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바닷가로/산과 계곡

전체 3,500 km 애팔래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인 맥아피 바위(McAfee Knob)

위기주부 2026. 8. 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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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개인용PC가 XT, AT, 286, 386 등으로 불리던 시절에 컴퓨터를 사거나 '하드를 밀면' 새로 윈도를 깐 다음에 제일 먼저 바이러스 백신을 설치했었다. 지금은 정계에 진출하신 분이 만든 V3가 대표적 국산이었고, 그 외에 세계적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으로 노튼(Norton)과 맥아피(McAfee)가 있었다. 요즘도 노트북을 사면 노튼은 무료체험 어쩌구 하면서 딸려오는 것 같지만, 다른 하나는 사업을 접었는지 완전히 잊고 살았는데, 5년전에 미동부로 이사를 와서 그 '맥아피'란 이름을 다시 마주치게 되었다.

지난 초봄에 남쪽으로 혼자 떠났던 2박3일 자동차 여행의 마지막 날, 평소처럼 새벽 3시에 눈이 떠져서 다시 잠이 안 오길래 그냥 공짜 아침은 포기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방키를 카운터에 반납하는데 깨어있던 직원이 잠깐 기다리라더니, 주방에 들어가서 머핀과 과일 등을 봉지에 담아 아침으로 챙겨줘 참 고마웠던 기억이 나서, 차에 오르기 전에 켄터키 주에서 마지막으로 찍은 호텔 사진 하나 남겨둔다~

깜깜한 산길을 2시간 가까이 달린 후, 미리 찾아놓은 고속도로 직전의 휴게소에 도착해 주유를 하고 커피 한 잔을 사서 아침을 때웠다. 와이겔즈(Weigel's)란 가게 이름이 낮설어서 찾아보니까, 테네시 주의 동부에만 집중적으로 있는 편의점 체인이란다. (의미 없는 주경계인 듯 하지만 또 주별로 이렇게 다른게 많음^^) 그리고는 I-81을 타자마자 버지니아 주로 돌아와 다시 2시간을 더 로아노크(Roanoke)란 도시까지 달렸다.

주도 311번이 앨러게니 산맥을 넘어가는 고개에 있는, 몇 년 전부터 계속 방문기회를 호시탐탐 노렸던 주차장에 마침내 도착을 했다. 등산객들이 도로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저 육교는 작년에 처음 만들어졌는데,

별도의 국립 공원으로 지정되어 국립공원청이 관리하는 미국의 단 6개 트레일 중 하나인 애팔래치안 국가경관로(Appalachian National Scenic Trail) 표지판이 붙어있고, 커다란 야영배낭을 맨 하이커들이 지나가고 있다. 5년전의 이사를 겸한 대륙횡단 여행기의 마지막 편에서 아래의 영화 포스터를 보여드린 것을 기억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는데,

위 사진이나 여기를 클릭해서 전체 3,500 km 등산로의 지도와 함께 이제 찾아가는 저 맥아피 바위에 대한 설명을 보실 수 있다. 집에서 여기까지 편도 2시간 정도만 됐어도 벌써 올랐을거지만, 안 쉬고 달려도 3시간반은 잡아야 하는 거리라서 기회를 만들기 어려웠었다. 왕복 교통편 카풀을 위해서 동네 산악회에 가입할까 고민도 했었다는...^^

안내판의 제일 오른쪽 위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Virginia Triple Crown' 루프에 관한 설명이 있는데, 맥아피놉(McAfee Knob) 전후로 AT 상에 있는 드래곤투스(Dragon's Tooth)와 팅커클리프(Tinker Cliffs)의 세 봉우리를 묶어서 그렇게 부른단다. 그러나 모두 한 곳에 모여있어서 '버지니아 삼관왕'이란 명칭과는 달리 주 전역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영화에 안 나와서 그렇지, 버지니아의 가장 유명한 등산로는 단연코 재작년에 올랐던 올드랙!) 그리고 3관왕 어쩌고 하니까 동부로 이사와서 잊고 살았던 '소칼 식스팩(SoCal Six-Pack)'이 떠오른다~

