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조카는 교환학생으로 2019년 가을부터 미시시피 주립대를 1년간 다니게 되었다. 그러나 이듬해 초에 코로나 사태가 터져서 대학과 기숙사가 폐쇄되고 한국으로 돌아갈 항공편도 없었을 때, 한 여학생이 부모님 집에 방이 남으니 함께 아칸소 주로 가자고 했다. 그렇게 두 달 정도 머물다 조카는 귀국을 했고, 그녀는 연말에 전후 2주씩의 격리를 감수하며 조카를 만나러 한국을 방문했단다. 몇 년후 졸업한 조카는 짐을 꾸려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고, 2024년 봄에 뉴욕에서 프러포즈를 하고 아칸소 주로 돌아가서 혼인신고를 마쳤다.

결혼식은 금요일 오후 4시였기 때문에 오전에 시간이 많이 남아서 무엇을 할까 하다가 와이키키 바닷물에 제대로 몸을 담궈보기로 했다.

제법 떨어진 우리 호텔에서 비치체어도 2개나 빌린 후 일단 빌린 차를 먼저 반납하고, 수영복을 입은 상태로 어깨에 의자를 메고 걸어서 와이키키 바닷가까지 온다고 조금 힘들었다~

"내가 다시 오아후 섬의 호놀룰루 바닷가에 와서, 저 노란 '나호쿠Ⅲ' 보트를 또 볼 날이 올까?"

이 날따라 와이키키 바닷물이 옥색으로 정말 예뻤더랬다~ 튜브나 보드도 없이 파도에 몸을 맡기며 놀다가, 하와이에서 꼭 해봐야 하는 다른 중요한걸 하나 빼먹은게 기억이 났다.

그래서 위기주부 혼자 '롱보드'들을 잔뜩 세워 놓은 골목길을 지나 칼라카우아 대로변까지 걸어나가 사가지고 백사장으로 돌아온 것은...

바로 쉐이브아이스(Shave Ice)였다! 얼음을 즉석에서 갈아서 만들어주는 곳이 아니었던게 좀 아쉽기는 했지만, 와이키키 비치 백사장에 앉아서 수영(?) 후에 얼음과자도 먹었으니 이제 미련없이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른 점심을 유명하다는 마루가메 우동(Marugame Udon)으로 잘 먹고는 호텔로 돌아가 풀장에도 몸을 담근 후에 결혼식 참석 준비를 했고, 웨딩 업체에서 보낸 셔틀밴을 가족들이 모두 함께 타고 1시간 정도 달려서 결혼식장에 도착을 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피로연 무대와 테이블들 너머로 바닷가 옆의 작은 예식장이 마련된 이 곳은 오아후 섬의 북쪽에 있는 로울루팜 농장(Loulu Palm Farm)이란 곳이다. 양가 부모님이 한국과 미국에 계시다 보니, 자기들이 결혼식은 공평하게 가운데쯤인 하와이에서 하기로 결정했고, 웨딩플래너도 일부러 한국계가 운영하는 곳으로 골라서 셔틀에서 내리자마자 한국말로 안내를 받아서 살짝 놀라기도 했다.^^

별도의 주례나 진행자 없이 신랑과 신부 아버지들이 축사를 하고, 또 본인들도 마이크를 잡고 한마디씩 하는 것이 예식의 전부였다. 그리고 모든 연설 내용은 미리 받아 순서대로 한국어-영어 번역을 해놓아서, 하객들은 각자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찍어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마이크를 잡고는 울다가, 식이 다 끝나고는 아메리칸 스타일로 활짝 웃는 예쁜 신부... "고모부가 결혼 축하한다~"

단체사진 촬영 등을 모두 끝내고 피로연 테이블에 앉으니, 흰색과 까만색의 '닭 부부'가 많은 병아리들을 데리고 옆으로 지나갔다~

박수 속에 피로연장에 입장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는 잘 생긴 신랑... 피로연은 신부 이모의 사회로 진행되었는데, 신혼부부의 퍼스트 댄스를 시작으로 신부와 아빠, 신랑과 엄마의 짧은 춤이 이어졌다. (다행이다. 노래를 안 시켜서^^)

뷔페로 준비된 식사가 끝난 후에 양측 지인과 친구들이 나와서 한마디씩을 했고, 웨딩 케이크를 자를 때가 되어서는 제법 어두워져서 천막과 건물에 조명이 들어왔다.

그리고는 무대에서 자유로운 파티가 열려 지금은 사돈댁 어머님 두 분이 손을 잡고 춤을 추시는 중이다.

그렇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맺어준 한미 국제커플의 하와이 바닷가 결혼식 파티는 밤 10시까지 이어졌고, 모두 비행기를 타고와서 참석한 친구와 가족들이 흔드는 불꽃 막대 사이로 행진을 한 후에, 또 요즘 유행한다는 하객들이 핸폰 조명을 켜서 신랑과 신부를 비추는 코리안 스타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다음날 토요일 아침에 처가집 삼남매 부부가 함께 조식을 먹는 것으로 모든 일정이 끝나나 싶었는데, 여자 3분은 함께 또 가봐야 할 곳이 있다며 캐리어 짐 싸는 것은 남편들에게 맡기고 마지막까지 어디를 다녀오셨다! 사실 여행 첫날부터 진짜 하루도 빼먹지 않고 출근도장을 찍은 거기를 소개하지 않고 하와이 여행기를 마치는 것은 도리가 아닌 듯 해서 제목에도 피쳐링이라 적은 그 곳은...

칼라카우아와 쿠히오 거리 사이의 시사이드 애비뉴(Seaside Ave) 333번지에 위치한 로스(ROSS) 할인매장이었다! 번지수도 삼삼했네~ ㅎㅎ

2층에서 내려다 본 이 모습과 앞서 정문 사진은 본인이 찍은게 아니고 모두 구글맵에서 가져왔는데, 우리들만 호놀룰루에서 중요한 관광지라 생각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듯이 다른 사람들의 방문평과 사진들이 아주 많았다. 비록 위기주부는 대부분의 시간을 신발 코너에 앉아서 졸며 기다리기는 했지만, 15년만의 하와이 여행 전체를 돌아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와이키키 로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륙 시간은 비슷했지만 처형 부부는 국제선이고 우리는 국내선이라 터미널이 달랐는데, 마지막까지 자매가 또 면세점을 함께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어해서 티켓 수속 후에 우리가 국제선 터미널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재미있게도 호놀룰루 국제공항은 터미널 간에 따로 버스나 전철같은게 없어서, 이렇게 필요한 사람이 요청하면 하와이언 셔츠를 입은 직원이 전동카트로 태워줬다.

집으로 돌아오는 항공편의 경유지인 시애틀 착륙 전에 짙은 구름 위로 우뚝 솟은 레이니어 산(Mount Rainier)이 보였다. 2009년 여름의 30일간 자동차 여행 때, 저 산 아래 어딘가에서 캠핑을 했었으니까 정확히 17년이 지났다. '아쉬움은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한다~'는 제목으로 그 때 여행기를 남겨 두었는데, 이번에 하와이를 다녀와서 최소한 오아후 섬은 아쉬움이 없는 듯하나... 빅아일랜드 화산 터지는 것은 직접 한 번 봐야지? 그리고 미서부도 공항 경유만 하지말고 다시 자동차 몰고 또 달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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