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산타모니카마운틴

붉은 태양 '레드썬(red sun)'을 만난 산타모니카 산맥의 파커메사(Parker Mesa) 새벽 하이킹 등산

위기주부 2016. 7. 2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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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새벽에, 몸이 근질근질거려서 혼자 가까운 곳으로 하이킹을 다녀왔다. 새벽 등산이라... 늙었나?

해 뜨기 전이라서 헤드랜턴을 켜고 찍은 등산로의 입구는 로스레오니스캐년(Los Leones Canyon)으로, 연초에 가족이 함께 와서 왕복 1시간 정도의 트레일로 가까운 언덕까지만 올라갔던 곳인데, 이번에는 왕복 3시간 코스로 파커메사(Parker Mesa) 정상까지 다녀올 생각이다. (여기를 클릭하시면 지난 여행기로 등산로 입구의 지도와 설명을 보실 수 있음)

골짜기를 빠져 나오니까 보라색 빛으로 얼어붙은 것 같은 태평양 아침바다가 보이고, 그 위로는 아직 밝게 빛나는 달이 떠있었다.

정확히 아침 6시, 출발한 지 30분만에 산타모니카(Santa Monica) 바닷가와 피어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도착을 했다. 여기서 토팡가 주립공원의 산악용 소방도로(fire road)로 만들어진 비포장 도로를 따라서 2마일을 더 걸어서 올라가야 파커메사가 나온다.

잠시 벤치에 배낭을 내려놓고, 물 한모금 마시면서 Roberta Hollander Rapier라는 여성분을 추억하고는 다시 출발~

"해가 떴을텐데 왜 이렇게 어둡지?"라고 생각하며 동쪽을 바라보니, 이미 떴다가 다시 구름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붉은 해의 꽁무니를 발견했다. "날씨가 좋다고 했는데, 구름이 짙게 많이 끼었네..."

그런데 왼쪽으로는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아침하늘이 보이는데, 오른쪽만 낮게 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것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이 되었다. (저게 구름이 아니라, 금요일 밤에 발생한 LA 북쪽 산타클라리타(Santa Clarita) 지역의 대형 산불의 연기라는 것을 나는 등산을 내려와서 집에 가서야 알았음)

해가 이렇게 높이 떠 올랐는데도 붉게 '레드썬(red sun)'으로 보이는 것이 그냥 신기하다고만 생각하면서 걸었다.

그리고, 또 하나 신기했던 것... 잘 다져진 비포장의 소방도로 위로 이렇게 수 많은 그물무늬가 만들어져 있었다. 문제는 이게 땅이 말라서 갈라진 금이 아니라, 발자국에 쉽게 지워지는 뭔가 지나간 자국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밤 사이에 개미들이 지나가면서 이렇게 많은 자국을 만들었다는 것일까?

내가 혹시 삼거리를 모르고 지나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때 쯤에, 소방도로 왼쪽으로 쓰레기통들과 함께 파커메사 전망대(Parker Mesa Overlook)까지 이 쪽으로 0.5마일이라는 표지판이 나왔다.

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방금 걸어온 소방도로와, 우리 동네 센츄리시티의 고층건물들이 오른쪽 너머로 살짝, 그리고 붉은 태양이 보인다. 이 때까지 위기주부 앞뒤로 사람을 한 명도 못 봤으므로, "내가 오늘은 여기 1등이다! 음무하핫~" 이러면서 '평평한 언덕' 메사(mesa)끝으로 의기양양 걸어갔는데...

럴수럴수 이럴수가! 언덕 끝의 벤치에 앉아서 붉은 태양을 배경으로 우아하게 사진을 찍고 계시는 두 여성분...T_T 하지만, 두 분이 있어서 멋진 모델이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감사하면서, 쿨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굳모닝!" 인사를 한 번 날렸다~^^

해발 1,525피트(465m)인 파커메사(Parker Mesa) 정상에서는 사진처럼 센츄리시티부터 산타모니카까지 전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것은 물론, 해안선을 따라서 서쪽으로 말리부(Malibu)까지 탁 트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하지만, 아래쪽 언덕에서 여기까지 능선을 따라 올라왔다 내려가는 왕복 4마일의 소방도로가 그늘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땡볕이 될 한낮에는 별로 권하고 싶지않은 하이킹 코스이다.

UCLA 대학교가 있는 웨스트우드(Westwood)와 베벌리힐스 바로 옆의 센츄리시티(Century City) 고층건물들이 보이는 곳을 확대해서 보니, 그 뒤로 저 멀리 아스라히 '용가리 빌딩'을 포함한 LA다운타운의 고층건물들도 실루엣으로 살짝 보인다.

바로 아래쪽으로는 빨간색 기와지붕이 기다란 게티빌라(The Getty Villa)가 내려다 보인다. "LA에 게티센터는 들어봤지만, 게티빌라는 처음 들어본다"는 분이 혹시 계시면, 여기를 클릭해서 게티빌라에 대한 지난 포스팅을 보시면 된다.

저게 대형산불의 연기 때문에 '레드썬(red sun)'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무거운 DSLR 카메라를 들고 올라왔으니, 작품사진을 찍는 척 붉은 태양과 노란 꽃들을 이렇게 저렇게 몇 장 찍어봤다.

다른 벤치에 가방을 내려놓고, 물 한 모금과 이번에는 과자도 하나 꺼내서 먹고 그만 내려가려는데... "김성동 선생님, 왜 그러셨어요?"

모델이 되어주어서 고맙다는 말은 못하고 그냥 "Have a nice day!"라고 외쳐주고는 먼저 하산을 했는데, 나 보다 뒤에 따라 내려오기 시작한 이 두 여성분들!

여기 아래쪽 로스레오니스(Los Leones) 언덕에서 나를 추월해서 나와 같은 주차장으로 내려가셨다... 새벽에 내가 입구에 주차를 할 때 '버려진 것 같은(?)' 빨간 낡은 차가 딱 한 대 있었는데, 바로 이 분들이 타고 온 자동차였나 보다.

토요일 아침 8시... 산타모니카 해안의 작품사진을 찍기 위해서 '원두막에 아빠백통' 즉, Canon 1D Mark II에 하얀색 EF 70-200mm f2.8L 망원렌즈를 단 비싼 카메라를 들고 올라온 분들도 계시고, 또 직접 작품사진의 모델을 하고계신 분도 보인다.

Parker Mesa Overlook까지 왕복 7마일을 정확히 3시간만에 마치고 다시 표지판을 확인해본다. 표지판에 있는 Trippet Ranch와 Eagle Rock도 예전에 다녀왔으니, 이로써 토팡가 주립공원(Topanga State Park)은 거의 다 둘러본 것 같다. 집이 멀어지기 전에 산타모니카 산맥의 다른 트레일들도 주말마다 부지런히 다녀야겠는데... 존뮤어트레일(John Muir Trail, JMT) 준비훈련 산행기부터 시작해서, 현재 연재하고 있는 JMT 산행기에다가 사이사이 LA 근교 산행기만 이렇게 계속 올리다가, 산악전문 블로그가 되는 것은 아닌지? 살짝쿵 걱정아닌 걱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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