파크(Central Park)에서 그 정취를 살짝 느껴보았다.

오른쪽 멀리 건물 사이로 전편에 소개한 구겐하임 미술관의 동그란 외관이 보이는데, 그 북쪽에 있는 여기 카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일단 카페의 입구가 상당히 특이해 보이는 이유는...

신고딕 양식으로 1929년에 완공된 Church of the Heavenly Rest 성공회 교회 건물의 일부에 카페가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안에 3명 자리가 나려면 4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대기를 걸어놓고는 다른 곳에서 간단한 샌드위치와 커피를 한 입 먹고 다시 돌아왔다.^^

블루스톤레인(Bluestone Lane)은 2013년에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 출신이 만든 커피 체인점으로, 특이하게 Aussie café culture의 고급 커피와 건강식을 제공한단다. (호주 스타일이 뭐지? ㅎㅎ) 현재 미국 전역에 50곳이 넘는 지점이 있는데, 2021년 여름에 보스턴의 하버드스퀘어 카페(Harvard Square Café)를 방문했던 사진은 여기를 클릭해 보실 수 있다.

거의 1시간이 걸려서 내부로 들어왔는데, 작은 예배당에 만들어진 카페로 예상했지만, 거의 통로를 활용한 공간이라서 약간 속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렇게 좁으니까 일요일 점심에 3명 자리가 쉽게 나올리가 있나?"

그래도 우리는 구석의 테이블을 따로 받기는 했지만, 출입문 바로 옆이라서 추웠던 기억이...

예전에 어떤 뉴스에서 영국 교회들이 신도가 줄어서 재정이 어려운 이유로, 이런 교회 공간을 식당이나 술집으로 렌트하는 경우가 많다는 기사를 본게 떠올랐는데, 미국 뉴욕에서 그런 체험을 하게 되었다.

각자 음료와 이 디저트 빵만 하나 시켰는데, 직원이 와서 말하기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3명의 음료는 서비스로 그냥 드리겠다고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이 많았던 점심을 먹고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구경하고, 다시 북쪽에 있는 다른 박물관도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

약 20개의 스미소니언 재단 소속 박물관들 중에서 2개가 뉴욕에 있는데, 그 중 하나인 쿠퍼휴잇 디자인 박물관(Cooper Hewitt, Smithsonian Design Museum)이 여기 맨하탄의 어퍼이스트사이드(Upper East Side)의 소위 '뮤지엄마일(Museum Mile)'에 있었다.

뉴욕 출신의 발명가이자 사업가 및 자선가로 미국 대통령 후보가 된 적도 있는 억만장자 Peter Cooper의 손녀로 뉴욕 시장의 딸이었던 사라 쿠퍼 휴이트(Sarah Cooper Hewitt)가 주도해서, 이 박물관은 1897년에 Cooper Union Museum for the Arts of Decoration 이름으로 지금의 쿠퍼유니언 대학 건물에 처음 문을 열었지만, 1930년대에 대학과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다가 1968년에 스미소니언 재단 박물관의 하나가 된 것이다.

그 후 카네기 재단으로부터 기부를 받아서 스미소니언이 소유하게된 여기 Andrew Carnegie Mansion 건물로 옮겨서 1976년에 새로 개관을 했다고 하는데, 덩쿨이 무성히 자란 이 맨션은 바로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1902년부터 1919년에 그가 죽을 때까지 살았던 집이라고 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여기 정원에서는 외벽을 리모델링중인 옆건물의 저 문으로 들어가서 카페를 지나 내부 통로로 연결이 되었다.

깔끔한 디자인의 기념품 가게가 먼저 나왔는데, 의외로 뭔가 '이케아(Ikea)스러운' 분위기가 났다고나 할까? 관통해서 왼쪽 문으로 나가니까, 눈에 확 띄는 공간이 나와서 그리로 일단 향했다.

