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민으로서 주립공원재단(California State Parks Foundation)에 기부금을 한 번 낸 적이 있는데, 그 후로 철마다 지도와 브로셔 및 다음해 달력 등을 계속 보내준다. 300개가 넘는 캘리포니아 주립공원들 중에서 거기에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있는데, 지난 8월말의 9박10일 자동차여행에서 마침내 직접 가볼 수가 있었다.
보디 주립역사공원(Bodie State Historic Park)은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당시에 금광촌으로 잠깐 번성했다가,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고스트타운(Ghost Town)이다. 오른편 간판의 공원이름 아래에는 희미하게 "EL. 8375'"라고 씌여있는데, 이 마을의 해발고도가 무려 2553 m라는 뜻이다.
마지막 3마일의 비포장도로를 달려서 공원입구로 들어가는 영상만 처음에는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그냥 요세미티로 넘어가는 Tioga Rd와 갈라지는 리바이닝(Lee Vining) 마을부터 395번 국도를 타고 모노호수(Mono Lake) 옆으로 지나 Bodie Rd로 우회전해 공원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약 50분을 모두 4배속으로 편집을 했다. (여기를 클릭해 8분 정도부터 비포장도로 진입을 보실 수 있음)
이 주차장 환영간판의 뒤쪽에 "Boomtown Bodie"라는 제목으로 이 곳의 역사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둘러보면서 찍은 아래의 사진들과 함께 무법자들이 난무하던 서부시대 금광마을로 여행을 떠나보자~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그 전에 3층 콘크리트탑에 붙어있는 3개의 명판이 보이는데, 제일 위는 이 곳이 1961년에 미국의 국가유적지(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가운데는 1962년에 캘리포니아의 주립공원으로 각각 지정된 내용이고, 제일 아래는 이 곳을 복원하는데 기여한 것 같은 E Clampus Vitus라는 비밀조직(?)의 내용이다. 가운데 명판에 소개된 내용만 아래에 번역해본다.
"이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된 W. S. Bodey에 의해서 1859년에 여기서 금이 발견되었다. 한 때 모노카운티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로, 보디의 광산에서 채굴된 금의 가치는 1억불이 넘었다. 총과 칼을 든 냉혈한인 "보디의 악당" 이야기는 미서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아직도 전해 내려온다."
마을의 첫 인상은 서부영화셋트처럼 잘 지어진 건물들이 깔끔하다는 것이었다. 참, 여기서 처음 금을 발견한 보디(Bodey)는 이 건물들이 들어서고 자기 이름을 딴 마을이 생기는 것은 하나도 보지 못하고, 바로 그 해 겨울에 눈보라 속에서 얼어죽었다고 한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여기는 해발 2553미터로 한여름에도 밤에는 얼음이 어는 날이 있다고 한다.
종탑이 있는 이 건물은 감리교회(Methodist Church)로 이 주립공원에서도 가장 사진에 많이 등장하는 곳이다. 하늘이 파랬으면 좋았을텐데 많은 구름에 산불연기가 여기까지 날라와서 뿌옇게 나왔다.
교회 내부를 창살 사이로 볼 수 있었는데, 마침 일요일이라서 잠깐 서서 기도도 했다~^^ 그런데, 저 파이프오르간 동작할까?
역시 코로나로 비지터센터와 박물관은 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에, 공원직원이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방문객들에게 멀직이 떨어져서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이 주립공원은 성인 1인당 8불의 입장료가 있는데 연간 20만명 이상이 방문을 한다고 한다.
"창문에 창살이 있는 이 건물은 교도소인가?" 역사이야기로 돌아가면 금이 발견된 이후 2개 회사가 광산을 팠지만 10여년 동안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1875년에 대규모 금맥이 발견되면서, 이 외지고 추운 곳으로 말 그대로 골드러시(Gold Rush)가 밀려들게 된다.
30개의 광산회사가 몰려들어서 1879년까지 2,000채 이상의 건물이 들어섰고, 여름철에는 거주인구가 1만명을 넘어서 당시에 캘리포니아 전체에서 2~3번째로 큰 도시였다는 주장도 있단다. (인구수로 5등 안에 든 것은 확실하다고 함)
멀리 보이는 큰 공장건물이 가장 많은 금을 캐고 또 마지막까지 운영을 했던 스탠다드밀(Standard Mill)이라고 하고, 전성기 당시 2천여채의 건물들 중에서 지금도 170채 정도의 건물이 남아있다고 한다.
공원입구에서 보이던 제일 오른쪽의 벽돌건물을 포함한 여러 개의 호텔과, 무려 65개의 술집(saloon)이 메인스트리트를 따라서 1마일에 걸쳐 영업을 했었단다. 가운데 큰 건물이 지금도 비지터센터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는데, 문을 닫은 상태라고 해서 이렇게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하지만 1880년대 이후로 금 채굴량이 급격히 감소하자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떠나버렸고, 마지막까지 명맥을 이어오던 광산이 1942년에 운영을 완전히 중단하면서 지금은 유령마을, 고스트타운(Ghost Town)이 된 것이다.
이 주택들은 마당에 나무도 자라고 있고, 지금 당장 누가 들어가 살아도 될 정도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 신기한 것이 모든 창문의 유리창이 멀쩡하고 안에 하얀색 커튼도 드리워져 있어서, 오히려 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큰 나무 한 그루 없는 여기 척박한 땅에서 100여년 전에 금을 캐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다음 번에 날씨가 좀 깨끗할 때, 이왕이면 눈이라도 좀 내린 초겨울 파란 하늘에 다시 와서 메인스트리트와 광산까지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집 앞에는 이렇게 녹슨 자동차같은 것도 많이 버려져 있었는데, 나무와 쇠가 결국은 이렇게 같은 색깔이 되는구나...^^
주차장이 만들어진 곳도 광산이 있던 자리라서, 이렇게 커다란 각종 장비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가운데 연한 갈색으로 보이는 깨끗한 건물은 주립공원에서 새로 지은 화장실이다.
오랫동안 궁금했던 곳에 막상 와서는 30분 정도만에 구경을 마치고 다시 차에 올랐다. 다시 비포장도로를 포함한 Bodie Rd를 돌아나가서 395번 국도를 타고 네바다 주경계 직전까지 북쪽으로 올라간 다음, 89번 주도로 산길을 달려 마침내 레이크타호에 도착해 숙박하는 것으로 9박10일 자동차여행의 2일째 여정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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