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도시관광기/뉴욕

하루 늦은 아내의 생일축하 저녁식사와 링컨센터에서 뉴욕필의 블랙팬서(Black Panther) 콘서트 관람

위기주부 2023. 12.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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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교를 졸업한 딸이 맨하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첫번째 맞는 연말은, 운이 좋게도 성탄절이 월요일이라서 우리 부부가 뉴욕에 올라가, 연휴를 가족 3명이 뉴욕에서 함께 보낼 수 있었다. 그래서 토요일부터 시작해 2박3일 동안 부지런히 '크리스마스 인 뉴욕시티(Christmas in New York City)'를 즐겼는데, 마음 내키는 순서대로 정리해보는 그 첫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난 7월초에 딸의 아파트에 이삿짐을 싣고 온 날에 방문했던 링컨센터(Lincoln Center)를 연휴 첫날 저녁에 다시 찾아왔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그 때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 뮤지컬을 봤던 대극장에서는 뉴욕시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이 공연중이고, 오른편 오페라극장에서는 '카르멘(Carmen)'이 연말까지 무대에 올려지고 있었다. 두 공연장 사이로도 천막같은 것이 세워져서 다가가 보니,

무슨 서커스같은 것이 열리고 있는 듯 불을 밝히고 있었지만, 공연이 없는 시간인지 썰렁해서 더 가까이 가보지는 않았다.

이 날 우리의 목적지는 대극장과 광장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여기 데이비드 게펜 홀(David Geffen Hall)이다.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음반 및 뮤지컬, 영화제작자로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고 거물 억만장자인 그가 2015년에 링컨센터에 1억불을 기부하면서 그의 이름을 붙였다.

게펜홀의 실내 로비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바로 블랙팬서(Black Panther)! 인형의 바로 뒤쪽 스크린에는 영화에도 나왔던 와칸다 글자들이 움직이고 있고, 좌우로는 뉴욕 맨하탄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블랙팬서가 서있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밀랍인형 박물관인 마담투소(Madame Tussauds)의 협찬으로 진행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Black Panther in Concert'가 이 날 우리가 관람할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일단 저녁을 먼저 먹어야 해서, 파란 조명의 공연장을 나와 도로 건너편에 딸이 예약해놓은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오후 5시의 문 여는 시간에 맞춰서 도착한 Bar Boulud 식당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프랑스 요리 전문점에 왔으니, 예의상 꼭 시켜야 할 것 같았던 에피타이저인 왼쪽의 에스카르고(Escargot)... 위기주부는 달팽이를 처음 먹어봤는데, 뜨거운 기름에 입천장을 데었다는 기억만 남았다. 껍질이 없어서 그냥 작은 골뱅이를 먹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ㅎㅎ

"도대체, 프렌치 레스토랑에 와서 버거를 시킨 사람은 누구야?"

그리고 따님이 미리 웨이터에게 부탁해서, 서비스로 나온 해피버스데이 디저트를 먹는 것으로 하루 늦은 생일축하 저녁식사를 마쳤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처음으로 아내의 생일 당일에 딸이 집에 없었던 해이다. 지혜가 더 이상 학생이 아니고 직장인인게 이런데서 팍팍 느껴진다~^^

게펜홀에 돌아왔더니 블랙팬서와 함께 사진을 찍는 긴 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저렇게 옆에 가서 찍을 수 있는 줄 알았으면 미리 나도 할 걸...

한 달여 전에 예약한 표를 스마트폰으로 보여주고 건물 2층으로 올라와서 발코니로 나와봤다. 왼편에 조명이 메달린 나무들이 있는 작은 공원은 단테 파크(Dante Park)로, 그 가운데에 이탈리아의 유명한 시인 단테(Dante Alighieri)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오케스트라 연주회 관람에 어울리는 겨울 코트로 복장을 통일한 모녀~

우리 자리가 1층이라서 앞쪽 옆문으로 들어와 먼저 뒤쪽으로 올려다 본 모습이다. 최근에 나무 재질로 벽과 구조물을 음향을 고려해 리모델링을 하기는 했지만, 관람석의 구조는 1962년에 만들어진 그대로라서 '클래식'한 느낌의 연주회장이었다.

가운데 3번째 줄에 앉아있는 모녀가 보인다. 자리를 안내해 준 직원이 "Enjoy the movie!"라고 할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단순히 주제가가 등장하는 영화 장면들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특히 영화의 프롤로그가 끝나고, 마블(Marvel)의 주제가를 오케스트라 생음악으로 직접 들어본 것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공연 시작전에 가족 셀카 한 장 찍었다. 관객 대부분이 영화를 봤기 때문에 자칫하면 지루할 뻔한 상영을 흥미롭게 만든 것은, 영화 음악에 등장하는 '타마(Tama)'라는 작은 북 모양의 아프리카 전통악기를 실제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서 녹음했던 그 연주자가 나와서 많은 장면에서 즉흥연주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2시간반의 모든 공연을 마치고 인사하는 모습으로, 하얀 아프리카 전통의상을 입은 흑인이 세네갈 출신의 마쌈바 디옵(Massamba Diop)이고, 그가 왼쪽 겨드랑이에 끼고 있는 작은 악기가 타마(Tama)로 마치 사람이 말을 하는 것처럼 연주를 한다고 해서 "talking drum"이라 불린단다.

관객들의 앵콜 요청에 혼자서 짧게 타마를 연주하는 모습을 찍은 짧은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시면 직접 그 소리를 들으실 수 있다. 역시 흑인인 지휘자 Anthony Parnther는 작년에 개봉한 속편인 <와칸다 포에버>의 영화 음악을 녹음했는데,

그 영화의 처음 장례식 장면의 제일 왼쪽에 마쌈바가 타마를 연주하는 모습이 등장을 했단다. 참고로 그 옆에서 두 팔을 벌리고 노래를 하는 사람은 역시 <블랙팬서> 영화음악에서 목소리가 등장하는 바아바 마알(Baaba Maal)이라는 가수라고 한다.

그렇게 맛있는 저녁 식사와 재밌는 연주회 관람으로 '숙박비가 따로 들지 않는' 2박3일 크리스마스 뉴욕여행의 첫날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지하철로 딸의 아파트로 돌아오니 반짝반짝 눈사람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한국 서울은 눈이 많이 내려서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고 하지만, 뉴욕은 다행히 많이 춥지도 않아서 밤늦게 돌아다니기에도 좋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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