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

미국판 삼도봉! 컴벌랜드갭(Cumberland Gap) 국립역사공원의 트라이스테이트 피크(Tri-State Peak) 등산

위기주부 2026. 7. 2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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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총각 시절에 친구들과 충북·경북·전북의 접점인 삼도봉(三道峰) 등산을 한 적이 있다. (전날밤 물한계곡에 도착해 민박집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땀에서 술냄새를 풍기며 올랐던 사진들이 어디 있을텐데...) 이렇게 남한에서 3개의 도가 만나는 지점은 모두 7곳이 있는데, 산맥의 능선을 도경계로 정하는 한국의 특성상 그 중 5곳이 산봉우리로 모두 '삼도봉'으로 불린단다. 그렇다면 48개 주가 모여있는 미본토에서 삼주점(Tri-State Point)은 모두 몇 개가 있을까? 오래간만에 위기주부의 '알쓸미잡'으로 포스팅을 시작해보자~

2010년 그랜드서클 여행에서 직접 방문했던 4개의 주가 만나는 '포코너(Four Corners)'를 하나로 포함해서 정답은 60개이다. 하지만 미국은 경위도와 강을 주경계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처럼 봉우리가 접점인 경우는 매우 드물고, 아예 아무 표식이 없는 곳들이 더 많다. 지난 봄의 2박3일 혼행에서 직접 찾아간 곳은 거의 유일하게 봉우리에서 3개의 주가 만나는 동시에 기념물도 잘 만들어놓은 곳으로, 위 지도에서 동부에 찍힌 보라색 삼각형 중의 하나이다.

'최악의 대통령'을 기념하는 국립사적지를 떠나 서쪽으로 1시간 가까이 달려서 만났던, 미국서는 보기 드문 긴 터널의 입구 모습을 구글맵에서 가져왔다. 국도 25E가 1,400m 길이로 애팔래치아 산맥을 관통하는 컴벌랜드갭 터널은 1996년에 완공되었는데, 통과하면 다른 주로 나오는 미국의 단 2개 터널 중의 하나이다. 즉, 위 사진의 동쪽 입구는 테네시 주이고 터널을 관통해 서쪽으로 나오면 켄터키 주가 된다.

터널을 나오자마자 만들어진 인터체인지를 타면 바로 등장하는 컴벌랜드 갭 국립역사공원(Cumberland Gap National Historical Park)의 넓은 주차장이다. 재작년에도 '갭(Gap)'이란 단어가 들어간 국립 공원을 방문했을 때 설명드린 적이 있는데, 미국의 유명한 옷가게 브랜드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산을 넘어가는 고개'를 미국에서 그렇게 부른다.

늦은 오후라 비지터센터는 문을 닫은지 오래 되었지만 공원 브로셔는 챙길 수 있었고, 그 앞에는 남북전쟁 당시의 대포가 전시되어 여기 고개가 전략적 요충지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1863년 가을에 서부 전선의 향방을 가른 치카마우가·채타누가 전투에서 실제 불을 뿜었던 대포라 하는데, 완전히 처음 들어보는 지명들인 것을 보니 서쪽으로 많이 오기는 한 모양이다.

버지니아 식민지 시대에는 '카인턱(Kaintuck)'이라 불린 애팔래치아 산맥 서쪽의 땅으로 넘어가는 유일한 고갯길이 바로 여기였기 때문에 국립역사공원으로 지정이 된 것이다. 공원 전체는 산맥의 능선을 따라 길게 지정되어 있지만, 중요한 이정표와 유적들은 모두 고개(gap) 주변에 모여 있어서 확대 지도만 아래에 보여드린다.

터널과 비지터센터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고, 많은 개척자들의 이름과 스토리가 등장을 하지만... 역사 공부보다는 삼주봉(Tri-State Peak) 등산이 목적인 방문이었기 때문에 바로 지도에 Thomas Walker parking area라 표시된 곳으로 이동을 하자~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주차장에서 찾아갈 봉우리까지는 편도 1.2마일로 왕복에 50분 정도 소요된 하이킹 기록은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그리고 표지판 제일 위쪽에 씌여진 이 트레일의 이름이 아주 유별난데, 조금 걸어가면 그 유래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었다.

