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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한 특별한 미국의 생일 파티 - 스위트식스틴(Sweet 16)

위기주부 2011. 1. 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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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회사행사나 출장에 SLR카메라를 몇 번 들고 갔더니만, 회사 동료였던 멕시코 출신인 Terry가 자기 딸의 15번째 생일파티에 사진을 좀 찍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처음에는 그냥 생일파티에 가서 부담없이 찍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전에 성당에서 하는 생일예배부터 계속 따라다니면서 '사진사'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여기 미국에서는 16번째 생일을 'Sweet 16(Sixteen)'이라고 엄청나게 크게 한다. 이것은 만16세가 되면 운전면허를 받을 수 있는 나이라서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하는 것 같은데, 잘 사는 집은 자동차를 선물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투표권을 받는 나이는 만18세, 술을 먹는 것은 무려 만21세가 되어야 한다고 함) 그런데, 멕시코에서는 만15세 생일을 그런 식으로 크게 하기 때문에, Terry가 아내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벌써 미국에 이사를 온지 7개월이 되었지만, 지금까지 '미국의 생활문화'를 제대로 접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처음 접한 히스패닉계 미국 생활문화의 단면을 살펴 보자.

토요일 오전에 먼저 LA의 콤프턴(Compton)市에 있는 성당에서 만15세가 된 멕시코계 청소년 3명이 같이 생일예배를 봤다. 예배를 볼 때 뒤쪽에 있는 사람들은 부모가 아니고 '대부모(代父母, god parent)'라고 한다.

테리의 가족 사진인데, 뭐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만15세(믿거나 말거나) 주인공인 가운데 나탈리는 멕시코 출신 히스패닉인 왼쪽의 Terry가 처음 흑인과 결혼해서 낳은 딸이고, 오른쪽의 백인남자는 직업이 경찰(LAPD)인데 새아빠라서 그렇다. 여기 LA쪽에서는 이런 가족사진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단다. 이래서 LA를 특히,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라고 하나보다.

이 특별한 생일파티는 주인공이 왕관에 드레스 정도는 기본이고, 사진처럼 결혼식과 같이 좌우에 '들러리'들을 세운다고 한다. 들러리는 비슷한 나이 또래의 특별히 친한 친구나 친척들로 미리 정하는데, 옷을 맞춰 입는 것은 물론이고 2달 전부터 예행연습(?)도 했으니까 활약을 기대해도 좋다.

이 정도면 리무진이 한 대 등장하는 것도 필요한데, 이 리무진은 아내회사 사장이 선물로 예약해 줬다.

예배를 마치고 생일파티 장소인 라미라다(La Mirada)市의 공원으로 와서 호숫가에서 야외촬영도 했다.

남자 들러리들만 찍은 사진을 보면 1명만 빼고 누가 10대로 보이는가? 특히 맨 오른쪽은 들러리도 아니면서, 왜 사진찍는 아내를 무섭게 째려보고 있는거야?

생일파티를 한 곳은 라미라다市 Activity Center로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결코 화려한 곳이 아니다. 저 안쪽 주방에 Terry가 직접 멕시코 음식을 담아주고 있다.

아내가 회사동료들과 같이 찍은 사진인데, 이 파티에서 우리가족 3명과 가운데 빨간드레스를 입은 쟈넷만 한국인, 아니 동양인이었다. 그나마 영어라도 잘하는 쟈넷은 밥만 먹고 일찍 가버려서 결국은 우리만 남았는데, 더 황당한 것은 이 생일파티의 공식언어(?)도 그나마 조금 알아 들을 수 있는 영어가 아니라 스페인어라는 것이다... -_-;


들러리들이 지난 2달간 주말마다 모여서 연습한 춤을 공연하는 모습이다. 미국영화의 파티장면에서 본 듯한 '전체적인 시스템이 있는 왈츠(?)'를 췄다. (누가 공대출신 아니랄까봐 표현이... 이걸 뭐라고 부르는게 있는데 기억이 안난다) 앞에서 자세히 보니, 남자 들러리들도 얼굴은 확실히 어려 보이고, 무슨 재롱잔치 분위기가 풍겼다. 특이한 것은 손님들의 구성이, 들러리와 그 가족들을 빼고는 나탈리의 친구로 보이는 청소년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엄마, 아빠의 친척들이나 동료들이 주로 온 것이 딱 한국의 '돌잔치'하는 것 같았다.


왈츠공연이 끝나자 나탈리만 혼자 무대 중앙에 남기고 들러리들이 다 물러섰다. 잠시 후, 아빠가 손님들 사이로 무대쪽으로 걸어 나가서는 딸에게 키스하고 같이 춤을 췄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적(?)이고 멋있어 보이는 순간이었는데, 백인 아빠와 흑인 딸이 '블루스'를 추는 것도 인상깊었지만, 아무래도 나 역시 딸을 가진 아빠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만약에 계속 미국에 살게 된다면 나도 저렇게 춤을 배워야 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는, 엄마와 대부모 및 가족들이 차례로 나와서 춤을 추고, 나중에는 일반 손님들도 나왔다.

왈츠타임이 끝나자 들러리들의 두번째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여자 들러리들은 드레스를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남자들은 넥타이와 셔츠를 풀고서 이번에는 흥겨운 댄스를 췄다.

공연이 끝나고 다른 손님들도 같이 나와서 춤을 추는 모습인데, '마카레나'와 같은 단순하고 쉬운 춤을 모두가 맞춰서 추고 있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아주 느린 템포로 한 번 추면서 많이 참여하게 하고, 그 다음에는 빠른 템포로 흥겹게 추는 식으로 줄거리가 진행되었다. 저 정도는 나도 출 수 있는데, 내가 나가면 너무 돋보일 것 같아서 참았다...^^

이렇게 계속 춤추며 놀다가 저녁 9시가 넘어서 생일축하 건배를 하고 케잌을 잘라서 나눠 먹고는 우리는 집으로 왔다.

건배한 술은 처음에 약한 샴페인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냥 탄산이 들어간 사과쥬스였다. 하기야 만15세 생일파티니까, 당연히 술이 아니겠지...

미국에는 '돌잔치'가 없는 대신에 이렇게 만16세(멕시코계는 만15세) 생일파티를 'Sweet 16'이라고 부모가 크게 해주는데, 결혼식에 버금가는 돈이 든다고 한다. 뉴스에서 어떤 여자애가 16살 생일선물로 받은 차를 술먹고 몰다가 사고냈다는 것을 가끔 보는데 (잘 들리지는 않아도 화면하고 자막만 보고 알 수 있음^^) 이런 사고 때문에, 이렇게 생일파티를 크게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결혼식은 여러번(특히 미국이니까...) 할 수 있지만, 이런 성인(成人)이 되는 것을 축하할 기회는 일생에 한 번 밖에 없다는 점에서 생일파티를 크게 하는 것이 나빠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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