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미국 출장와서 처음 만났던 요세미티 폭포, 이민 전 미국여행에서 마주한 그랜드캐년 협곡, 그리고 LA로 이사와서 둘러본 세쿼이아 나무와 데스밸리 사막 등등 미서부에는 놀라운 자연경관들이 가득한 반면에, 작년에 이사 온 미동부에는 그렇게 눈이 휘둥그래지는 자연적인 풍경들을 찾기 어렵다. 넓게 봐줘서 미동부라 할 수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 정도가 그러한 곳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데 자주 가기에는 좀 멀다. 이제 소개하는 버지니아(Virginia) 주에 있는 이 곳이 규모는 작지만, 자연적인 풍경으로는 지난 1년 동안 미동부에서 여행한 곳들 중에서 가장 놀라움을 우리에게 선사했던 곳이다.
2차 대륙횡단 이사의 마지막 날 오후, 웨스트버지니아에서 I-64를 동쪽으로 달려 버지니아로 들어와서 I-81을 만난 후에, 최종 목적지와는 반대방향인 남서쪽으로 15분 정도를 거슬러 운전해서 내츄럴브리지 주립공원(Natural Bridge State Park)에 도착을 했는데, 건물이 참 "남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버지니아 주에서 첫번째로 방문하는 주립공원 비지터센터의 내부는 다소 황량한(?) 느낌이었는데, 아마도 이 건물은 원래 호텔이나 연회장 용도로 지어졌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진찍는 아이들 옆에 적힌 공원 이름의 아래에는 여기가 '국립공원청과 제휴한 곳(Affiliated Unit of the National Park Service)'이라고 되어 있다. 이 곳은 토머스 제퍼슨을 시작으로 200년 이상 개인소유의 관광지로 운영이 되다가, 상당히 최근인 2016년에야 연방정부 NPS의 도움을 받아서 버지니아 주립공원으로 지정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 1인당 $9의 입장료를 냈는데, 주립공원이 되면서 가격이 많이 내려간 것이라 한다. 표를 사서 비지터센터의 옆문으로 나와 계곡 아래로 조금 걸어서 내려가야 하는데, 평일이라서 그런지 저 게이트나 다 내려가서도 표를 검사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내려가는 트레일이 버지니아 주의 공원부(Department of Conservation and Recreation, DCR)에서 관리하는 Cave & Karst Trail의 일부인 모양이었다. 14년을 살았던 캘리포니아에서는 약 280개의 주립공원 중에서 56개를 방문했었는데, 여기 버지니아에서는 이 곳을 시작으로 과연 몇 곳의 주립공원을 방문하게 될까? (홈페이지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에는 현재 41개의 스테이트파크가 있다고 함)
작은 강까지 내려오면 커다란 설명판이 하나 세워져 있는데 확대하면 직접 모두 읽으실 수 있다. 지질학적 설명이나 원주민 전설은 생략하고, 가장 흥미있는 내용들을 알려드리면... 1750년에 젊은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이 탐험대의 일원으로 이 곳을 방문해 바위에 그의 이니셜 "G.W."를 새겨놓은 것이 아직도 남아있으며, 1774년에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당시 모든 임자없는 식민지 땅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영국 King George III로부터 다리와 주변 땅을 20실링에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절묘한(sublime)' 암석육교의 첫번째 개인 소유주가 된 것이다.
무심코 설명판을 지나 강가에서 이 풍경을 처음 봤을 때, 저 위에 떠있는게 '자연적(natural)'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한동안 믿기지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대륙횡단 여행지에서 빠질 수 없는 커플셀카 한 장 찍고는 조금 더 가까이 걸어가봤다.
단단한 석회암(limestone)으로 만들어진 아치는 떠있는 높이가 215피트(66 m)에 그 걸쳐진 길이도 90피트(27 m)에 이른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저 위로 아스팔트로 포장된 왕복 2차선의 미국 11번 국도인 Lee Highway 자동차 도로가 만들어져 있어서, 매일 수 많은 자동차들이 지나다니는 진짜 '다리(bridge)'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내츄럴브리지 아래를 지나와서 역광인 반대편에서 바라 본 모습인데, 바로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광경은 나중에 소개할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시면 된다.
제임스 강의 지류인 시더크릭(Cedar Creek)을 건너오면 넓은 공간에 굉장히 많은 벤치들이 만들어져 있다. 1927년에 당시 캘빈 쿨리지(Calvin Coolidge) 대통령이 참석해서 전기조명 점등식이 열렸는데,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성경 창세기 내용을 상징하는 라이팅쇼(lighting show)였다고 하며, 설비와 내용은 바뀌었지만 지금도 밤에 조명쇼가 진행되어서 미국에서 가장 오래 이어지는 기록을 가지고 있단다.
그 벤치에 아내가 앉아서 쉬는 동안에 내츄럴브리지의 바로 아래까지 걸어가면서 천천히 구석구석을 찍은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눈이 좋으신 분은 앞서 이야기했던 워싱턴이 약 7미터 높이에 새겨놓았다는 "G.W." 이니셜을 한 번 찾아보시기 바란다.
다시 처음 봤던 쪽으로 돌아와서 올려다 보는데, 정말 이 놀라움은 유명한 미서부 아치스 국립공원의 델리키트아치나 또는 공원의 이름 자체가 내츄럴브리지 준국립공원(Natural Bridge National Monumet)인 곳의 '브리지 삼총사'에 비해서도 결코 뒤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잘 안하는 짓인, 나가다 말고 다시 앉아서 멍때리기를 잠시 시전했다.^^ 서부의 자연경관이 널리 알려지기 전인 1800년대 초반에는 나이아가라 폭포와 더불어 북미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로 많은 풍경화에 등장하기도 했으며, 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에도 "a high arch, like Virginia's Natural Bridge"라는 비유가 등장을 한단다.
주차장에서 바라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에는 지금도 운영을 하는 내츄럴브리지 호텔(Natural Bridge Hotel)이 위용을 자랑하는데, 이처럼 200년 이상 관광지로 개발이 된 곳이라서 주변에 작은 동굴과 동물원 등 잡다한 볼거리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11월의 짧은 해가 금방 떨어지기 전에 여기서 3시간 거리의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인터스테이트 81번 고속도로에 다시 차를 올렸다. 그렇다고 도중에 자리잡고 있는 국립공원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라서, 석양의 드라이브를 할 대륙횡단의 마지막 관광지를 잠시나마 들렀다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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