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쟁 중이던 1864년 대통령 선거에서 링컨은 자신의 부통령 후보로, 남부연합에 가담한 주들의 상원의원으로는 혼자 사퇴하지 않은 앤드루 존슨(Andrew Johnson)을 지명한다. 이는 러닝메이트 제도가 도입된 1804년 대선 이후로 지금까지 유일하게 다른 당원과 파트너로 출마한 경우일 정도로, 당파와 남북으로 갈라진 국가를 통합하기 위한 링컨의 노력이었지만... 이듬해 링컨이 두번째 임기를 시작하고 불과 1개월여만인 4월 14일에 포드 극장에서 암살되면서, 그는 졸지에 미국의 제17대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다.

멋지게 망토를 두른 오늘의 주인공이 왼편에 자신이 살던 집을 바라보고 있는 이 곳은 테네시(Tennessee) 주 동쪽 산골의 그린빌(Greeneville)이란 작은 마을로, 그는 여기 시장을 지내고 주의원과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주지사를 역임한 후에 연방 상원의원 자리까지 올랐던 것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대략 1830년대 초부터 1851년까지 그가 살았던 '초기 가옥(Early Home)' 부지에 앤드루존슨 국립사적지(Andrew Johnson National Historic Site)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길 건너에 크게 만들어진 비지터센터는 간판 너머로 살짝 보인다. 하지만 이미 오후 4시가 넘어서 모두 내부 구경은 불가했었기 때문에, 옆 공터에 있는 또 다른 건물부터 설렁설렁 다가가 살펴봤다.

앤드루 존슨은 1808년에 지금의 노스캐롤라이나 주도인 랄리(Raleigh) 도심의 허름한 여관 부엌에서 거기 일하는 직원 부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3살때 아버지가 죽자 몇 년 후에 어머니는 그를 동네 양복점에 사실상 팔아버린 후 재혼했고, 그는 15살에 도망쳤다가 돌아와 법적 문제를 해결한 후에 어머니와 계부를 데리고 애팔래치아 산맥을 넘어서 여기 그린빌에 정착해 그 동안 배운 재단사 기술로 자신의 양복점을 열게 된다. 이 건물은 현재도 랄리의 공원에 보존되어 있는 그가 태어나고 자란 것으로 추정되는 집을 복제해서 여기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그의 양복점(Tailor Shop)은 1820년대의 실물이 비지터센터와 이어진 건물 안에 보존되고 있단다. (그의 전임자 출생지 역사공원에서도 건물 안에 통나무집을 보존해 놓았던 것이 떠오름) 그는 정규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지만 도제 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약간의 글을 익혔고, 17살에 여기서 동네 구두 수선공의 딸과 결혼한 후에 아내로부터 제대로 읽고 쓰는 법과 기초 수학을 배웠다고 한다. 한마디로 극심한 가난을 극복하고 자수성가해서 대통령까지 오른 것으로는 충분히 존경할만한 인물이었으나...

대통령직을 승계한 후에 집권 공화당이 해방 노예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법안들에 모두 거부권을 행사하고, 남부연합 주들이 인종 차별법을 시행하는 것을 묵인한 점에서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결국 역사상 최초로 하원에서 탄핵소추를 당하지만 상원 2/3의 찬성에 단 1표가 모자라 기각되어서 임기는 어영부영 다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참고로 그의 유일한 업적이라면 재임 중에 시워드 국무장관의 알래스카 매입을 승인했다는 것이 꼽힐 뿐이다~

급하게 정보를 찾아보니 근처에 그가 묻힌 묘지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 다행히 아직 문을 닫지 않았다. 이 곳은 앤드루 존슨이 자신이 묻히기를 희망해서 직접 구입한 땅이었지만, 1906년에 공식적인 국립묘지(National Cemetery)로 지정이 되어서 현재는 사적지의 일부로 국립공원청이 관리를 하고 있다.

