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년만에 다시 요세미티(Yosemite) 국립공원을 찾았다. '하늘의 별따기' 비스무리한 5월말 메모리얼데이 연휴를 예약한 캠핑장은 샌프란시스코에 사시는 선배님 가족을 초대해서 같이 캠핑을 했다.
2박3일 여행의 마지막 날인 월요일 오전, 선배님 가족과 모두 함께 요세미티 폭포(Yosemite Falls)를 바라보며 걷고 있다. 이렇게 밑에서 바라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멋진데, 왜 우리 가족은 전날 왕복 8시간동안 생고생을 하면서 저 멀리 Upper Yosemite Falls의 꼭대기 - 빨간 화살표로 표시한 곳까지 올라갔다 내려온 것일까? 그럼, 24시간 전으로 돌아가 보자...
화로를 둘러싼 7개의 의자와 뒤로 보이는 2개의 텐트... 공원에 도착했던 토요일까지 많은 비가 내렸던 요세미티의 어퍼파인(Upper Pines) 캠핑장의 일요일 아침이다. 모두 함께 아침을 먹고는 갈 길이 먼(?) 우리 가족 3명만 먼저 짐을 챙겨서, 셔틀버스를 타러 갔다.
셔틀버스를 내린 곳은 요세미티밸리 안에서 유일한 선착순 캠핑장으로 전문산악인들의 아지트인 '캠프4(Camp 4)'였다. 주차장에는 곰이 차문을 부수고 음식물을 꺼내는 재미있는 모형을 만들어 놓았는데, 공원 곳곳에 보면 진짜 곰이 차안에 들어가있는 사진들도 많이 볼 수 있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바로 이 캠핑장 뒤에서 시작되는 트레일의 출발점이다.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요세미티 폭포가 떨어지는 꼭대기인데 공원안내에는 편도 3.6마일로 왕복에 6~8시간이 소요된다고 나와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왕복 약 12km의 거리가 아니다... 아래의 지형도를 보자~ (구글맵 지도는 여기를 클릭)
여기 표시된 파란 트레일은 MapMyTrail 이라는 앱을 이용해서 실제 이 날 올라간 길의 GPS신호이다. (여기를 클릭하면 상세한 결과를 볼 수 있으나, 길이 워낙 지그재그인 관계로 트레일 거리 등이 정확하지는 않음) 중요한 것은 바로 고도차이로 출발지 Camp 4는 약 1220m이고, 폭포의 꼭대기까지는 무려 수직으로 823m를 올라가야 했던 트레일이다!
안내판을 지나자마자 시작되는 첫번째 급경사 지그재그 구간~ 컨디션도 안 좋은데 앞에서 묵묵히 올라가는 아내가 고마울 뿐이었다.
절벽 아래로 키작은 나무들이 덮고 있는 곳 안에 우리가 올라온 첫번째 스위치백(switch back) 구간이 있다.
약 1시간만에 컬럼비아락(Columbia Rock)에 도착했는데, 돌출된 바위에 특별한 표지는 없고 안전하게 내려다 볼 수 있도록 난간만 만들어져 있었다. 이제는 계곡의 동쪽으로 정확히 3년전에 나 혼자 올랐던 하프돔(Half Dome)도 시야에 들어왔다.
모래가 많아서 미끄러운 경사로를 조금 더 올라간 다음에, 약간의 내리막까지 있는 평탄한 길로 이 산의 옆구리를 동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마침내 2단폭포의 위쪽 부분인 Upper Yosemite Falls와 마주치게 된다. 이 지점에는 철문으로 Lower Gate가 만들어져 있는데, 여기서부터 Upper Gate까지는 수백미터 절벽 바로 아래의 급경사를 지나가는 트레일이기 때문에, 겨울에 폭설이 온 경우나 낙석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이 구간은 통제가 된다고 한다.
첫번째 사진처럼 아래에서 올려다 보는 경우에는 이 Upper Yosemite Falls의 위쪽 절반 정도밖에 안보이는데, 여기서는 폭포수가 바닥에 부딪히는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광각렌즈로 찍으 이 사진으로는 느낌이 잘 안오지만, 폭포수가 시작하는 곳에서 아내의 모자 부근까지 수직으로 떨어지는 길이만 436m나 된다.
절벽 아래로 만들어진 트레일을 따라서 거대한 폭포로 다가가는 이 구간이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폭포의 옆모습이 보이는 곳으로 오면 멀리 하프돔도 함께 보이고, 물방울도 날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멋진 풍경을 즐기는 호사는 여기까지...
수백미터의 절벽 바로 아래로 이 트레일에서 가장 악명높은 두번째 지그재그 구간이 시작된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Upper Yosemite Falls이 경사지게 찍힌 것을 보면 짐작하겠지만, 이 사진은 광각렌즈로 엄청나게 위로 올려다보고 찍은 것이다.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저 두 바위산의 사이의 협곡을 따라서 폭포의 뒤쪽으로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카메라를 들이대니까 웃고는 있지만, 지금은 웃어도 웃는게 아니다. 3시간째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없는 오르막... 할 수 없이 예정과는 달리 이 길에서 점심도시락을 먹고는 충분히 쉰 다음에 계속해서 올라가야 했다.
점심을 먹은 곳에서 10분만 더 올라가니까, 경사로의 끝을 알리는 Upper Gate가 나왔다~^^ 이제는 더 올라가야 할 바위산은 보이지 않고, 키 큰 소나무숲이 나왔다. 바로 '하이시에라(High Sierra)'라 부르는 고원지대까지 걸어서 올라오는데 성공했다.
여기서 서쪽으로는 Eagle Peak와 유명한 앨캐피탄(El Capitan) 바위산의 정상까지 걸어갈 수 있고, 12마일만 더 걸어가면 2008년에 처음 요세미티를 방문했을 때 지나간 적이 있는 공원의 동서를 넘어가는 자동차도로인 티오가로드(Tioga Road)를 만나게 된단다.
우리의 목적지인 요세미티 폭포가 떨어지는 곳까지는 여기서 0.2마일, 약 300m를 더 걸어가야 한다.
짜잔~ 마침내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절벽에 도착을 했다. 오전 10시에 출발해서 중간에 점심까지 먹으면서 4시간 조금 더 걸려서 수직으로 8백미터 이상을 걸어 올라왔다. 이 날의 왕복 8시간 등산은 지금까지 우리 가족 3명이 함께 한 가장 힘든 트레일이었다.
"그런데, 폭포는 어디 있는거야?" 절벽끝에 보니 Yosemite Falls Overlook은 왼쪽으로 가라는 표지판이 있는데, 이 수직의 절벽을 깍아서 만든 좁은 길로 아슬아슬하게 내려가야 했는데, 이게 또 예술이었다. 무지개를 만들며 폭포수가 떨어지는 모습과 아찔한 절벽끝에 튀어나온 바위에 앉아서 찍은 사진들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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