이 길이 '교육 목적 도로(Object Lesson Road)'란 특이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는 1907년에 마차와 초기 자동차가 다니던 고갯길에 미국 농무부가 시범적으로 파쇄석(crushed-rock)을 넓게 깔아서 배수가 잘 되고 밤에도 잘 보이도록 했기 때문이란다. 그 후 1926년에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서 70년간 자동차들이 지나다닐 때는 매년 다수의 사망사고가 발생해서 '학살의 산(Massacre Mountain)'이란 오명이 붙기도 했다.

즉, 지금 걷고있는 이 길이 1996년까지는 현대적인 왕복 2차선 자동차 도로였다! 터널 개통 후에 국립공원청이 500만불을 들여서 모든 아스팔트와 인공 구조물을 제거하고 지형과 생태계를 복원하는 작업을 2002년에 완료해 주차장부터 아래쪽 0.5마일은 20세기초의 모습으로, 나머지 고개를 지나 산너머 마을까지는 18세기말의 흙길로 타임머신을 태운 것이다.

고갯마루(Saddle of the Gap)에 세워져 있는 이정표로 1750년에 처음 서양인들이 탐험을 시작해 1775년에 '황야의 길(Wilderness Road)'이 열리고 1800년경 양방향 마차 통행이 가능하도록 넓어졌는데, 이 고개를 넘어 서쪽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개척자(Pioneer)들이 1810년까지 기록된 것만 최대 30만명이라 한다. 그러한 '역사적 컴벌랜드 고개(Historic Cumberland Gap)'치고는 이정표가 좀 초라하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여기서 봉우리로 향하는 삼거리 돌계단을 올라가니 갑자기 커다란 피라미드가 등장을 해주셨다.

노스캐롤라이나까지 포함한 인근 4개 주의 '혁명의 딸들(Daughters of the American Revolution, DAR)'이 1915년에 건립한 다니엘분 트레일 기념비(Daniel Boone's Trail Monument)로 원래 계획은 동상도 세우려고 꼭대기를 평평하게 만들었단다. 참고로 이러한 사적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DAR 조직은 지금도 영향력있는 보수적 여성단체로, 드라마 <길모어 걸스> 주인공의 할머니가 사교계 명사들과 함께 활발히 활동하는 단체로 등장했었다.

내륙에 해발 약 600미터로 지대가 높아서 그런지 3월말인데도 아직 이파리가 전혀 나지 않은 산비탈의 숲길을 올라가는데, 이 날 일요일였음에도 위기주부가 유일하게 공원에서 마주친 커플이 하산을 하는 뒷모습니다.

얼마 가지않아 목적지가 눈앞에 나타난 것을 알 수 있었으나, 딱 봐도 좌우가 더 높은게 봉우리라 부르기에는 살짝 부족해 보였다. 그 이유는 켄터키 주경계는 산맥의 능선을 따라 정해진 것이 맞지만, 그 동쪽의 버지니아와 테네시의 남북 경계는 산줄기가 아니라 위도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 토목학회에서 별도로 옆에 세워놓은 동판을 먼저 보여드리며 설명을 해보면...

2박3일 여행기의 첫편에서 버지니아 식민지의 북위 36도 아래쪽이 캐롤라이나로 분리되었다 말했는데, 2년후 1665년에 캐롤라이나 영주들의 요청으로 그 경계가 북쪽으로 약 30마일 올려진 북위 36.5도로 영국왕 칙령이 개정된다. 하지만 불명확한 경계선으로 문제가 생기자 1728년부터 조사단이 대서양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선을 그어 나갔는데, 독립 후인 1819년에야 미시시피 강에 도달하며 그 측량이 끝났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북위 36.5도는 현재 남북으로 노스캐롤라이나/버지니아, 테네시/켄터키, 아칸소/미주리를 나누는 기준선인 동시에 그 서쪽에 오클라호마 팬핸들의 남쪽 경계선이기도 하다.

