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의 여행지들

자유의 여신상과 한국의 선녀가 손을 잡고 있는 곳, LA 샌페드로(San Pedro)에 있는 우정의 종각

위기주부 2010. 11. 4. 02:16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부모님을 모시고 분명히 조금 전까지 로스앤젤레스의 바닷가를 드라이브하고 있었는데, 무슨 공간이동이라도 한건가? 장승까지 서있는 잔디밭 너머로, 고향에서나 봄직한 큰 종각이 보이는 곳이라니... 하지만, 여기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 LA 남쪽의 항구도시 샌페드로(San Pedro)에 있는 엔젤스게이트(Angels Gate) 공원이다~ (지도는 여기를 클릭)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공원은 1976년에 한국이 미국의 독립 200주년 축하선물로 기증한 '우정의 종(The Friendship Bell)'이 있는 곳이다. 안내판의 일자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로 되어 있지만, 혹시나 해서 아래의 옛날신문을 찾아보니까 실제로 종각이 완성되어 타종을 하고나서 기증식을 한 것은 그 해 10월 3일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뉴스 아카이브'로 위의 1976년 10월 2일자 경향신문 기사등을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당시 환율로 종을 주조하는데만 40만불, 한국기술자들이 여기에 종각을 건립하는데도 100만불이 들었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안내판 옆에 세워져 있던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나도 참 오래간만에 장승을 보니 반가웠다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종각으로 올라가보니, 청기와지붕 아래로 한국 고유의 단청이 칠해진 처마의 선이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압권인 것은 아내와 어머님이 지금 자세히 보고 있는 종에 새겨진 문양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과 한복을 곱게 입은 한국의 선녀가 나란히 구름을 타고 있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 약간 어색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재현한 범종의 문양으로는 한미간의 우정을 나름 잘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범종은 경주에 있는 국보 제29호인 성덕대왕신종, 즉 '에밀레종'을 모델로 재현한 것으로 당시에 유명했단다. 종각 주변은 시립공원으로 잘 관리되고 있었지만, 종각 내부의 먼지와 새똥을 자주 청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건립 당시에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해서 옛날신문을 또 찾아보다가, 아래의 재미있는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컬러사진까지 실은 경향신문 1976년 11월 24일자 특별기사인데, 처음에는 단청도 칠하지 않은 상태로 공개를 한 모양인데, "자유의 여신상과 쌍벽이룬 서부명물, 국립공원 지정 연방정부에 건의"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 감동적인 기사이다...^^ 기사 맨 앞에는 미국인이 쓴 헌시까지 번역을 해놓았으므로, 관심이 있으면 위 사진을 클릭해서 읽어보시기 바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시 현재로 돌아와, 단청도 곱게 칠하고 '우정의종각'이라고 한글 현판도 걸려있는 지금의 모습이다. 남쪽으로 튀어나온 반도의 야트막한 언덕위에 이 종각이 만들어져 있어서, 여기서 뒤를 돌아보면 전망이 아주 좋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먼저, 서쪽으로는 우리가 조금 전에 지나온 팔로스버디스(Palos Verdes)의 해안가 절벽들이 이어져 있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쪽으로는 끝없는 태평양이 펼쳐지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정면에 산타카탈리나(Santa Catalina) 섬이 가로막고 있다. 세찬 바닷바람에 모자가 날라갈까봐 꾹 누르고 있는 아내의 오른팔 위로 뾰족한 지붕만 보이는 작은 건물은 포인트페르민(Point Fermin) 등대인데, 내부구경도 자유롭고 아주 멋지다고 하므로, 시간이 되면 방문해보면 좋을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동쪽으로는 컨테이너가 레고처럼 쌓여있는 미국 최대의 부두인 롱비치(Long Beach) 항구가 바다 건너로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곳은 원래 커다란 대포가 있던 포트맥아더(Fort MacArthur)라는 군사기지였는데, 지금은 박물관과 공원이 되었다. 앞서 신문기사처럼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나름 좋은 위치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흐믓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차장으로 돌아가면서 다시 기념사진 찰칵~ 이 각도로 찍으니까 확실히 종각이 더 멋있게 나오는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지막으로 종각 주위로 심어진 무궁화 꽃... 외국에 오래 살았는지, 갑자기 무궁화를 보니까 약간의 향수가 밀려온다. 사실 코리아타운에만 가도 태극기와 한글을 지겹도록 볼 수 있지만, 여기서 보는 무궁화와 한글은 많이 다른 느낌이라서, LA 지역에 사시는 분들은 물론이고, 한국에서 오신 분들도 시간이 된다면 한번쯤은 들러볼만한 곳이라는 생각이다.

우리는 여기서 롱비치 항구를 넘어가는 다리를 건너 쇼어라인빌리지(Shoreline Village)에 들러서, 수 많은 요트들과 퀸메리호를 멀리서 구경하고는,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오렌지카운티의 헌팅턴비치(Huntington Beach)로 향했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