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혼자 한국을 살짝 다녀오기로 한 10월말에 맞춰서 2박3일로 업스테이트 뉴욕(Upstate New York) 여행 계획을 '몰래'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10월부터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모든 국립 공원들이 문들 닫았다! 여행의 주목적이 위기주부의 취미인 'NPS 오피셜유닛 도장깨기'인데 말이다... 그래서 그냥 등산이나 한두번 더 다녀올까 하다가, 어차피 비지터센터에서 진짜 도장(stamp)을 받는 것도 아니고, 그 곳에 대한 공부는 현장보다 돌아와 위키로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대로 강행하기로 했다.

위의 초승달같은 경로를 시계방향으로 돌았는데, 2박3일 동안 실주행 거리는 1,200마일도 넘었다. 지도에 표시된 곳들 외에도 들린 장소가 많아서 모두 12개의 NPS official unit들이 리스트에 추가될 예정이며, 국립 공원 외에 서너곳 정도 관광지(?)도 사이사이에 등장하게 된다. 뉴욕 주에 속하지 않는 장소가 경로상 처음과 마지막에 각각 하나씩 딱 2곳뿐이었는데, 첫날 5시에 출발해서 두 시간을 달려 펜실베니아 주청사가 있는 해리스버그에서 아침을 먹고 또 두 시간을 더 운전해 도착한 첫번째 공원부터 시작한다.

이번 로드트립에서 가장 많이 달린 인터스테이트 81번에서 스크랜턴(Scranton)으로 빠지는 길의 이름이 '바이든 대통령 고속도로(President Biden Expressway)'였던 것이 제일 먼저 기억에 남아서, 구글 스트리트뷰 한 장 캡쳐해봤다. 펜실베니아 스크랜턴이 바이든이 태어나서 10살까지 살았던 도시라서, 그가 대통령에 취임했던 2021년에 도로명을 이렇게 변경한 것이라 한다.

살짝 낙후된 공업도시 느낌을 받으며 도심 기차역의 차량기지에 해당하는 곳을 찾아왔는데, 넓은 주차장이 입구쪽 일부분만 개방되어 있었다. 쌀쌀한 내륙의 가을바람을 맞으며 차에서 내려, 갈색 표지판의 스팀타운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커다란 "PARK CLOSED" 사인이 위기주부를 반겨주었다! 국립공원청에서 추가로 붙여놓은 안내문에는 '정부 폐쇄(government shutdown)'라는 말 대신에 '예산 중단(lapse in appropriations)'이란 표현을 쓰는게 특이했고, 나중에는 방문하는 곳마다 저 안내문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었다. ㅎㅎ

그래도 꿋꿋하게 건물쪽으로 걸어와보니 매표소 겸 안내소 건물이 나온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공원이 운영되는 주말에는 인근의 마을로 향하는 실제 복원된 증기 기관차가 끄는 열차를 타고 '소풍(excursion)'을 갈 수도 있는데, 그 목적지들 중에는 여기서 남동쪽으로 11마일 떨어진 모스크바(Moscow)도 있단다.^^

스팀타운 국립사적지(Steamtown National Historic Site)는 여기 1986년에 설립되었지만, 그 역사는 사실 다른 곳에서 한 개인에 의해 시작되었다. 뉴잉글랜드 지역의 사업가이자 열렬한 철도애호가였던 F. Nelson Blount는 개인적으로 수집한 증기 기관차들을 전시하고 관리하기 위해 1964년에 'Steamtown USA' 재단을 만들었는데, 안타깝게도 3년만에 개인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다. 백만장자 주인을 갑자기 잃은 개인 박물관은 장기간 적자에 허덕이기 시작했고, 결국 도시 재개발을 추진하던 스크랜턴 시가 관광지로 개발할 목적으로 1984년에 재단을 인수하고, 수집된 기차들을 모두 펜실베니아 북동부에서 운영되는 철도 노선 DL&W의 야적장으로 끌고 오게 된다.