사진을 클릭하면 나오는 9년전 등산기 마지막에 설명이 있는데, 차례로 하나씩 혼자서 정복을 해 나가다 마지막 6번째 봉우리 하나만 남겨두고 로스앤젤레스를 떠났었다... 과연 늦기 전에 다시 LA에 머물며 식스팩을 모두 오르는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까? ♪시간은 그대를 위해 멈추어 기다리지 않는다♬

글이 샛길로 빠진 김에 하나 더 짚고 넘어가면, 위기주부가 이 업계를 잘 알지는 못하나 미국 등산계에서 '트리플 크라운'이라면 위 지도에 표시된 3개의 초장거리 하이킹을 모두 완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부의 PCT는 그 일부인 캘리포니아의 존뮤어 트레일을 2회의 백패킹으로 100마일 정도는 걸었고, 록키산맥의 CDT는 대륙경계선을 몇 곳 지나기는 했지만 하이킹을 한 구간은 전혀 없는 듯 하다. 그리고 동부의 AT는 이 날의 편도 4마일과 집 근처에서 찾아다니며 야금야금 걸은 것을 합치면 지금까지 10마일 정도 되지 않을까? ㅎㅎ

3월말 월요일 아침이라 주차장이 한산해 보일 뿐 여름철에는 매일 새벽같이 꽉 차기 때문에, 로어노크 시에서 I-81 진출입로 옆에 큰 주차장을 만들어놓고 여기 트레일헤드까지 유료 셔틀을 운행한다. 그리고 지금은 자갈밭이지만 최근 630만불의 연방정부 예산을 확보해서 곧 아스팔트로 포장하고 셔틀버스 탑승장 및 간이화장실 공사가 조만간 또 시작될 예정이란다.

육교를 건너오면 바로 산악 소방도로와 애팔래치안 트레일이 갈라지는데, 모두 추천하는데로 AT로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는 Fire Rd를 이용했다. 그렇다고 루프코스는 아니고 두 길이 거의 나란히 놓여져 있는 것을 아래 가이아GPS로 기록한 트레일 경로를 보면 알 수 있다.

앞서 보여드렸던 안내판에는 등반고도 약 430미터의 왕복 8마일에 4~6시간이 소요된다고 적혀 있었으나, 기록된 결과는 8.3마일(13.4km)을 3.5시간만에 다녀온 것으로 나왔다. 물론 배낭이 가벼웠고 4시간 거리의 집까지 돌아가야해 서두른 면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옛날 LA에서 '식스팩'으로 단련했던 흔적이 아직은 몸에 살짝 남아있는 듯...

애팔래치안 트레일에서 당일 등산객들도 많이 찾는 코스라서 그런지, 종주하는 스루하이커(thru-hiker)들은 반드시 지정된 쉘터나 캠프사이트에서만 야영이 가능하단다. 위는 첫번째 나오는 곳으로 통나무로 만든 보호소와 함께 어떤 걸스카우트가 프로젝트로 만든 간이 화장실도 있었다.

거의 다 가서 소방도로와 트레일이 다시 교차하는 곳인데, 이 때부터 갑자기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해 배낭에 넣어간 오래된 고어텍스 등산재킷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빗속에 경사가 급해진 등산로를 홀로 몇 십분 더 올라가니까,

나무들 사이로 탁 트인 바위 절벽이 나타나서 맥아피놉에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1730년대에 James McAfee란 스코틀랜드-아일랜드(Scotch-Irish)계 이민자가 저 아래 카타바 계곡(Catawba Valley)에 처음 정착해 그의 성씨가 붙었으며, 문손잡이를 말하기도 하는 '노브(knob)'가 둥글게 튀어나온 산봉우리 지형을 의미한단다. 서두의 안티바이러스 회사를 만든 존 맥아피(John McAfee)는 영국에서 태어났으나, 놀랍게도 아버지 고향인 여기 버지니아 로아노크 대학을 나왔다고 하니 혈연적 후손일 가능성도 있단다! 이왕에 이야기가 샛길로 들어섰으니 삼천포까지 달려보면...

