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이야기/2023 멕시코

성인전용 올인클루시브(Adults Only, All Inclusive)인 칸쿤 호텔존의 시크릿더바인(Secrets The Vine)

위기주부 2023. 6. 22.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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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적에 경기도 수원에 살 때, 삼성 에버랜드의 워터파크인 캐리비안 베이(Caribbean Bay)를 가족이 함께 몇 번 갔더랬다. 그 때 아내가 지나가는 말로 진짜 카리브해를 나중에 꼭 가보고 싶다고 했었고,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도 개봉을 해서 그게 어디인지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딸이 초등 1학년때 미국 LA로 이사와 멕시코 칸쿤이 카리브해 휴양지로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라는 걸 알게되었고, 마침내 딸이 대학교를 졸업하는 해가 되어서야 가족 여행으로 칸쿤을 방문해 캐리비안베이가 아닌 진짜 '캐리비안씨(Caribbean Sea)'에 몸을 담궈볼 수 있었다.

출발 전날 늦은 저녁에 경유지인 디트로이트 행 비행기가 갑자기 취소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엄청 황당했었는데, 대체편을 찾아보니 전체 비행시간이 훨씬 짧아지는 애틀랜타 경유가 있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그래서 4년전의 결혼 20주년 기념 페루 마추픽추 여행에서도 이용했던 여기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같은 델타항공을 타고 이번에는 멕시코 칸쿤(Cancun)으로 향했다.

약 2시간반 정도 걸려서 칸쿤 상공에 도착해 우측 멀리 보이는 활주로에 착륙하기 위해 선회를 할 때, 남북으로 기다란 평행사도(barrier islands)인 소위 '호텔존(Hotel Zone)'의 동쪽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옥색의 해안가가 내려다 보였다.

비행기에서 내려 "Welcome to Mexico(또는 Cancun)" 사인이 나오면 찍으려고 했는데, 입국심사장 직전에 우리를 제일 먼저 반겨준 것은 유명한 코코봉고(Coco Bongo)의 마스코트격인 영화 <마스크>의 노란 양복을 입은 주인공이었다. (실제 짐 캐리 주연의 그 영화에서 나온 나이트클럽의 이름이 코코봉고!)

국제선 도착 터미널은 관광안내소와 렌트카 카운터들이 좌우로 빼곡했지만, 위기주부가 차를 예약한 곳은 공항에 입점한 회사가 아니라서 이메일로 안내를 받은데로 터미널 밖에서 기다리는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도착 편명이 변경되어 1시간반 가까이 일찍 도착한다고 이메일로 연락했는데 잘 나와 있었고, 공항밖에 있는 주유소 뒷골목의 허름한 렌트카 사무실까지 직원이 태워주었다.

렌트카 사무실의 한쪽 벽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던 트럼프... 멕시코 국기는 원래 인형과 함께 셋트로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뚫어서' 꽂은 것인지? 직원에게 물어보려다가 참았다~

예약한 차보다 사이즈는 업그레이드를 해줬는데, 메이커가 중국 창안(Changan) 자동차... 기분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잘 안나가는 느낌이라서 조심조심 예약한 리조트로 향했다. 멕시코 여행에서 가장 편리했던 것은 우리 가족의 미국 휴대전화는 따로 로밍을 할 필요도 없이 그대로 멕시코에서 통화와 인터넷이 다 되어서 구글맵을 네비게이션으로 이용했다.

2박을 예약한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인 시크릿 더 바인 칸쿤(Secrets The Vine Cancun)에 도착을 했는데, 입구에서 예약자명과 인원수를 정확히 확인한 후에야 저 육중한 철문을 열어줬다. 참고로 이름에는 없지만 소라조개를 로고로 사용하는 '시크릿(Secrets)' 리조트들도 모두 하얏트 그룹에 속한 호텔들이다.

성인전용이라서 로비에서 바로 '웰컴 샴페인'을 들고 체크인을 했는데, 방은 오후 3시가 되어야 준비된다고 해서 카리브해에 어울리지 않는 '공항 복장'을 일단 그대로 입은 상태로 밖으로 나왔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방번호도 안 나왔지만 일단 리조트 안에 들어오기만 하면 먹고 마시는 모든게 공짜라서, 풀장 옆에 있는 캐쥬얼한 야외 식당에서 점심부터 먹었다. 모녀가 들고 있는 칵테일과 앞에 놓인 시원한 '세르베짜(Cerveza)'와 함께...^^ (체크아웃한 날도 오후 5시까지 식음료 이용 가능)

칸쿤은 6월이 우기라서 날씨가 안 좋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맑은 날씨에 예쁜 물색깔을 볼 수 있어서 아주 감사했다. 또 이 시기에는 왼편에 검게 보이는 해초류가 많이 떠내려와서 불만이라는 분들도 계시던데, 다음날 우리는 저 우뭇가사리 같은 걸 뭉쳐서 비치발리볼 대신에 던지면서 재밌게 놀았다.