정자라 부르기에는 많이 부실한 지붕 아래의 바닥에 3개주의 경계선과 이름이 새겨져 있고, 각 주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려주는 육각형의 동판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하나씩 차례로 보여드리며 설명을 해보자~

10번째 주인 버지니아(Virginia)의 별칭은 "Old Dominion"이고 40,815평방마일 면적에 96개 카운티가 있으며 주도는 리치몬드(Richmond)이다. 상징하는 꽃은 도그우드(Dogwood, 산딸나무), 새는 홍관조(Cardinal), 그리고 노래는 "Carry Me Back to Old Virginny"라 여기엔 적혀 있으나 2015년에 "Our Great Virginia"로 변경되었단다.

15번째 주인 켄터키(Kentucky)의 별칭은 "Bluegrass State"이고 40,395평방마일 면적에 120개 카운티가 있으며 주도는 프랭크포트(Frankfort)이다. 상징하는 꽃은 골든로드(Goldenrod, 미역취), 새는 또 홍관조(Cardinal), 그리고 노래는 "My Old Kentucky Home"이란다.

16번째 주인 테네시(Tennessee)의 별칭은 "Volunteer State"이고 42,244평방마일 면적에 95개 카운티가 있으며 주도는 내쉬빌(Nashville)이다. 상징하는 꽃은 아이리스(Iris, 붓꽃), 새는 흉내지빠귀(Mockingbird), 그리고 노래는 "Tennessee Waltz"란다... 이렇게 모두 적어놓고 보니 눈에 띄는게 서로 비슷한 면적인데, 여기서 접하는 3개의 주 각각이 모두 남한의 38,793평방마일(100,472㎢)보다 넓다!

버지니아 주민이니까 버지니아 땅에 서서 3주의 접점 표식을 밟아봤다. 특히 여기는 첫번째 지도에서 아랫변이 수평인 삼각형 모양의 버지니아 땅에서 서쪽 끝의 꼭지점에 해당하는 곳이라서 특별히 더 의미가 있다. (켄터키는 동쪽 주경계 능선의 한 점일 뿐이고, 테네시도 여기서 꺽이기는 하지만 넓게 봐서는 북위 36.5도인 북쪽 주경계 직선의 일부일 뿐임)

그 옛날 친구들과 올랐던 민주지산 삼도봉의 정상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그래도 미본토에서는 기념 시설물이 가장 잘 만들어졌고 대중에게 알려진 삼주봉(三州峰) 등산을 이렇게 끝내고, 그림자 독사진 하나 남긴 후에 올라왔던 길을 따라서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 내려갔다.

"넓은 주차장에 아직 세워져 있는 다른 차 2대의 주인들은 어디 더 멀리 하이킹을 가셨나?" 여기서 산길을 더 달려서 남북전쟁 당시의 요새들과 가장 높은 전망대인 Pinnacle Overlook까지 둘러보고 싶었지만, 이미 해도 떨어졌고 내일은 740km나 떨어진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제대로 된 중요한 등산도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켄터키 주의 미들스보로(Middlesboro)에 예약해놓은 숙소로 돌아가며 혼행 2일째를 마쳤다.

P.S. 첫번째 지도에서 위기주부가 어느 보라색 삼각형을 찾아간 것인지? 아니 그것보다도 켄터키 주가 어디에 있는지? 아직도 전혀 감이 안 오시거나 또는 관심이 없는 분들을 위해서, 재미있는 그림을 추가로 하나 더 보여 드린다. 바로 미국 지도에서 켄터키를 쉽게 찾는 방법이다.

커다란 요리사 모자를 쓴 쉐프(Chef)가 들고있는 납닥한 팬(=테네시 주)에 올려진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이 바로 켄터키 주의 위치이다! 초등 4학년들이 지리를 배울 때, 대부분 선생님들이 보여줘서 미국인들은 많이 아는 그림으로 요리사는 '미말(MIMAL)'이란 이름도 있는데, 모자부터 부츠까지의 5개 주인 Minnesota, Iowa, Missouri, Arkansas, Louisiana 첫글자를 차례로 조합한 것이다. 덕분에 켄터키와 테네시는 물론이고 그 서쪽의 주들 위치까지 모두 익히셨는데, 치명적인 단점은 이제부터 미국 전도를 대할 때마다 닭다리를 서빙하는 요리사가 눈에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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