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이야기/2023 멕시코

바야돌리드 근처 드짓넙(Dzitnup) 마을 입구의 동굴 세노테인 사물라(Samula)와 엑스케켄(Xkeken)

위기주부 2023. 9. 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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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유카탄 반도는 전체가 평평한 석회암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래서 싱크홀이나 지하 동굴에 물이 고여서 만들어진 세노테(Cenote)가 7천 곳이 넘고, 그 중에서 관광객이 방문 가능하도록 개발된 곳만 2천 개가 훨씬 넘는다고 한다. 그 많은 세노테 관광지들 중에서 어디를 또 가봐야 할 지 출발 전에 연구를 많이 했었는데, 치첸이사 부근의 최대 도시인 바야돌리드(Valladolid)에서 가까운 마을인 드짓넙(Dzitnup)에 있는 두 곳을 묶어서 가보기로 했다. 앞서 방문한 유명한 익킬 세노테(Ik-Kil Cenote)가 원통형으로 뻥 뚤린 싱크홀 형태였다면, 이제 소개하는 두 세노테는 자연광이 들어오는 구멍이 아주 작은 거의 지하 동굴에 가까웠다.

네비게이션에 'Cenote Dzitnup'으로 찍고 찾아올 때 마지막 도로는 거의 비포장에 가까웠지만, 갑자기 아주 넓은 주차장과 번지르한 입구 건물이 나왔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문제는 우리를 보고 걸어오는 하얀 셔츠의 사나이인데, 자신이 꼭 가이드를 해드려야 한다면서, 가이드 팁은 알아서 주시면 된다고 한다... 입장료에 비해서 시설은 좀 별로라서, 그냥 남녀로 구분된 화장실이 탈의실이었고, 정말 가이드가 없으면 찾아가기 어려운 미로같은 거의 버려진 상가 건물 속을 지나서 첫번째 세노테로 우리는 안내되었다.

표 검사하는 분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50년은 되어 보이는 락커를 $1로 이용했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고, 우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서 다음 세노테도 안내해주겠다는 가이드에게는 $2인가 주고 여기서 끝냈다.^^ 그렇게, 약간은 왠지 좀 속은 듯한 느낌으로 첫번째 세노테 사물라(Cenote Samulá)로 들어가는 계단을 내려갔던 기억이다.

하지만 지하로 내려가서 이 풍경을 딱 보는 순간에 그런 찝찝한 느낌은 싹 사라져 버렸다~ 이리 걸어올 때 가이드가 어디서 오냐고 물어서, 익킬 갔다오는 길이라고 했더니, 익킬은 세노테가 아니고 풀장이라 했던게 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여기 사물라 세노테가 아래의 영화에 묘사된 장소의 실제 모델이라는 주장도 인터넷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2017년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코코>에서 주인공 미겔(Miguel)이 물이 고인 지하 동굴로 던져져서, 엑토르(Héctor)가 자신의 고조할아버지로 "Remember Me" 노래의 작곡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으로, 층층의 줄무늬가 있는 돔 형태의 천정과 바위들이 쌓인 얕은 가장자리가 있는 모습 등이 제법 비슷하다.

내려온 통로와 계단이 뒤로 보이는데, 나무판에 물기가 있어서 미끄러웠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들어온 후에 앞서 있던 사람들이 나가고, 이 세노테는 우리 가족 3명의 독차지가 되었다.

줄을 쳐놓은 이유는 저 너머는 얕아서 발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넘어서 바위로 올라가지 말라고 경계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편하게 누워서 떠있는 아내를 시작으로 물 속에서 주변을 찍은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는데, 여기는 너무 조용했기 때문에 일부러 배경음악을 깔았다. 비디오로 보시면 진짜 위 만화영화에 나왔던 곳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맑은 물 속에 돌아다니는 물고기들의 모습도 직접 확인하실 수 있다.

세노테 하나를 전세낸 것은 좋은데, 다른 사람들이 전혀 없으니까 살짝 무서워지기도 했다. 영상에 보면 물 속 아주 깊은 곳도 나오는데, 옛날에 마야인들이 사람을 산제물로 이런 곳에 던져서 죽이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왠지 저 깊은 곳에서 뭔가 올라와서 발을 잡아당길 것 같은 상상도 들고... 그래서 물 밖으로 나가서, 다음 장소로 이동을 하기로 했다.