지혜는 가지고 온 수영복이 칸쿤 바다색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호텔 매장에서 새 수영복도 바로 구입을 했다. 그리고 시간이 남아 메뉴만 구경하러 들어간 점심 뷔페식당에서 또 이 칵테일들과 함께 '점심 2차'도 간단히 먹었다.

객실도 푸른빛의 아주 시원하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는데, 성인전용이라 그런지 화장실과 샤워부스의 벽이 사진처럼 유리로 되어 있었다.

하얏트 멤버라고 북쪽 오션뷰로 업그레이드를 받은 20층의 우리 객실 발코니에서 내다 본 칸쿤 호텔존의 풍경이다.

제일 북쪽에 사진 오른편 끝의 건물이 한국분들에게 가장 유명한 하얏트 지바(Hyatt Ziva)라고 한다. 보통 칸쿤 여행을 오시면 호텔존의 퍼블릭비치를 방문하시거나 아니면 배를 타고 '여인의 섬' 이슬라 무헤레스(Isla Mujeres)를 구경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던데, 우리는 리조트 밖의 다른 곳들은 전혀 둘러보지 않았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닷가로 내려와서 가족 셀카부터 한 장 찍었다. 날씨는 좋았지만 바람이 세게 불어서 모래가 날릴 정도였기 때문에, 발만 좀 담그고 첫날은 풀장에서 놀기로 했다.

큰 풀장이 3개가 있었는데, 비수기라서 그런지 아주 한산해서 아내는 오래간만에 딸한테 수영 레슨을 받을 정도였다.

남자 직원 두 명이 음악을 틀어놓고 열심히 춤을 추는 중인데, 나중에 사람들이 뒤에서 서서 따라하길래 아내와 지혜도 맨 뒷줄에서 댄스를 배우는 모습은 다음 포스팅에 등장할 동영상에서 잠깐 확인하실 수 있을거다.

호텔방으로 돌아와서 발코니에 나가보니까, 바로 옆의 작은 리조트 루프탑에서 조촐한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휴양지로 가족과 친한 지인들만 초대를 해서 숙식을 제공하며 결혼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첫날 저녁식사 장소는 이 리조트에서 가장 인기가 있어서 성수기에는 1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스테이크 레스토랑이었는데,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가서 바로 자리를 잡아서 먹은 저 고기는 좀 질겨서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던 기억이다. 참고로 저녁 레스토랑들은 드레스코드가 있어서 남자는 반드시 긴 바지를 입어야 했다.

12층 루프탑의 분위기 좋았던 여기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저녁 2차'도 먹고 싶었지만, 디저트까지 너무 배 부르게 먹어서 다음날 저녁을 여기서 먹기로 했다.

여기는 옥상 풀장도 함께 있어서, 그 옆 테이블에 잠시 앉아서 사진 몇 장 찍고는 메인 로비로 내려가 쇼를 구경했다.

피아노 바의 안쪽에 마련된 작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던 트리오인데, 곡들의 대부분이 <Time To Say Goodbye>같이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쇼에 사용된 것들이라서 갑자기 라스베가스의 추억이 많이 떠올랐었다는...^^

칵테일을 주문하기 위해 바 앞으로 왔더니, 빼곡히 놓여진 술병들 너머로 여가수의 뒷모습이 보인다. 앞줄 제일 왼편에 놓여진 바카디(Bacardi)는 카리브해를 대표하는 럼주이고, 그 중 투명한 화이트 럼을 베이스로 민트와 설탕, 탄산수를 넣어서 만든게 모히토(Mojito)이다.

밖으로 나왔더니 바닷가로 이어지는 통로에 무대를 설치해서 붉은 조명과 함께 락밴드가 또 공연을 하고 있었다. 먹고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보고 즐기는 것까지 모두 포함된 칸쿤 리조트의 첫날밤은 이렇게 저물었고, 하루 종일 호텔 안에서만 머무르며 진정한 '릴렉~스'를 체험했던 6박7일 멕시코 여름휴가의 둘쨋날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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