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포토맥헤리티지

CIA 본부를 끼고있는 터키런(Turkey Run) 공원의 포토맥헤리티지 트레일과 조지워싱턴 기념 공원도로

위기주부 2023. 12. 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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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살았던 남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겨울은 가까운 언덕을 하이킹 하기에 딱 좋은 기온에다가, 마음먹고 1시간 거리의 높은 뒷산에 가면 의외로 겨우내내 눈구경도 할 수 있었던게 떠오른다~ 그에 비하면 지금 여기 북부 버지니아의 겨울은... 주변 강가는 쓸데없이 춥기만 하고, 제대로 눈 덮인 산을 걸으려면 내륙쪽으로 2시간 정도는 운전해서 가야한다. 그래서 12월이 하이킹을 하기에 썩 좋은 시기는 아니지만, 제대로 운동을 한지도 오래되었고 잡다한 생각들도 정리할 겸해서 집을 나섰다.

한국분들에게는 '버지니아 학군 좋은 곳'으로 유명한 페어팩스 카운티의 매클레인(Mclean)을 올해 7월 하이킹 포스팅에서 잠깐 소개했었는데, 여기 포토맥 강변의 터키런 공원(Turkey Run Park)도 그 지역에 속한다. 주차장에서 바로 강쪽으로 내려가는 길도 있지만, 공원의 이름인 '칠면조 개울'을 먼저 찾아가는 루프 트레일로 방향을 잡았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가이아GPS에 기록된 하늘색 선이 하이킹 코스로, 제일 왼쪽 TH에 주차하고 시계방향으로 약 1시간에 4.5km를 걸었다. 그런데 경로를 지도 위쪽에 작게 나오도록 한 이유는, 아래쪽에 넓은 주차장으로 둘러싸인 짙은 회색의 큰 건물이 위치하고 있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다. 진출입을 위한 전용 인터체인지까지 만들어져 있는 그 곳은 바로... 이 동네의 이름인 '랭글리(Langley)'로 통하기도 하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미국 중앙정보국(Central Intelligence Agency, CIA) 본부이다.

CIA가 등장하는 수 많은 작품들 중에서 명작이라 평가 받는 맷 데이먼(Matt Damon)의 <제이슨 본> 시리즈 영화에 나오는 실제 CIA 본부의 모습으로 완전히 숲속에 고립된 요새처럼 보인다. 앞서 링크한 구글 지도의 위성사진이나 남북 출입구의 스트리트뷰 정도에 만족해야지, 당신이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Tom Cruise)가 아니라면, 작전 중 사망한 비밀요원을 기리는 무명의 별들이 붙어있는 Memorial Wall이나 암호로 된 조각인 Kryptos 등을 직접 방문해서 보는 것은 불가하므로 꿈 깨시기를...^^

다시 재미없는 하이킹 이야기로 돌아와서, 위의 지도에 GWMP라 표시되어 있는 굵은 주황색의 조지워싱턴 기념도로(George Washington Memorial Parkway)가 고가로 지나가는 칠면조 개울(Turkey Run)까지 걸어왔다.

개울을 건너다 이 날 하이킹 중에 유일하게 마주친 분들로, 위기주부가 출발한 공원 주차장이 아니라 계속해서 남쪽 상류로 거슬러 올라갔다. "혹시 인적이 드문 숲을 가로질러 CIA 본부에 침투하려는 스파이...? ㅎㅎ"

하류쪽으로 조금 내려와서 사진 왼편의 나무 계단과 징검다리로 다시 개울을 건너야 강가로 연결된다. 참고로 표지판에 씌여진 서쪽 1마일 거리에 있다는 American Legion Bridge는 캐피탈 벨트웨이 495번 고속도로가 지나는 왕복 10차선의 콘크리트 교량을 말한다.

포토맥 강(Potomac River)이 DC로 흘러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강폭이 넓어지는 구간이지만, 바위가 많고 물살이 세기 때문에 옛날 뱃길은 강건너 메릴랜드 주에 따로 운하로 만들어져 있는데, 여기를 클릭해서 방문기를 보실 수 있다.

처음 주차장에서 여기 강가로 바로 내려오는 길은 경사가 급해서, 이렇게 긴 나무 계단으로 잘 만들어져 있었다. 물론 위기주부는 이리로 주차장에 바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강물이 흘러가는 방향과 나란한 포토맥 헤리티지 트레일(Potomac Heritage Trail)을 걷기로 했는데, 문제는 구글맵에 강을 따라가는 트레일은 없다고 되어 있는 것이었다!

예전에 LA에서 구글맵에는 표시가 없고, 가이아GPS에만 있는 트레일로 갔다가 고생을 했던 적이 있어서 처음에 살짝 긴장했지만, 다행히 이렇게 하늘색 직사각형의 PHT 표식과 함께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길이 좁고 강물과 가까운데다, 낙엽까지 수북히 쌓여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고, 가끔 나무 뿌리와 바위로 길이 거의 끊기다시피한 곳도 몇 번 있었다. 그렇게 조심해서 강을 따라 25분 정도 걸으니까 앞쪽에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몇일 전에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폭포라 불러도 될만한 급류를 또 건너야 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따로 이름은 없는 개울인 듯 하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높은 정사각형 기둥 구조물이 나와서 좀 의아했는데, 홍수때 포토맥 강의 수위를 측정하는 River Flood Gauge란다. 계속 저 PHT를 따라 7마일을 더 걸으면 얼마전에 소개한 루즈벨트 섬(Theodore Roosevelt Island)이 나오지만, 종주가 목적이 아니므로 이제 언덕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서 다시 그 이름없는 개울을 건너야 했는데, 의외로 얕은 이 곳이 신발을 안 적시고 건너기에 가장 힘들었다. 이렇게 전체 트레일이 4번이나 개울을 건너고 강물과도 딱 붙어있어서, 비가 많이 온 직후에 물이 불어났을 때는 피하는 것이 좋을 듯 했다.

터키런파크에서 마운트버넌(Mount Vernon)까지 약 40km의 국가공원도로가 조지워싱턴 메모리얼파크웨이(George Washington Memorial Parkway)인데, 주변으로 산재한 약 30곳의 공원과 기념물들을 도로교통과 함께 관리하는 국립공원청의 그룹 본부가 이 곳에 위치해 있다.

공식적으로는 비지터센터가 아니고 공무원들이 일을 하는 건물이기는 하지만, 입구에 많은 브로셔와 함께 이렇게 Passport Stamp를 찍을 수 있는 책상이 마련되어 있는데, 가운데 작은 박스 위에 놓여진 스탬프가 6개나 된다! 공원도로 자체를 포함해 총 6곳의 NPS Official Unit을 여기서 관리하기 때문에, 한번에 도장 6개를 찍을 수 있는 '일타육피(一打六皮)'의 명당이다~^^ 위기주부는 이 그룹의 오피셜 유닛 6개 중에서 중요한 1개를 아직 못 가봤는데, 미국 전체 428개 중에는 몇 개를 방문했는지 궁금하시면 여기를 클릭하면 된다.

그렇게 1시간여의 하이킹을 마치고 넓은 주차장으로 돌아왔는데, 네비게이션을 찍어보니 여기서 집으로 돌아가는 거리보다 워싱턴DC를 가는게 더 가까웠다. 그래서, 이왕 나온 김에 DC 남쪽의 외딴 곳에 있어서 아내와는 절대 함께 갈 일이 없을 듯한 '별볼일 없는' 국립사적지를 목적지에 입력하고 다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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