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여행기/데스밸리

사기꾼과 백만장자가 죽음의 사막에서 만나면?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보석, 스코티캐슬(Scotty's Castle)

위기주부 2012. 1. 9.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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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밸리(Death Valley) 국립공원의 북쪽에서 꼭 방문해봐야 할 곳은 바로 '사막의 오아시스에 만들어진 성(castle)'이다.


해는 이미 떨어졌지만, 급하게 차를 달려 공원의 가장 북쪽 Grapevine Canyon에 있는 이 날의 마지막 목적지, 스코티캐슬(Scotty's Castle)에 도착을 했다. 지혜는 약간 피곤한 모양이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넓은 비지터센터의 입구에는 여러가지 유료투어에 대해 안내를 해놓았는데, 이미 마지막 투어가 출발한 다음이라서 우리는 늘 그렇듯이 Self-guided...^^


"왜 이 죽음의 계곡에 으리으리한 저택을 지었을까?" 이제 그 미스테리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래에 파란색으로 표시한 글을 차례로 읽으시면 됨)


사진만 보고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크고 럭셔리하게 만들어져 있던 스코티캐슬의 전경이다.

월트 스코트(Walter E. Scott)는 16세부터 Buffalo Bill의 서부유량극단에서 카우보이 역할을 하면서 12년 동안 미국전역과 유럽까지 돌아다닌 후에 1900년에 결혼과 함께 콜로라도에 정착을 했다. 그 때부터 서부에서 금광을 찾았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동부의 도시에 사는 부자들에게 사기를 치기 시작했는데, 1904년에 데스밸리에서 큰 금광을 찾았다는 스코트의 말을 듣고 투자를 한 사람이 앨버트 존슨(Albert M. Johnson)이라는 시카고의 백만장자였다.


뒤쪽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해 진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서~

스코트는 1905년에는 자신이 직접 “Scott Special”이라는 기차를 몰고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카고까지 44시간 54분만에 달려서 기록을 세우기도 했는데, 이를 계기로 “Death Valley Scotty”라는 이름이 미국전역에 알려지면서 더 많은 투자자를 모으기도 했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연극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사기를 당한 투자자들에게 고소를 당해, 도피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 금광 사기를 치는 끝에, 결국 1912년에 감옥에 수감되게 된다.


사막에 꼭 어울리는 풍향계인데 스코트가 노새(mule)를 끌고가는 모습이라고 한다.

감옥에서 나와 LA 인근의 Twentynine Palms에서 조용히 살고 있던 스코트를 1915년에 시카고의 백만장자 존슨이 찾아가는데, 존슨은 자신에게 사기를 친 스코트를 용서할 뿐만 아니라, 두 명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된다. 이 후 존슨은 스코트의 권유로 데스밸리의 Grapevine Canyon의 땅을 사들이게 되고, 매년 겨울마다 추운 시카고를 떠나 데스밸리로 와서 스코트와 함께 작은 판자집을 만들어놓고 지내게 되는데, 나중에는 존슨의 아내도 함께 방문을 하게 된다.


시계탑이 있는 저 건물은 정말 성처럼 만들어져 있는데, 완공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있다.

결국 남편보다도 더 사막의 매력에 빠져버린 베씨(Bessie)가 이왕이면 여기에 멋진 집을 짓자고 제안을 해서, 1922년에 스코티캐슬의 공사가 시작된다. 원래 이름은 Death Valley Ranch이지만, 스코트가 자신이 금광을 발견해서 번 돈으로 성을 짓는 거라고 뻥을 치면서 돌아다녔기 때문에 (옛날 버릇 못 버렸음), 사람들은 모두 Scotty’s Castle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오른쪽 언덕 위에 보이는 십자가가 스코트의 묘지인데, 날이 어두워져서 올라가보지 못하고 여기서 돌아내려가야 했다.

계곡 위쪽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이용해서 수력발전기를 돌리고, 냉방장치까지 만드는 등 1920년대의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건물을 만들었는데, 건축비만 당시 돈으로 2백만 달러 이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1929년 대공황으로 완공이 지연되다가, 설상가상으로 1931년에는 건물의 위치가 측량의 실수로 존슨의 땅이 아니라 국가소유지에 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공사는 완전히 중단되었다.


앞마당에 만들어져 있던 우물(?)같은 곳을 내려다 보던 지혜~

1933년에 자신의 보험회사가 파산하자 존슨은 LA로 이사를 오고, 스코티캐슬은 미완의 상태로 데스밸리를 방문하는 부유층과 명사들의 숙소로 영업을 하게 된다. 존슨은 1948년에 죽으면서 스코티캐슬을 Gospel Foundation이라는 종교재단에 기부를 했지만, 친구 스코트는 조건 없이 얼마든지 스코티캐슬에 살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고 한다. 덕분에, 스코트는 1954년 죽을 때까지 ‘자신의 것이 아닌 자신의 성’에서 살 수 있었고, 죽어서도 건물 바로 뒤의 언덕에 묻힐 수 있었다.


문 사이로 들여다 본 저택의 내부 모습인데, 담벼락 아래 심어진 작은 선인장들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측량이 잘못된 것을 알았을 때부터 존슨은 이 건물을 국가에 팔려고 했었는데, 결국 1970년이 되어서야 국립공원관리국(National Park Service)이 상속을 받은 종교재단으로부터 85만 달러라는 헐값에 토지와 건물을 사들여서 국립공원에 편입시켜서 일반에게 공개하게 되었다. 유료투어를 하면 스코트와 존슨이 손님들을 맞이하던 1930년대의 복장을 한 직원이 이 ‘백만장자와 사기꾼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건물내부를 보여준다고 한다.


모두 1872년생이라는 이 세 사람이 위의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팜플렛에 있던 그들의 말 한마디씩을 마지막으로...

THE CON-MAN: “I got four things to live by: Don’t say nothin’ that will hurt anybody. Don’t give advice – nobody will take it anyway. Don’t complain. Don’t explain.” Death Valley Scotty

THE MILLIONARE: “We have been partners for a long time. Scott has a great appetite for money and I like to feed it. He has always repaid me – in laughs.” Albert Johnson

THE DESERT MOUSE: “You may have your cities and electric lights, movies, dancing parties, and surging crowds; but for a thrill… give me moonlight in the desert.” Bessie Johnson


저택의 정면에는 동그란 화단(?)이 있고, 여기 좌우로는 만들다만 풀장이 남아있다. 아직도 지하실에는 이 수영장에 바닥에 붙이려고 가져온 타일이 쓸쓸히 남아있다고 한다.


사막의 뜨거운 바람을 백년가까이 견뎌낸 정문의 현판에는 'DEATH VALLEY RANCH'라고 씌여있다. 갑자기 저 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열리면서, 입담 좋은 스코트 할아버지가 우리를 맞아주는 모습이...^^


시계탑 건물에 올라서 내려다 본 스코티캐슬의 전경~ 정말로 이 죽음의 계곡에 보석같은 존재였다.


"사기꾼과 백만장자가 죽음의 사막에서 만나면, 이런 건물이 만들어지는구나~"


시계탑을 내려오면서 아내가 찍은 사진인데, 내가 기념품으로 모으는 국립공원 가이드에도 똑같은 사진이 올라가 있었다. 다음에는 유료투어를 한 번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캠핑장으로 돌아가서 2011년 추수감사절 여행의 두번째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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