어차피 안으로 못 들어가니까, 공원 브로셔의 조감도라도 보여드리며 설명을 계속하면... 스크랜턴 시는 철도 박물관이 매년 20만~4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일거라 홍보했지만, 그 수는 개장 첫해에 6만 명에 불과했고 바로 이듬해부터 2백만 달러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역 국회의원이 발빠르게 국립사적지로 지정을 추진해서 연방정부에 운영을 떠넘기게 된 것이다. 수집품 중에는 캐나다에서 운영된 기차가 많아서 미국사적 가치도 별로 없었고, 지역의 역사적 특색도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대가 있었지만, 주지사까지 나서서 노력한 끝에 1986년에 법이 통과된 것이다.

입구에 전시되어 있던 크레인 철도 차량인 듯 하고... 그렇게 떠밀려서 스팀타운을 인수한 국립공원청은 불필요한 기차는 폐기하거나 매각하고, 노후된 기관차 정비소와 건물 등을 개조하고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등에 무려 6,600만 달러를 사용한 후인 1995년에야 처음 일반에 공개를 해서, 그 해에 스크랜턴 시가 꿈에 그리던 212,000명의 방문객을 달성하게 된다. 그러나 연간 운영비로 500만 달러 이상이 지출됨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은 지속적으로 감소해서 현재는 5만~6만 명에 불과한 수준이란다.

구경 다 했으니까 뒤돌아 주차장으로... 옛날에 LA의 시립 철도 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듯이, 미국 전역에 이런 곳들이 워낙 많아서 여기가 가장 크거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차를 소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일하게 연방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철도 박물관으로 특히 조감도에 중앙에 보이는 기관차를 철로와 함께 통째로 회전시켜서 정비와 보관을 위한 라운드하우스(Roundhouse)에 입고시키는 턴테이블이 작동하는 단 3~4곳들 중의 하나인게 큰 의미란다.

돌아가는 길에 다른 두 쌍의 노부부가 위기주부처럼 여기를 찾아와 비지터센터 쪽으로 걸어가는게 보였다. "나중에 여기를 마누라랑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이런 생각이 잠깐 들었었고, 떠나기 전에 별도의 카운티 박물관인 트롤리 뮤지엄(Trolley Museum)에 대해서도 잠깐 알아보면,

스크랜턴은 1880년에 미국에서 전기를 가장 먼저 도입한 도시들 중의 하나로, 특히 1886년에 최초로 노면 전차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Electric City'라는 별칭을 가지게 된다. 그러한 역사적 배경을 기념하기 위해서 1999년에 카운티에서 전차 박물관을 따로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는 문을 열었다고 해도, 금요일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듯... "그러면, 주차장에 제법 있는 차들은 다 누가 타고 온 걸까?" 참, 여기까지 복습을 하다보니 시즌9까지 제작되어서 나름 미국에서는 인기가 있었다는 NBC의 시트콤 드라마 <오피스>의 배경 도시가 스크랜턴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그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했던 스크랜턴을 대표하는 네온사인으로 덕분에 '일렉트릭 시티'라는 별명이 알려지는데 도움이 되었단다.^^

주차장을 빠져 나가려는데 그 옆으로 뻗은 철로에 세워져 있던 기차와 안내판이 정면으로 보여서, 예의상 한 대라도 제대로 꼼꼼히 보고 가자는 생각에 다시 차에서 내려서 국립공원청에서 만든 안내판을 (읽지는 않고) 사진만 찍었다.

볼드윈 기관차(Baldwin Locomotive)에서 1916년에 제작해서 1937년까지는 테네시에서 여객을 운송했고, 그 후 뉴저지로 와서 Rahway Valley #15 이름의 화물열차로 1953년까지 사용된 기차라고 한다. 북부 뉴욕주 2박3일 여행기의 첫 편을 이렇게 마치며 돌이켜 보니, 사실 국립 공원들이 문을 열어서 비지터센터에서 안내영화도 보고 전시물들도 더 둘러봤다면, 앞으로 계속 소개될 곳들을 과연 모두 방문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살짝 들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 전화위복 아니면 새옹지마, 또는 불행 중 다행이라 부르는 걸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