언덕을 한 바퀴 빙 돌아서 꼭대기까지 차로 올라왔는데, 주차할 곳이 보이지 않아서 VIP처럼 계단 옆에 그냥 세웠다. 나중에 내려갈 때 보니까 조금 앞쪽에 딱 2대 주차할 공간이 있더라는... "어차피 다른 찾아오는 사람도 없을거야~"

안내판의 지도를 보면 비지터센터와 여기 묘지 사이에 '앤드루존슨 거주지(Andrew Johnson Homestead)'가 있는 것이 보인다. 주지사에 당선되기 전인 1851년에 거기로 이사해서, 대통령 퇴임 후에 고향으로 돌아와서 1875년에 사망할 때까지 살았던 주택으로, 초기 가옥과는 달리 내부가 당시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공원 홈페이지에서 침실 사진만 하나 가져와 보여드리는데, 비지터센터에서 출발하는 선착순의 무료 가이드 투어를 통해서만 내부 관람이 가능하단다.

독수리가 앉아 있는 대리석 추모비 아래에 그의 유언에 따라 헌법 사본을 베게로 삼고, 성조기를 이불로 덥은 상태로 앤드루 존슨이 영원히 잠들어 있고, 50년을 해로한 아내 엘리자(Eliza)도 불과 6개월 후에 사망해서 그 옆에 함께 합장되어 있단다.

언덕 꼭대기의 대통령 묘역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미국의 국립묘지와 동일하게 운영되어서, 남북전쟁부터 시작해 최근의 여러 전쟁까지 2,000명 이상의 미군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이 역시 잠들어 있는 곳이다. 이렇게 가장 나쁜 평가를 받는 미국 대통령들 중의 한 명에 대한 공부를 또 마치고, 다시 한 시간을 달려서 이 날의 마지막 일정인 다른 국립역사공원에 '등산'을 하러 출발했다.
P.S. 개인적으로 미국의 제17대 앤드루 존슨에 악감정이 있어서 '최악 대통령'으로 부르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서, 가장 공신력이 있는 '미국 대통령 순위(Historical ranking of U.S. presidents)'를 발표하는 3개 기관의 최근 결과를 아래에 보여드린다. 이러한 '대통령 평가 조사'는 일반 대중의 인기도나 지지율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역사학자와 정치학자 및 전기작가 등 수백 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세부적인 분야별 점수를 취합해서 순위를 낸다는 점에서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로 여겨진다. (아마도 오늘 주인공보다 다른 사람의 이름을 찾아보시는 분이 많을 듯^^)
1. C-SPAN 대통령 리더십 조사
비영리 방송사 주관으로 재임했던 대통령 퇴임 후에, 즉 4년 또는 8년마다 약 140명의 대통령 전문 역사학자들이 참여해서 10가지 항목을 각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 합산한다. 아래 표는 마지막 2021년 결과로 Andrew Johnson은 44명중 43위이다. (2025년에 바이든을 포함해 조사가 다시 진행되었어야 하지만, 다시 현직으로 돌아온 대통령이 조사에 포함되는 것이 정치적 이슈화될 우려로 인해 시행되지 않았음)

2. 시에나(Siena) 대학 조사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는 전문가 평가로 뉴욕 시에나 대학 연구소가 1982년부터 진행해 오는데, 무려 20가지 카테고리로 세분화 해서 점수를 낸다. 2022년에 재임중이던 바이든을 포함한 45명의 순위에서 A. Johnson이 아랫줄의 첫번째, 그러니까 꼴찌를 차지했다. (전체 45명의 순위와 총점은 링크를 클릭해서 확인 가능함)

3. 대통령 성과 학자 조사
미국 정치학회 소속의 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Presidential Greatness Project'로 불린다. 특히 보수와 진보 성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점을 고려해 비율을 균형있게 맞춰서 편향을 최소화하는 특징이 있으며, 가장 최근인 2024년에 결과를 발표해서 한국 뉴스에도 많이 보도가 되었다. 10개 항목에 각 10점씩으로 100점 만점의 아래 순위표에서 Johnson은 21.56점으로 45명중에 43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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