두번째 세노테 엑스케켄(Cenote X'kekén)은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를 건너서 제법 남쪽으로 걸어가야 나왔다. 여기서도 따로 락커를 대여해주고 표 검사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입장권만 보여주고 옷가방은 그대로 들고 지하로 내려갔다.

여기도 돌계단을 통해서 좁은 입구로 들어가게 되는데, 사진 찍고 돌아서다가 바위에 머리를 살짝 부딪혔었다~

가운데 위기주부가 먼저 입수하고, 지혜가 뒤따르다가 사진 찍는 엄마를 보고 V자를 하고 있다. 직전과 거의 비슷한 형태의 세노테였는데, 일단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끄러울 정도였고, 나중에 보여드리는 멋진 볼거리가 하나 더 있다.

동굴의 크기에 비해서 빛이 들어오는 구멍은 작아서 그런지 조명을 많이 설치해놓아서 직전보다 사진이 잘 나왔고, 왼편은 깊은 곳이었는데 넘어가지 말라고 줄을 쳐놓았다.

엄마도 입수해서 함께 손을 흔들며 사진을 찍었는데, 뒤쪽으로는 플랫폼이 넓게 만들어져 있어서 옷가방을 안전하게 놔두고 또 앉아서 쉴 수 있는 계단까지도 있어서 편리했다.

엑스케켄 세노테의 가장 큰 특징이자 볼거리는 바로 이렇게 거대한 동굴 종유석이 머리 위로 늘어져 있다는 것인데, 아래의 영상을 보시면 종유석 바로 아래로 헤엄쳐 가서 올려다 보는 모습도 보실 수 있다. 물론 멕시코 여행 마지막 날에도 이런 풍경을 원없이 보기는 하지만, 이 때부터 그 동안 즐겁게 투어를 했던 미국의 '동굴 국립공원'들이 시시하게 느껴지더라는... "그 동굴에 물 고여 있어요? 들어가 수영할 수 있어요?"

거의 물에 닿일만큼 굵게 내려와 있는 종유석을 가운데 두고, 좌우로 모녀가 바라보는 모습의 사진이다.

아내는 무섭다고 또는 물고기들 밥 준다고(?) 오지 않았고, 지혜와 둘이서만 바로 아래까지 와서 물 속에서 종유석을 올려다 보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혹시 부서져서 머리 위로 떨어지면 어떡하지 약간 걱정을 하면서...^^

 

물 속에서 장난치는 꼬마들과 종유석을 가까이서 또 바로 아래에서 바라본 모습들과 함께, 동영상의 마지막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아내의 발 주변에 몰려와서 콕콕 찍으며 돌아다니는 수중의 광경도 보실 수 있다. 케이스도 없이 그냥 물 속에 핸드폰을 집어 넣고 수중촬영도 가능한게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영상 마지막에 나온 것처럼 아내와 지혜의 발을 물고기들이 청소(?) 해주는 모습이다. 이렇게 치첸이사를 구경하고 3곳의 세노테에 몸을 담근 것으로 여행 4일째의 일정은 마치고, 렌트카를 몰고 플라야델카르멘(Playa del Carmen)의 숙소로 돌아갔는데, 작은 마을의 중심가를 지날 때 과속방지턱이 나오면서 제한속도가 갑자기 줄어드는 구간에서, 경찰이 우리 차를 세우는 척 하다가 바로 뒷차를 잡아 세웠을 때가 멕시코에서 운전하면서 가장 놀랐던 순간이다.

저녁은 멕시코에 왔으니 타코를 한 번 먹어보기로 했는데, 최대한 로컬 사람들이 찾는 맛집으로 고른다고, 숙소가 있는 번화가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이 집까지 찾아 걸어왔다.

여러 종류가 차례로 나온 타코들 중의 하나로 맛은 정말 좋았는데, 여전히 번화가에서 걸어 올 수 있는 거리라서 그런지 가격이 저렴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던 기억이다.

(뒤쪽에 혼자 오신 동네분들이 계신걸로 봐서 로컬 맛집은 맞는 듯^^) 그렇게 알차게 보낸 지난 6월의 여름휴가 멕시코 6박7일 여행의 4일째를 코로나 맥주와 마가리타를 건배하면서 마무리하고, 남은 이틀은 두 곳의 '올인클루시브 워터파크(All Inclusive Water Park)'에서 각각 하루씩 구명조끼를 입고 하루종일 보내는 것으로 휴가를 마무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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