당시 밖이 추워서 그랬는지, 온실처럼 꾸며진 이 공간이 참 아늑했었다~ 철강왕을 떠올리게 하는 육중한 철문이 있는 곳으로 씩씩하게 걸어갔지만, 지키고 있던 직원이 여기는 출구라고 해서 옆쪽의 입구를 찾아갔는데...

사진 왼편의 살짝 보이는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입장료를 내야한단다! 스미소니언 뮤지엄이라서 당연히 무료일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원래 민간 박물관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뉴욕에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별도의 입장료가 있었다. 엄빠가 들어가보고 싶으면 딸이 입장료를 내주겠다고 했지만, 버지니아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 관계상 그냥 다음에 보기로 했다.

이렇게 카네기가 걸었을 계단을 한 번 올려다 보는 것으로 일단 스미소니언 박물관 20개 방문 리스트에는 체크를 해놓기로 했다. 참고로 매일 오후 5시 이후 1시간 동안은 'pay-what-you-wish'로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박물관을 나와서 5번가(5th Ave)를 건너면 바로 센트럴파크(Central Park)로, 90th St와 연결된 Engineers' Gate의 정면에는 뉴욕 시장을 지낸 존 퍼로이 미첼(John Purroy Mitchel)의 황금색 흉상 기념물이 만들어져 있다. 그는 1914년에 불과 34세의 나이로 시장에 당선되었지만, 재선에 실패한 후에 제1차 세계대전 참전을 위해 미육군 항공대에 입대했다가 1918년에 훈련중 추락사고로 사망했단다. 그리고 기념물 위쪽에 사람들이 보이는 곳으로 올라가면,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가장 큰 호수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저수지(Jacqueline Kennedy Onassis Reservoir)가 나온다. 원래 맨하탄 주민의 식수원으로 1862년에 만들어져 계속 사용되다가 1993년에 용도해제 되었고, 이듬해 재클린이 사망하자 그녀의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되고 5년 후인 1968년에 그리스 '선박왕'과 재혼한 그녀는 이 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5번가 아파트에 살며 자주 호숫가를 조깅했으며, 또 그랜드센트럴터미널과 이 공원의 보존 및 뉴욕의 문화계에도 기여한 점 등을 고려해서 명명했단다.

호숫가를 따라 남쪽으로 좀 걸었는데, 따님도 나중에 뉴욕에 계속 살게 되면 센트럴파크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살고 싶단다~ "그럼, 이왕이면 저 남쪽 끝에 우뚝 솟은 오른쪽 센트럴파크 타워(Central Park Tower, 472m)나 왼쪽 스타인웨이 타워(Steinway Tower, 435m)의 꼭대기는 어때? 너무 높아서 어지러우려나..."

그렇게 이야기하며 걷다가 '메트(MET)'가 가까워지고 공원도로가 넓어지니까 일요일 오후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이 때는 뉴욕에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할 때라 조금 이르기는 했지만, 가운데 위험하게 함께 자전거를 타는 커플을 보며 서두의 노랫가사를 떠올린다...

It's autumn in New York
That brings the promise of new love
Autumn in New York
Is often mingled with pain


사랑도 좋지만, 그러다가 넘어지면 고통이다~ㅎㅎ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뒷편 야외에 진짜 고대 이집트의 오벨리스크(Obelisk)가 세워져 있는 것을 안 것도 이 날의 수확이다. 기원전 15세기에 만들어졌고 클레오파트라에 의해 알렉산드리아로 옮겨져서 Cleopatra's Needles라 불린 2개 중의 하나로, 이집트가 선물로 줘서 길이 21m에 무게 200톤의 이 돌을 배로 실어와 1881년에 저 자리에 세웠단다. (다른 하나는 앞서 1878년에 영국 런던으로 옮겨졌음) 이상으로 짧은 '뉴욕의 가을' 이야기는 끝이고, 계속해서 눈 내린 뉴욕과 센트럴파크의 겨울 모습도 다음 달에는 소개가 될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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