그는 15세 때 아빠의 총기자살로 트라우마를 겪고 수학을 전공한 후 NASA에 취직했다. 록히드 프로그래머였던 1986년에 최초의 PC 바이러스를 접하고 이틀만에 치료 소프트웨어를 만든 후 이듬해에 회사를 설립했다. 상장 후 2년만인 1994년에 지분을 모두 팔아 1억달러 재산의 요가강사가 되었다가, 2008년 금융위기로 파산 후 중남미 벨리즈 밀림에 자신의 왕국을 만들었다. 거기서 살인혐의를 받아 과테말라로 도망쳤다가 미국으로 돌아와서, 자유당 대통령 후보경선에 출마하며 암호화폐 사기를 저지르다 탈세혐의로 IRS의 수배를 받자 요트를 타고 전세계를 떠돌며 도피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체포되어 수감되었고, 이듬해 2021년 6월에 미국송환 결정이 내려지고 몇 시간만에 감방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당연히 그의 파란만장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쇼타임과 넷플릭스에서 각각 제작되었음)

정상부는 예상보다 넓고 평평했으며, 가운데 서있는 두 명의 사이로 문제의 돌출된 바위가 보인다. 여기서 내려다 보는 카타바 밸리의 풍경이 멋있다고 하지만, 동부에서 말하는 그 의미를 잘 알기 때문에 비구름에 가려진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커플이 교대로 이렇게 사진을 찍는 것을 구경한 후에, 위기주부도 핸드폰을 건네주며 사진을 부탁했다. "얼마 전에 바꾼 최신 기종인데, 설마 여기 산에서 들고 튀지는 않겠지? ㅎㅎ"

이 사진과 비교해보면 위쪽의 영화 포스터는 합성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에서도 맥아피놉의 전경이 나오기는 하지만, 촬영팀만 걸어 올라와서 찍은 것이고 두 주연배우는 스튜디오와 애팔래치안 트레일의 남쪽 시작점인 조지아 주의 저지대 숲에서만 촬영을 했단다. 그나저나 절벽 끝에서 만세를 한 본인의 모습을 보니, 그 옛날의 요세미티 하프돔 꼭대기의 추억이 떠오른다~

다시 빗방울이 굵어졌지만 핸드폰을 무사히 돌려 받아서 셀카도 한 장 남겼다. 비구름에 절벽 아래 풍경이 많이 가리기는 했는데 등산기를 쓰면서 또 알게된 사실은, 여기서 내려다 보는 전망이 자연상태로 지켜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애팔래치안 트레일 보존협회에서 2023년말에 카타바 밸리의 땅 850에이커(약 104만평)를 사들였단다.

이제 내려가려고 하는데, 용감하게 바위 끝에 걸터 앉아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때 그랜드캐년 노스림의 저런 절벽에 가부좌를 틀고 졸았던 홍사장님이 떠올랐는데... 과연 위기주부는 이 날 다시 저 끝으로 가 저렇게 앉아서 또 사진을 찍었을까?

그렇게 전체 3,500 km의 애팔래치안 트레일 전구간에서 가장 유명한 봉우리인 맥아피놉(McAfee Knob)에 오르는 것으로 3월말에 혼자 떠났던 2박3일 여행을 모두 마쳤고, 집으로 돌아가는 81번 고속도로에 생긴 버키스(Buc-ee's) 휴게소에 잠깐 들렀던 것은 이미 소개를 해드렸다. 이 때의 2박3일 혼행에서 8곳과 지난 5월말의 하와이 여행에서 또 1곳이 추가되어, 지금까지 위기주부가 방문한 '넓은 의미의 미국 국립 공원'인 NPS Official Unit은 총 199곳이 되었는데, 과연 200번째 장소는 어디가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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